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 이것만은 바꿔야! ⑤
‘단군 신화에요, 단군 이야기에요?’
초등학교에서 ‘단군 이야기’라 배운 환인, 환웅, 단군에 대한 내용을 중학교에서는 ‘단군 신화’라고 하니 의문이 생긴 한 중학생의 질문이다.
‘단군신화’라는 말은 1921년 이마니시(今西龍)의 논문에서 비롯되어 일본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제작하여 1938년에 출간한 『조선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용어다. 따라서 이 말은 ‘신화’라는 말 자체의 의미를 넘어 일본의 우리 역사 왜곡의 잔재이기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일본인이 만든 이 용어가 광복 후 제도권의 주류 학자들에 의해 교과서에 사용되었으나, 민족주체사학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1991년경의 중ㆍ고 국사교과서에서부터 2008년 교과서까지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 이야기’ ‘단군 이야기’ ‘우리 민족의 시조 신화’ 라고 기술되었는데, 2009년 개정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에 다시 ‘단군 신화’라는 용어가 등장했으니 아베 정권처럼 우경화하는 일본인들의 집요한 활동과 연계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단군이 청동기시대에 처음으로 나라를 건국했다’는 내용은 교육과정, 집필기준 및 모든 교과서가 공통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니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은 인정한다고 볼 수 있다. 『삼국유사』기이편의 내용도 거의 모든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데 이 내용이 왜 ‘단군 신화’라는 말로 돌아가게 되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2012년에 고시된 교육부의 사회과 교육과정 17쪽 초등 사회 역사 영역의 내용과 기준 중 ‘우리 역사의 시작과 발전’ ㈏항에서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알고, 고조선이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임을 이해한다.”고 해놓고, 39쪽 중학 역사 과목의 내용과 영역의 기준, 근대 이전, 문명의 형성과 고조선의 성립 ㈑항에서는 “고조선의 성립을 단군 신화 중심으로 파악하고…”라고 다르게 기술하고 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2쪽 근대이전 ⑴문명의 형성과 고조선의 성립 ④항에서는 “고조선의 성립을 단군 신화 중심으로 파악하고,…고조선에 관한 기본적인 문헌 자료에 나타난 단군 신화 등을 통해 고조선의 성립 배경 및 성장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고 되어 있으며,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 기준 3쪽 ⑴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 국가의 발전 ②항에서도 “고조선의 성립은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단군 신화와 사기 등 사서의 기록을 참고하여 국가의 성장 과정을 서술한다.”하여 단군 이야기와 단군 신화라는 용어를 동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에서는 오히려 단군신화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의 21쪽에는 “고조선을 세운 사람은 단군왕검이다.…『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과 관련한 고조선의 건국 이야기가 실려 있다.”, 22쪽에는 “『삼국유사』에 나온 단군왕검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옛날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고조선을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국가로 여겼으며…”라고 하여 ‘신화’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
중학교 『역사』(비상교육) 39쪽에서는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통해 고조선이 청동기 시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음을 알 수 있다.”, 40쪽에서도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 건국 이야기”라는 제목과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통해 고조선의 사회 모습을 살펴보자.” “위와 같은 건국이야기” 등의 내용이 나온다. 참고로 두산동아 판에서도 ‘단군의 건국 이야기’라고 하였으나 천재교육 판에서는 교육부의 지침에 충실하게 ‘단군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등 용어에 혼선을 빚고 있다. 이를 배우는 중학생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등학교 『한국사』(비상교육) 20쪽에서는 『삼국유사』기이편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그 아래에 “위 글은 단군 신화로, 이를 통해 고조선이 농경 사회를 배경으로 건국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여 이 기록을 ‘단군 신화’라고 부르고 있다.
이상 내용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청동기 시대에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왕검에 대한 기록이라면 신화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이를 ‘신화’라고 할 경우 한 가지 사실을 역사와 신화라고 하는 자체 모순이 발생한다.
둘째, 단군 이전의 신인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환인이나 환웅의 이야기가 신화적인 요소라면 환웅 신화라고 해야지 사람인 ‘단군 신화’하고 해서는 안 된다.
셋째, 신화 연구자들은 ‘신화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도 하지만, 『삼국유사』의 이 기록을 ‘단군신화’라고 이름붙인 사람은 우리 역사를 자기들 역사보다 짧게 왜곡하려는 일본인이다. 이를 신화라고 한 우리 기록은 없다. 따라서 지금 그 용어를 쓰는 것은 일본의 의도를 따르는 식민사관이다.
넷째, 과거에 단군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다가 쓰지 않은 지가 20년 넘다보니 교육부의 지침에서 ‘단군신화’라고 못 박고 있으나 오히려 검정 교과서 중 고교 한국사 외에는 ‘단군의 건국 이야기’ ‘고조선의 건국 이야기’ 등으로 쓴다는 것은 제도권의 사관에 문제가 있거나 일본 우익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지침을 만드는 데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섯째,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신화라고 할 경우 요하문명 지역 등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 단군조선의 문화와 역사는 중국의 것이 되므로 동북공정을 도와주는 것이 되고 만다. 우리는 그 시대를 신화라고 보는 반면 중국에서는 요하문명 지역의 우하량 제2지점 제단유적지 안내판에 ‘5,500년 전에 나라의 형태를 갖추었던 원시무화 유지’라는 안내판을 세워놓는 등 역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