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지천댐」건설계획을 반대하는가
1986년 10월, 난데없이 여의도의 63빌딩이 반쯤 잠기고, 한반도의 중심부가 완전 황폐화된다는 등으로 20세기 노아의 홍수를 연상시키는 듯한 해괴한 시나리오가 레드컴플렉스 정서를 헤집으면서 광풍으로 이끌어갔던 당시 상황을 우리는 기억한다. 금강산 댐(임남댐)의 수공위협을 소재로 한 희대의 사기극은 바로 5공 집단의 정권안보차원에서 비롯되었고, 나팔수 언론들은 앞다퉈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민을 광대가 되도록 우롱하였다는 사실을 93년 감사원의 감사결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당시에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었다.
2001년 7월, 때마침 왕 가뭄이라는 호기를 노려 건교부는 가뭄과 홍수의 피해와는 별 상관도 없으며, 대체로 지역세가 약한 12곳에 댐을 건설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지자체(광역, 기초)와 은밀한 협의에 돌입한다. 내린천댐에 이어 동강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나름으로는 반대여론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내놓은 회심의 역작이라 자위도 할 법한 사안이었다.
어찌 보면 위 2사례는 그다지 유관성이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수자원정책과 밀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우리나라 수자원의 이용,개발,보전에 관해서는 ‘하천법’ 11조에 따라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이 수립되고, 또한 ‘댐건설및주변지역지원에관한법률’을 근거로 「댐건설장기계획」이 마련되고 있음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의 계획들을 수립하면서 2011년에 약18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여 댐 건설 당위성을 천명하기 위해 활용한 각종 데이터가 허구와 오류투성이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기존 댐의 일부 용수공급능력 배제, 2배 가까운 유역면적산출의 오류, 인구추정의 과장, 허점투성이의 환경영향평가 등 다양게 드러나고 있는 결함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그 유관성이란 자명해진다. 어용학자와 전문․정책집단이 주축이 된 맹목적 댐 신봉론자들에 의해 파렴치한 평화의 댐사기극이 뒷받침되었고, 반성은 커녕 그들의 논리는 여전히 수자원정책의 상층에 포진하여 댐중심, 공급위주의 물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치기소년의 우화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금년 7월 11일 건교부의 ‘12개 댐 건설 예정지’발표 이후로 후보지에 포함된 청양에서는 군과 군의회 및 농민․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73개의 기관, 단체가 참여한 민,관 결합형태의『청양지천댐저지투쟁위원회』을 출범시키고 서명작업과 대규모 궐기대회 등을 통해 지천댐 반대의 열기를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대토론회를 개최하여 댐 반대논리를 확산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댐반대국민행동”과 지역의 환경운동단체와 연대하여 전국규모의 행동에 적극 참여해오고 있다.
계획에 의하면 4,000억원의 사업비로 인근 보령댐에 버금가는 저수용량 93.58백만㎡의 규모로 청양,홍성,예산,당진 등에 연간 105.4백만㎡의 용수를 공급하고, 또 4.95백만㎡의 홍수조절기능을 갖춘 댐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286세대가 수몰되고 상류지역의 군 소재지를 포함하여 인구의 45.6%, 면적의 37.6%가 댐 건설로 인하여 각종 규제의 범주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단순 수치만을 놓고 본다해도 ‘청양이라는 지역공동체를 전신 마비시켜 수장해버리겠다는 정치적 테러 내지는 학살의 음모’로 이해되는 관점이 지나친 것만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이미 청양은 현재 축조중인 칠갑지의 저수용량이 청양 총용수량의 65%를 감당할 규모이며, 이 저수지가 기능하지 않은 백년만의 가뭄이었다는 금년에도 결코 물 부족사태를 겪지 않은 고장이다. 그리고 수혜지역에 포함된 예산은 국내 최대규모의 예당저수지라는 상수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더구나 삽교호에 인접하고 있다. 또한 홍성, 당진은 완공된 보령댐의 용수가 공급될 계획이다. 이 지역의 인구 추정을 근거로 하여 향후 부족사태를 예단하고 있으나 이는 자치단체가 계획을 세우고 대응할 사안이며, 광역상수망을 무기로 건교부와 수자원공사가 나서서 부처이기를 숨긴 채 개발과 공급의 괴력으로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서는 아니 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국토의 효율적 관리와 지역 간 균형발전이라는 축에서 본다해도 인접하여 용수량확보가 가능한 곳에 제 기반시설을 안배하고 인구분산을 유도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를 의도적으로 방치하는 것은 곧 약육강식이라는 야만의 논리가 소위 ‘문명된 세기’에도 통용됨을 의미하며, 지방자치의 근간을 부정함이다.
지난 해 환경부의 ‘금강수계물관리종합대책’에 이어, 얼마 전 ‘금강특별법’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회 해당 상임위를 통과하였다. 이는 금강의 본류가 법에 의하여 관리 유지되어야 할 만큼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있음의 반증이다. 지천댐이 건설되면 유입수량의 절대감소와 댐이라는 오염원이 존재함에 따라 금강의 대규모 지류인 ‘지천’또한 댐 건설과 같은 개발의 논리가 아닌 자연생태와 환경적 측면에서 접근함이 마땅하다. 이는 곧 천혜의 자연자원을 가장 큰 자산으로 자부하는 지역민의 여망이기도 하다.
최근의 연구성과에 따르면 칠갑산과 함께 지천은 생태가치적 보존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으며, 군에서는 이미 하수처리장 가동 이후에 지천을 ‘공생하천’으로 가꿀 기본용역을 마친 단계이며, 다수가 이와 같은 특화를 통해 지역의 활로를 열 수 있다는 공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어렵사리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은 ‘청양고추’, ‘청양구기자’, ‘칠갑산메론’ 등의 지역 특산물을 댐 건설로 인한 안개일수, 일조량의 변화로 맹물고추, 맹물구기자, 맹탕메론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지천댐’은 하고 말고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의 생존권 차원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러함에도 ‘댐건설장기계획협의’당사자의 하나인 충남도는 금강의 보존이나 환경마인드 없이 ‘지천댐’사안을 단순히 건교부의 물 공급위주의 논리에 편승하고 정치적 시각으로 대응하는 경직되고 기회주의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다. 현재 내년도의 댐 예산을 올린 건교부는 댐건설 반대와 예산저지 운동이 예상외로 강세를 이루자 해당 부서 책임자가 국회주변에 상주하다시피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기에 가을 가뭄을 댐 건설논리에 접목시켜 과장되게 선전하고 또 일부 언론은 이에 맞장구치며 도회지 사람을 현혹한다.
예결위에 속한 ‘김원웅’의원은 ‘건교부의 2002년도 수자원 개발비 2,283억 원은 전액 댐 건설비’라고 지적하며, 우수나 중수 및 녹색댐 이용과 같은 창조적 예산이 아니라 철저하게 댐 건설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하고 있다.
지금 건교부는 ‘댐건설장기계획’을 연말까지 확정하겠다며 댐 신봉론자들 중심으로 ‘댐건설조정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입만 열면 지역 주민과 지자체와 협의 결정하겠노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관련 토론회의 직접참여 권유는 물론이고 방청초대마저도 일체 응하지 않았다.이 곳에 늑대는 없다. 양치기의 거짓말은 이제 더는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고 지역공동체와 주민생존권의 사수, 나아가 지천과 금강의 자연생태계와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성전을 겨우 시작했다고 본다. (200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