지난 10일간 다시 한번 미국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일 때문에 간 것이긴 해도 역시 여행이란 좋은 것이더군요. 이번에도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서 좋았는데, 특히 우리나라 언론이나 인터넷 상에서 극우 또라이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트럼프에 대한 대중들의 생각을 들어본 건 큰 수확이었습니다.
그럼 일단 이 사람이 누구인지 간단히 정리해봅시다.
도날드 트럼프는 1946년 생으로 올해 한국나이로 70세입니다. 이 사람은 뉴욕에서 유명한 부동산 업자였던 프레드 트럼프의 아들로 아버지에게서 사업 전반을 배우고 1999년에 사업을 상속받은 이래 부유층 2세대에 해당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재벌이며, 전세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주상복합빌딩 '트럼프 타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우선 이 사람을 이해해보기 위해 그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에 대해서 먼저 간단히 짚어봅시다.
이 사람이 프레드 트럼프입니다. 1905년생으로 독일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뉴욕 퀸즈가에서의 주택공급사업을 시작으로 부를 쌓아간 인물인데, 흥미롭게도 1927년자 뉴욕타임즈 기사에서 KKK단과 연루되어 뉴욕경찰에게 체포된 사실이 언급됩니다. (체포 당시에 KKK단 1000여명과 경찰 100여명의 난투극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 내용으로 미루어보아 프레디 트럼프는 특정 인종 성향을 가진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는 분명히 도날드 트럼프의 인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프레드는 1999년까지 약 3억 달러 가량의 재산을 모았습니다. 단순히 1달러에 1000원이라 치고 계산해보아도 3000억이 넘는 거금이지요. 이 자금은 현 트럼프 행보의 결정적인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어머니인 엘리자벳 트럼프 역시 보통 여성은 아닌 듯 합니다. 적극적인 여성으로서 남편 프레디의 실제적인 동업자로서 활약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프레디가 창립한 회사명이 Elizabeth Trump & Sons CO 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단순히 안사람으로서 돈만 관리하던 여성은 아닌 것 같네요.
자 이제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봅시다. 상기 내용을 기반으로 생각해볼 때 트럼프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는 굉장히 능동적인 성향의 사람으로 시세에 밝고, 당대에 큰 사업을 이룩해낸 사람들입니다. 이 들 덕분에 트럼프는 타인과는 다르게 좀 더 '높고 풍족한'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꾸려 갈 수 있었죠. 아버지 프레디의 인종성향과 유복한 삶은 도날드 트럼프라는 남자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인간의 인지구조는 성장기에 성립되니까요.
그럼 이제부터 현황을 살핍시다. 위의 사진은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입니다. 이미 뉴스를 주의깊게 보시는 분이라면 트럼프는 거의 대부분의 기간동안 공화당 대선 후보 1위의 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라는 점을 아실텐데, 아마도 그런 기사와 그의 '막말 행보와 기행'를 동시에 접하시다 보면 도대체 저런 사람이 어떻게 보수당 유력 후보가 되었을지 의문이셨을 겁니다. 제 주변에선 미국 국민들의 수준과 자질이 문제라는 식의 여론도 많았지요.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사람은 선거 자체를 위해서는 공화당 내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효과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만약 이 사람이 기행과 막말로만 승부 할 뿐 논리가 없는 사람이라면 카슨 후보에게 추월 당했을 때 무너졌을 공산이 큽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 사람의 막말에 대해 생각할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이 사람은 왜 지지를 받는지, 그리고 그 지지가 실제인지 허상인지부터 따져 봐야 합니다.
우선 저 사람의 논리부터 살펴봅시다.
위 사진은 저 사람이 내놓는 모토 그 자체를 잘 상징하는 사진입니다."미국을 다시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야 말겠다." 라는 것인데, 저 모토의 함의는 생각보다 깊게 공감받는 편입니다. 특히 미국 사회 내 백인들 상당수는 저 모토에 크게 공감하는 눈치입니다. 제가 출장을 다니는 동안 대학 기숙사 곳곳에 위치한 백인 학생들의 방에서 저 표어를 발견한 횟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이며, 직접 대화를 해본 결과 해당 표어를 붙이고 있거나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시한 학생들의 계층도 부유층부터 노동자 집안 출신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 뿐만이 아닙니다. 다양한 주 출신의 백인들 역시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무섭게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습니다. 특히 작년에 자신을 스캇워커의 공고한 지지라고 표현하던 분 역시도 이제 He's my man now.라는 짧은 말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표시할 정도지요.
이 들은 저 표어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 걸까요? 간단합니다. 미국을 위대하게 하려면 미국을 미국인의 것으로 되돌려야 한다! 바로 이 것이 그 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트럼프의 논지입니다. 그러기 위한 방법론으로 제시되는 것이 요즘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막말과 반이민, 반히스패닉 정서로 가득찬 그의 말말말 들로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는 지금 백인들이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을 정말 효과적으로 자극하고 있는 것이지요. 장학금도, 일자리도, 그 외 다양한 복지도 당연히 원래 주인인 자기들, 지금의 미국을 위해 헌신한 아버지들의 자식인 자신들이 누려야 한다는 걸까요?
이러한 그 들의 박탈감은 지난 몇년간 미국 내에서 급격히 실체를 갖추기 시작한 이민자들, 특히 히스패닉 계와의 갈등에 기인합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지만 그 세금은 이민자들을 위해 쓰인다.' 라는 정서는 생각보다 백인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주인의 아량을 넘어서 주인이 객을 위해 피해를 본다라는 백인들 나름의 인식을 잘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다양한 계층의 백인들은 지금 형평성에서 어긋난 잘못된 정치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믿는 눈치입니다.
트럼프의 막말행보에 대해서는 '그는 전문 정치가가 아니라 기업가 출신인다. 당연히 언행이 세련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차기 대통령은 오바마의 달변이 아니라 진솔한 한 마디를 하는 사람이다.' 라는 식의 답이 주였습니다.
물론 히스패닉 들 입장에서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죠. 출장 중 만난 히스패닉 활동가는 '좋다 그래 그 놈(트럼프)말대로 우리가 이 곳에서 떠난다고 치자. 지금 공사장에서 건물을 짓는건 누군가? 거리를 청소하는건?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건? 그 들의 아이를 돌보고 애견을 산택시키는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건? 그 들의 식탁에 올라갈 식재료를 만들고 옯기는건? 그건 우리 히스패닉이다! 우리 없이 그 들이 그런 편안함을 누릴 수 있을까?' 라고 한맺힌 항변을 토해내더군요...
그는 '우린 미국 사회를 위해 분명히 일하고 기여하고 있으니 당연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정말로 이상한 것은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미국 내 유색인종들, 당신 같은 한국인들도 있는데 왜 우리처럼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는 언급도 남겼습니다.
뭐 이런 저런 내용을 따져볼 때...제 눈에 비친 미 대선은 기존 미국의 거주민들(백인을 중심)들과 이민자들(히스패닉 중심)의 정치집단들이 겨루는 한판 승부의 현장입니다. 단순히 막말과 상식의 대결이 아닌겁니다.
곧 업무를 시작할 시간이 되어가니 글을 일단 줄이려고 합니다. 다만 글을 맺으면서 몇자 적어본다면, 트럼프는 비록 문제가 많은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정치가로서 꼭 배워야 할 면모를 잘 보여줍니다. 자신이 서있는 판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내가 대변할 세력을 분명하게 정한 다음 자기 색깔을 분명하고 단호하게 나타내서 세를 결집시키는 것 말입니다.
분명하게 행동하지 않는 정치가는 결코 대성할 수 없습니다. 이미 돈데기리님께서 남기신 댓글 내용에서도 지적되는 내용이지만...문재인과 유시민의 행동에는 분명 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층을 끌어 안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중간층을 불들이기 위한 탄탄한 자기 기반이니까요. 자기 기반 없이 중립 놀이해서 얻는 것은 없습니다.
두서 없이 적은 글입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좀 더 깔끔하고 논지도 분명했을 텐데 이해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길.
PS : 사견이니다만 이 사람은 반드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고, 어쩌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가능성도 충분해보입니다. 한국에 대한 몰이해가 상당한 사람이라 걱정입니다...
주의! : 사실 이 글은 개인적인 만남과 대화를 근거로 쓴거라 대표성 문제에서 결함있는 글 맞습니다. 참고삼아 저 글의 근간이 되는 히스패닉 백인 흑인 기타 인종집단들은 메사추세츠와 보스턴 워싱턴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또한 몇몇 백인들은 트럼프에 대해 분명한 문제를 제기했음도 밝힙니다. 좋은 지적 해주신 자우림님께 감사합니다!!!! 하지만 결론에서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ㅡ.ㅜ
첫댓글 물론 언행은 배우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저.....기...흐음.......어떤사람들을 만나보셨는지는 모르지만, 공화당내부의 지지율만이지, 저것이 저사람이 후보가 된다는 보장이 없고, 보수신문들에서는 하나같이 트럼프가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그냥 민주당한테 다음 대선도 헌납하는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1. 미국내 역대 대선에서 최근 20-30동안 이민자들을 적으로 돌린사람은 대통령이 못되었고,
2. 공화당 내 티파티나 그 윗선에서는 이미 다른 후보를 띄워줄려고 하며,
3. 결정적으로 트럼프에 대한 여성들의 평가가 아주 막장이라는것
즉, 트럼프의 분명한 언행과 행보는 괜찮지만, 정치인으로서 머리 돌리는것은 그냥 허경영수준밖에 안됩니다.
공화당내에서는 나머지 50%이상의 유권자들이 눈살을 찌푸리는데, 그사람들이 기권하여 트럼프가 대선에 나오면 그냥 민주당한테 다음 정권도 니네것이라는 것 밖에 안됩니다..뭐 그러니 공화당도 미칠노릇이죠....전체 인구중 70%가 백인이지만, 그중 절반정도로 나뉘는데, 그 절반중에 여성이 대략 절반이고, 생각해보면 대통령은 불가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건 멕시칸, 아시아인, 흑인과 다른 민족들은 이미 트럼프는 절대 안된다는 분위기이고, 민주당 지지 백인들이야 말할것도 없고, 공화당 내에서도 그 난리통인데 과연..ㅎㅎ
자우림님/그럼 어째 제가 간 곳이 유달리 트럼프 강성인 곳인가 봐요? ㅡㅡ;; 아니면 유달리 그런 사람들만 만난걸까나...사실 이 글은 개인적인 만남과 대화를 근거로 쓴거라 대표성 문제에서 결함있는 글 맞습니다. 참고삼아 저 글의 근간이 되는 히스패닉 백인 흑인 기타 인종집단들은 메사추세츠와 보스턴 워싱턴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입니다.
더불어 저도 트럼프가 반드시 떨어지길 바랍니다. 저런 사람이 권력을 잡으면 반드시 세상도 대가를 치르니까요. 저 사람은 진정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가치를 파괴할 사람입니다.
아 작성자님께 직접적으로 말씀드렸다기보다는 ...ㅎㅎ 가신곳이 공화당 강세인곳인듯합니다 ㅎㅎ 이게 어느 지역만 가서는 좀..그런면이 없잖아 있거든요...예를 들어서 백인만 득실대는 동네일지라도 지역에 따라서 확 갈려서요..^^;;;;;;;;;;
나머지 30%인종의 중요한것이 항상 근래 대통령선거에서 결정적 한방으로 작용해왔다는 것입니다. 즉, 미국이 백인사회이고, 그 주도하에서 통합정책을 실행해나가지만, 나머지 30%가 무시못할 정도로 커졌다는것이죠..^^
저는 LA라서 뭐..아시다시피 민주당이죠...뉴욕도 민주 / 공화 섞인곳이고, 중부가 관건이기는 한데, 그쪽
아니요 좋은 지적이셨습니다! 서로 생각을 나누며 좋은 결론이 나올 때 글 쓴 보람이 있지요^^
안 그러길 바랄 뿐이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만큼 성숙한 사회가 만들어져왔다는 이야기 겠지요 부러운 면입니다.
http://slownews.kr/45909
2016미국대선 연재인데 내용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깊이도 있는 것 같구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재미삼아서라도 한번 읽어보셔요
이거 재미있는 글이네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현 추세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전 세계 주요국들의 우경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대란민국이 되지 않도록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
공화당 경선에서야 유리하겠지만 대선에서 통할지..
대선에서 통한다면......그건 그 것대로 악몽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