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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현대불교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 | 김용희 : 『해랑』
심사평 : 장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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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부문 수상작|
해 랑
프롤로그
쇼와(昭和) 19년, 서기 1944년 12월 15일 오후 4시 무렵
바람, 사나운 바람이 불었다.
이 정도의 폭풍이면 사랑도 꿈꿀 수 없으리라. 먹장구름이 몰려왔다. 하늘이 금방 어두워졌다. 하늘은 갈라질 듯 소리 내 울었다. 몸을 찢으며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다. 갈라진 몸 사이에서 번쩍, 빛을 뿜어낸다.
번개는 검붉은 하늘 위로 하얀 꽃을 피워냈다. 몇 차례 황홀한 듯 빛이 쏟아진다.
순간, 절정인 듯, 하늘이 몸을 뒤틀었다.
삼나무 판자로 만든 료칸이다. 바람이 사정없이 몰아치자 판자가 소리 내 울었다. 줄 지어 서 있던 대나무도 몸을 부딪치며 서걱거렸다.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중드는 여자아이가 대야를 들고 들어왔다. 회색 기모노에 버선발로 종종걸음이다.
여자아이는 나무욕조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물이 채워질 때마다 흰 김이 일었다. 물들은 섞이며 소리를 냈다. 뜨거움은 제 스스로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하얀 입김을 내며 흥분한 제 몸을 진정시키려 했다.
“그럼, 쉬세요.”
여자아이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남자와 여자만 남았다.
나무 욕조는 좁았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들어가기에.
여자가 둥근 오후로1)(桶)로 들어오자 여자의 엉덩이만큼 물이 넘쳐났다. 양쪽 엉덩이 만큼이다. 허벅지와 종아리와 여자의 작은 발만큼의 물이다. 물속으로 여자의 둔부 곡선이 보였다. 반으로 자른 과일처럼 풍만한 엉덩이 곡선이었다.
남자는 양다리를 가슴께로 오므렸다. 여자도 양다리를 가슴께로 오므렸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보았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다. 여자가 조심스레 고개를 숙인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더 가까이 보려한다. 여자는 양 가슴을 양손으로 가린다. 여자는 곧잘 부끄러워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 여자의 손을 가슴에서부터 떼어낸다면. 그렇다면 탱탱하고 커다란 가슴을 보게 되리라. 오뚝 솟은 젖꼭지를 보게 되리라. 우아하고 단아한 허리도. 남자는 여자의 길고 부드러운 목을 어루만지는 것을 상상했다.
남자가 말했다.
“몹시 춥군.”
여자가 말했다.
“그래요.”
동안거에 든 절이었다. 대웅전 아래에 있는 요사채 옆 료칸이었다.
뜨거운 물에서 하얀 김이 올라왔다. 물 밖으로 나온 얼굴과 어깨가 선선하다. 찬 기운이 올라오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의 뺨을 어루만지다 어금니를 깨물었다. 남자의 배에서 꼬르르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남자는 하필이면 이때지? 하고 생각했다. 남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살짝 웃어 보였다. 여자도 살포시 웃는다. 추워서인지 배고파서인지 여자도 어금니를 깨물며 웃었다.
*
한편 그러는 사이에 군인들은 급하게 말을 몰고 있었다. 누런 군복의 일본 헌병들이다. 산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떡갈나무 잎이 다 진 나무는 벌거벗은 채였다. 가지를 허공중에 겨눈 채 화살처럼 솟아 있었다. 군인들은 양다리를 조였다. 말의 배를 세게 눌렀다. 말갈기가 바람에 날렸다. 말은 허옇게 콧김을 내뿜었다. 비릿한 짐승 내가 번졌다. 말발굽이 돌멩이를 튕겨내자 뿌연 흙먼지가 일었다.
산길 모퉁이를 돌 때였다. 허연 각반까지 내려온 허리춤의 장도가 말의 배를 찔렀다. 말은 재차 허연 입김을 뿜어냈다. 군인들은 수덕사를 향해 말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
료칸에서는 허연 물김이 올라오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목욕을 끝낸다. 방으로 들어왔다. 방안은 일식느낌을 그대로 자아내고 있었다.
푸릇푸릇한 다다미에서 대나무향이 올라왔다. 네모난 코타츠2)안 물주전자에서는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침실 쪽도 다다미가 깔려 있다. 격자무늬에 하얀 창호지로 바른 창이 있고 창 옆에는 옷이 걸려 있다. 감청색으로 물들인 하오리였다.
여자의 것이었다. 특별한 날에 여자는 봉황이 수놓인 감청색 기모노와 하오리를 입었다. 감청색 기모노를 입고 여자는 소매 끝으로 섬세하고 가지런한 손을 내밀어 살포시 부채를 쥐고 있곤 했다. 다다미 위에는 흰 이불이 깔려 있다. 목화솜을 잔뜩 넣은 흰 자리요다. 남자와 여자는 흰 유카타를 입은 채 정좌를 하고 요 위에 마주보고 앉았다.
창호지문 건너 복도 쪽에 시중드는 여자아이가 앉아 있었다. 여자아이는 복도 마루에 무릎을 꿇은 채였다. 료칸 손님들이 부르면 언제든 여자아이는 시중을 들어야 했다.
“어젯밤에도 공습이었는데…….”
여자아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늘은 괜찮으려나......”
여자아이는 양 쪽으로 땋은 머리를 한번 쓸어보았다. 무릎 위에 양 손을 포갰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고개를 돌려 창호지 방문 쪽을 흘깃 보았다.
방 안에 촛불이 일렁인다. 남녀의 실루엣이 휘청거린다.
*
그 시각 군인들은 산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말들도 지친 듯해 보였다. 군인들은 윗몸을 일으켰다. 말의 배를 더 세게 조였다. 땀에 젖은 말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범종 소리가 들려왔다.
맨 앞 군인이 고개를 들었다. 희뿌연 빛 속에 묻힌 산 중턱. 수덕사의 기와가 보였다. 산중턱에는 눈이 채 녹지 않은 듯했다. 각반을 찬 다리로 말의 배를 찼다. 뱃가죽에 검붉은 피가 맺혔다. 말은 숨을 헐떡였다. 수덕사 기와 처마가 보인다. 곧 대웅전 아래에 당도할 것이다. 산길은 더욱 좁아지고 있었다.
*
“괜찮아?”
남자가 여자의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여자에게 곧잘 묻곤 하던 말이었다.
“…….”
여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이 격렬한 쾌락처럼 문풍지를 흔들었다. 마지막 밤 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생각했다. 법고 소리가 울렸다. 대웅전 아래 누각의 북이었다. 동안거에 든 스님처럼 천지가 얼어붙은 겨울 한 철. 스님들이 입을 봉하는 동안 한 시절은 또 지나갈 것이다. 북만이 홀로 울고 있었다. 스님 둘이 북을 쳐댔다. 북의 양쪽에서. 천지간이 다 울리는 듯했다. 남자와 여자의 세계는 엄숙한 신의 권위로 지켜지는 듯했다. 신성해 보였다.
수덕사는 몇 해 전에도 온 적이 있었다. 남자와 여자와 여자의 남편과 함께였다. 여자의 남편과 남편의 수하 몇 명과 여자의 몸종과도 함께였다. 그들은 검은 짚차를 타고 왔다. 일행은 덕산에서 온천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남자와 여자 그들 둘만이 다시 이 절을 찾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번에 그들은 말을 함께 타고 왔다. 여자를 앞에 태웠고 남자는 여자의 뒤쪽에 앉았다. 남자가 여자를 안은 채 말의 고삐를 잡았다. 여자의 남편이 몹시 아끼는 말이었다.
법고 소리는 깊고 웅숭했다. 가슴의 한 켠을 쓸고 내려갔다. 가슴 밑바닥을 치고 떠올랐다. 떠오르다 다시 밑바닥을 쳤다.
그날 덥던 여름날, 남자와 여자와 여자의 남편과 그 수하들과 여자의 몸종은 대웅전 법당에서 절을 올렸다. 승전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절을 올리고 돌계단을 내려오다 여자는 휘청했다. 비단옷 앞자락을 밟은 것이다. 돌계단은 길고 가팔랐다. 울퉁불퉁하고 위태로웠다. 햇빛이 강했고 여자는 현기증을 느꼈다. 여자의 몸종이 재빨리 여자의 허리를 잡아주었다.
흙 마당으로 내려와 일행은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셨다. 그때도 스님 둘이 번갈아가며 법고를 치고 있었다.
그때가 하안거였던가. 여자는 생각한다.
바람이 멎은 듯하다. 세상이 고요하다.
여자는 그윽한 눈빛으로 남자를 살폈다.
남자의 몸도 여자의 몸만큼 아름다웠다. 윤기가 나는 싱싱한 나무처럼. 여자는 남자의 하얀 유카타 속이 보이는 듯했다. 근육이 잘 붙은 어깨. 단단하고 봉긋한 가슴. 그리고 배. 허벅지와 허벅지 사이 웅숭한 털은 비밀한 그곳을 가려주고 있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목줄기에 입맞춤을 했다. 따뜻하고 촉촉한 긴 입맞춤이었다. 여자는 잠시 몸을 떨었다. 봉긋한 가슴골이 옷깃사이로 드러났다. 여자는 외가닥으로 묶은 긴 타래머리를 가슴에 드리우고 있었다. 남자는 긴 머리채를 여자의 오른쪽 어깨 너머로 넘겨주었다.
*
헌병들이 돌계단을 오른다. 급박하고 요란한 군화소리가 났다. 산중턱 눈은 녹지 않았다. 군화는 진흙범벅이 되어 있었다. 총자루가 군복과 부딪쳤다. 문지방을 때리는 쇳소리가 나고 마루를 밟고 오는 거친 군화소리가 뒤를 이었다.
문풍지 사이로 들어온 바람이 몸을 떨어댔다. 바람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남자와 여자는 동시에 방문 쪽을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격자무늬 창문이 열렸다. 귀를 찢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가 쏟아졌다.
총알이었다. 총알은 남자의 머리 쪽으로 날아들었다. 남자의 머리 쪽에서 피가 쏟아졌다. 붉고 싱싱한 피였다.
“아악,”
여자가 찢어질듯 비명을 질렀다. 피는 울컥울컥 울듯이 쏟아졌다. 남자는 이렇게 많이 운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흰 이불 위로 쓰러졌다. 핏물은 흘러 남자의 흰 유카타를 물들였다. 남자는 핏물로 범벅이 된 자신의 상체를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 깨어나자마자 자신은 죽어가고 있었다.
동안거다. 법고소리가 멈추었다. 총소리와 함께 절간이 떠나갈 듯한 절규가 연이어 솟아올랐다.
붉은 절규였다.
새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1부. 그로부터 8개월 뒤
쇼와(昭和) 20년 서기 1945년 8월 16일
일찍이 미영 양국에 선전포고한 까닭은 실은 제국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바라는 데서 나온 것이다…1930년 만주사변부터 시작된 15년간의 아시아 침략전쟁은 서양 제국주의의 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으며 진주만 기습공격은 미국의 포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적은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며 무고한 백성을 살상하였고 교전을 계속한다면 인류문명은 파괴될 것이다. 이에 전쟁이 끝났음을 일본 신민들에게 고한다.
- 1945년 8월 15일 정오 12시 경성 중앙 라디오방송, 일본 천황 히로히토 <종전조서> 중에서
경북 하양, 정오 대낮, 은실
며칠 전 상공에 연합군 폭격기가 몇 차례씩이나 날아갔다. B29였다. 폭격기는 만주 폭격을 위해 하루 종일 날아다녔다. 잠자리 떼처럼. 폭격기는 밤에도 쉬지 않았다. 어딘가로 향해 갔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경보가 울렸다. 마을 뒤편 언덕배기에 방공호가 있었다. 미루나무가 줄지어 있는 수수밭 옆길이었다. 수수밭 옆길을 따라가면 봄에는 허연 뱀 허물이 보이곤 했다. 아이들은 뱀 허물을 갖고 놀았다. 산은 붉은 흙만 가득했다. 솔뿌리를 캐서 산은 벌거숭이였다. 소학교 학생들의 숙제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언제나 ‘송탄 캐기’ 숙제를 해갔다. 그래서인지 소나무 찾기도 어려웠다.
산에는 놀 만한 것도 먹을 만한 것도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참꽃이 핀 나무 없는 야산에서 놀았다. 영양실조로 얼굴이 누렇게 뜬 채였다. 아이들은 군가를 부르며 먹을 것을 찾아다녔다. 공습경보가 울리면 사람들은 한달음에 방공호에 모여들었다. 수수밭 길을 지나 뱀 허물을 밟고 참꽃을 밟으며 달렸다. 소학교 학생들은 달려오다 게다를 흘리기도 했다. 발등 위에 일자 끈이 걸려 있는 게다였다.
한밤중에 공습이 있기도 했다. 방공호 앞 숲길에는 언제나 게다 몇 짝이 나뒹굴었다.
마을사람들은 방공호에서 굳은 표정으로 얼굴을 대했다. 만나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에고, 만덕이 아범이 뵈지 않는데 어디서 봤니 껴?”
“징용 간 지 한참이나 되었지러, 아매.”
“아, 그랬니껴.”
그러나, 방공호에서는 서로 말을 아꼈다.
방공호에 이는 흙먼지 냄새를 맡고 있으면 살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기도 했다. 방공호는 무덤 속 같았다. 어둠 속에서 눈만을 껌뻑였다. 긴장한 채 몸을 고양이처럼 웅크렸다. 웅크리고 있으면 폭격기 소리가 났다. 폭탄이 떨어져 방공호가 뒤집힐 수도 있었다. 시간도 웅크린 채 멈춰있는 듯했다. 폭격기가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기다리다 보면 선득하고 바람이 지나갔다. 사람들은 더욱 몸을 웅크렸다. 가슴을 졸였다. 지나가는 짧은 바람에도 그들은 옷깃을 여몄다. 생을 아껴야 했다. 공출이고 징용이고. 사람들은 더 빼앗길 것이 없었다.
은실은 가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경북 하양은 대부분 능금밭이었다. 고개를 드는데 이상한 무리를 보았다. 은실은 가위질을 멈추었다. 은실은 머리에 쓴 허연 수건을 끌어내렸다.
마을 초입 길 수수밭길이다. 미루나무 길을 지나 젊은이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환송회를 했던 젊은이들이다.
어제였다.
은실과 마을 사람들은 전쟁터로 나가는 청년들을 환송했다. 함안댁은 은실에게 징용에 나가는 마을 청년들 환송회가 마을 소학교 운동장에서 있다고 말해주었던 것이다. 은실과 함안댁은 함께 환송회를 하러 소학교로 갔다. 운동장은 이미 북적대고 있었다. 검정 무명옷을 입은 마을사람들이 허연 일장기를 흔들고 있었다. 세 해 전부턴가. 네 해 전부턴가. 이장 어른이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서는 물자가 귀하다고 했다. 흰 치마저고리를 모두 검정색으로 바꾸라고 했던 것이다.
- 천황폐하 만세~ 천황폐하 만세~
군중과 함께 있던 은실도 만세를 불렀다. 만세를 부르다 은실은 뒤를 돌아보았다. 갑작스런 냄새 때문이었다. 웅이 녀석이다. 담뱃내가 물씬 풍겼다. 담배경작조합 창고에서 수업을 한 모양이었다. 교실이 부족하다는 말은 듣고 있던 터였다.
은실은 자기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렸다. 시골동네로 내려온 이후 은실은 한두 가지가 불편한 게 아니었다. 경성에서 타던 전차도 차를 마시던 카페도 없었다. 시원한 칼피스도 먹을 수 없고 양장점에서 옷을 해 입을 곳도 없었다. 은실은 머리에 쓰고 있던 수건으로 제 몸을 털었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한 여름 대낮이었다.
은실 옆에 있던 웅이할아범이 신이 나서 말했다.
- 일본군이 이기고 있다 카대. 필리핀 레이테 섬인가에서 말이다. 대만 근해에서도 크게 이겼다 카고.
주재소 스피커는 매일 전황소식을 전해주었다. 일본군이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전황이었다. 운동장에는 할아범들 말고는 아낙들과 아이들이었다. 검은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낙들은 허연 중치마를 허리 위에까지 올라오게 입고 있었다.
- 전쟁터에 가거들랑 꼭 이기고 오거래이! 이겨야 한대이!
아낙들은 외쳤다. 머리에 쓰고 있던 수건을 벗어 흔들었다. 외치는 소리는 군악대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무대 아래 군악대는 신나는 연주를 이어갔다. 군악대 심벌즈는 챙,챙,챙, 점점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군악대 소리가 신날수록 청년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천황폐하 만세’라고 쓴 휘장을 엑스 자로 맨 채 땀이 누런 얼룩과 함께 옆 이마로 흘러내렸다. 청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빨간 종이였다. 천황이 내린 소집 영장 ‘아까가미’였다.
청년들은 ‘아까가미’를 손에 들고 높이 흔들었다. 함께 군가를 따라 불렀다.
- 거역하거나 도망가면 큰일 난다 안카나. 가족 모두가 주재소로 잡혀간다. 모진 고문을 당한다 카대.
은실이 세 들어 사는 주인집 함안댁이 말했다. 함안댁은 버려진 일인(日人)가옥을 수리해 은실에게 세를 주고 있었다.
여름 볕이었다. 먼지와 햇빛과 땀과 콧물이 뒤섞였다. 함안댁도 콧물을 훔쳤다. 얼굴들이 모두 진흙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은실은 능금나무 앞에 세워둔 사다리에서 내려왔다. 은실은 허리를 편 채 한 손으로 허리를 받쳤다. 한 손으로 이마 땀을 닦았다. 은실은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벗었다. 여름 볕이 강했다. 빛에 부신 눈을 가늘게 떴다. 은실은 황톳길을 따라오는 무리들을 다시 살펴보았다. 어제 운동장에서 환송했던 청년들이 분명했다.
과수원에서 일하던 마을 아낙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청년들이 말했다.
“일본 천황이 전쟁에 항복한다고, 돌아가라고 해서 돌아왔심더. 어제 환송회 할 때 이미 항복했다 카대예. 라디오가 없어 아무 소식도 못 들었다 아임니꺼.”
“일본이 항복했다고?”
아낙들이 수군거렸다.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해도 됩니꺼?”
마을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마을의 할아범들과 몇몇 사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런 소리 함부로 하면 안 된닷!”
웅이 할아범이 역정을 냈다.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서는 안 됩니더!”
은실 옆에서 서 있던 함안댁도 말했다. 모두들 두려운 듯 서로를 쳐다봤다. 어디선가 일본순사가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연합함대가 건재하는데 일본이 항복했을 리가 없심니더!”
마에하다 선생이 거세게 말했다. 그는 마을에서 유일한 중학교사였다. 그는 말을 덧붙였다. “내가 접 때 말했다 아입니꺼. 언젠가 세도내해에서 산더미보다 더 큰 군함을 보았다고. 정말 얼마나 놀랬는지 모릅니더. 연합함대는 무적함댑니더. 일본 해군은 세계 최강의 해군이라니까예!”
“일본이 이깁니더! 일본이 지면 우리 다 죽는 깁니더!”
언제 왔는지 교복을 입은 까까머리 중학생이 말했다.
그러자 청년이 빨간 종이를 북북 찢으며 말했다.
“일본 천황이 항복한다고 육성으로 방송했다 아닙니꺼, 그란데 무슨 말들이 이리 많응교!”
하고 쏘아붙였다.
은실이 머리에 쓰고 있던 흰 쓰개수건을 벗어던졌다. 한달음에 내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 사람들도 영문을 모르는 채 갈팡질팡 들을 하고 있었다. 항복이라니. 항복이라니. 그럼, 조선이 해방되었단 말인가. 은실은 흥분된 채로 내달리며 앞으로 자신의 갈 길을 가늠해보았다. 이젠 왜놈들 피해서 남자를 숨길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은실은 방안에 누워있는 남자를 생각했다. 그가 의식만 차린다면 은실은 무슨 일이든 할 작정이었다. 이제 일경이나 쥐새끼 같은 조선인 형사를 피해 숨어 지낼 필요도 없다. 경성으로 올라가 양말 기계공장이든 항라를 짜는 가게든 다닐 수 있다. 선술집이나 호떡집에 점원으로도 일을 할 작정이란 생각이 들자 은실은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우선 라디오에서 전황 소식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었다. 은실은 주재소로 가볼까 생각했다. 그러다 남자가 걱정이 되어 집으로 내달렸다.
함안댁 아래채였다. 은실은 아래채에 방을 얻어 지내고 있었다. 마당 건너편 쪽 와가(瓦家)에 다다미를 놓아 일식으로 만들어놓은 방이었다. 집으로 향하며 은실은 생각했다. 조선 해방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남자가 깨어만 난다면. 은실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왔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어도 남자는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어쩌면 영원히 못 깨어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은실은 좀 전의 흥분된 마음이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녀는 달리던 걸음을 천천히 멈추었다.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남자가 눈을 떴다. 세상은 밝은 빛이었다. 남자는 자신이 누워있는 곳이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새하얀 창호지에 꽃잎을 바른 문살이 보였다. 꽃잎을 바른 문살 사이에서 밝은 빛이 새어 들었다. 빛이 눈을 찌른다. 남자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버린 듯했다. 남자는 자신이 누워 있는 방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미닫이 열린 문 틈이다. 툇마루가 보인다. 방문 앞 툇마루에 슬리퍼가 놓여 있다. 붉은색으로 봐서는 여자 것이 분명했다.
방은 다다미 15장 정도의 넓이다. 남자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다다미의 푸릇푸릇한 향기가 가슴에 꽉 들어찼다. 벽장 쪽에 오동나무장롱과 반닫이가 놓여 있었다. 벽에는 걸린 옷가지를 덮고 있는 흰 옥양목 천이 보였다. 나지막한 서랍장과 앉은뱅이 나무 책상. 책상 위에는 몇 개의 사진 액자와 등잔이 놓여 있었다. 방안에는 약한 기름 냄새와 연한 분 냄새가 났다.
미닫이문이 천천히 열렸다. 고운 얼굴빛의 한 여인이 들어왔다.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여인은 채반 위에 놋그릇 한 사발을 들고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보고 불에 덴 듯 깜짝 놀란다. 여자는 남자가 깨어난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고머니나. 이제, 정신이 들어요?”
“……”
“깨, 깨어난 거 맞죠?”
여자는 말을 더듬었다. 믿기지 않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여자는 엉겁결에 놋사발을 털썩 방바닥에 내려놓았다. 남자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순간이다. 심한 두통이 찾아왔다. 남자는 신음소리를 내며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직,”
여자는 목소리를 떨었다. 걱정스런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남자에게 다시 자리에 누우라며 등을 한 손으로 받쳐주었다. 남자는 여자의 부축에 몸을 맡기다 안 되겠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켰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
“그래요, 여긴 우리집…….”
남자는 양미간을 찡그렸다. 여자는 남자가 인상을 찡그리는 바람에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남자가 양미간을 찡그린 것은 방문 틈으로 들어온 햇빛 때문만은 아니었다. 안개 같은 둥실한 것이 방안 가득 흘렀다. 어떤 막연함 같은 것이었다. 남자는 막연했다. 남자는 막연한 듯 허공을 둘러본다.
“여기가, 여기가…….”
남자는 말을 채 잊지 못한다. 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극한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누구시오? 왜 나와 같이 있는 거지?”
이번에 여자가 양미간을 찡그렸다. 여자는 얕은 실망을 느끼려는 스스로를 애써 위로했다.
“나를 모른다는 건가요? 내가 누군지 모른…….”
여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남자가 급하게 말을 이었다.
“난, 난 누구요?”
여자는, 정말 당신이 누군지 모른다는……라고 말하려 하다 입술을 깨물었다. 남자가 세상의 문으로 들어서려면 어쩌면 긴 시간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여자는 남자를 치료하던 의사의 말이 떠올랐다.
남자는 여자의 안쓰러운 표정을 보았다. 남자는 상처받은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상처받은 듯 자기 내부를 응시하는 표정이다. 방금 자기 자신을 떠나왔거나 떠나보낸 것 같아 보였다.
남자는 다시 한 번 “내가 누구요?” 라고 물었다. 남자의 내부에는 자기가 없는 게 분명해 보였다. 여자는 한참동안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남자 얼굴은 슬픔과 실망과 막막함으로 가득했다. 슬픔과 실망은 메아리가 되어 남자의 가슴 속으로 파고 들었다.
“나는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
남자는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순진하게 길을 걷다 모퉁이에서 불현듯 누군가와 심하게 부딪친 사람처럼 남자는 머리를 감싸 쥐었다. “생각나지 않아, 내가 누구인지.” 남자는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남자는 스스로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조차 몰랐다.
여자가 말했다.
“생각나지 않아요? 정말?”
여자가 다시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같이 살아온 시절도 생각나지 않나요?”
남자의 동공이 커졌다.
남자는 여자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당신은 이해랑이에요. 난 당신의 아내 조은실.”
남자는 이해랑, 이해랑, 이해랑을 몇 번씩 중얼거려보았다.
“설마 나까지 기억하지 못하는 건…….”
안타까움으로 은실의 눈가가 가늘게 떨렸다. 은실의 눈가에 작은 이슬이 맺혔다. 은실은 손가락을 떨며 해랑의 손등을 덮었다. 해랑은 은실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뺐다. 은실은 약한 한숨을 내쉬었다.
해랑은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여자를 안심시켜야 할 듯했다. 해랑은 은실의 손을 잡아주었다. 해랑은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었다. 자신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의식을 잃고 누워있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비로소 은실은 고와진 눈매로 살포시 눈가의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을유년, 팔월하고 열엿새 날이어요.”
“몇 날이나 나는 잠을 잤을까.”
그러자 은실은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런데 해랑 씨, 그거 알아요? 우리 조선이 해방이 되었어요! 일본으로부터 독립을 했다구요!”
해랑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은실의 어깨가 조금씩 떨렸다.
해랑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은실이 물었다.
“왜, 그래요?”
“머리가, 머리가 아파.”
해랑이 말했다.
다시 머리를 움켜쥐었다.
기억은 도달할 수 없는 미래처럼 보였다. 옛일들은 멀어지기만 하는 듯했다. 과거는 바라보면 볼수록 모호했다. 아무리 애써도 기억나지 않는 꿈처럼. 삶이란 모호한 기억들과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해랑은 생각했다.
은실은 애써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의사선생님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 말했어요.”
“만약 과거를 기억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반 년 넘게 잠들어 있었다구요.”
“시간이 나를 어딘가에 내려놓고 저 혼자 가버린 거야.”
“이제 깨어났으니……”
“그래서?”
“다시 그 시간을……”
“어떻게?”
“따라가서 잡을 수 있어요.”
“못 따라가면?”
“조급해 하지만 않는다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시간은.”
“해랑 씨!”
“해랑이라 부르지 마!”
“왜요?”
“낯설어!”
“당신 이름이에요!”
“난 내가 누군지 모르겠소!”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소설『해랑』중에서
|소설부문 수상소감|
부끄러운, 부족한, 부조리한 삶에 대한 글쓰기
김용희
<포레스트 검프>란 영화의 첫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이큐 75인 검프가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있습니다. 카메라가 하늘 쪽에서 천천해 내려오면서 허공중에서 깃털하나가 낙하하는 모습을 따라 갑니다. 깃털은 검프 발아래로 떨어지고 검프는 발아래 떨어진 깃털을 줍습니다.
어쩌다 깃털이 검프의 발 아래로 떨어지게 된 것일까요?
그것은 우연일까요? 필연일까요? 검프는 자신의 발아래 떨어진 깃털을 줍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여정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연이면서 필연과도 같은 인생을요.
제가 소설을 쓰게 된 것은 어쩌면 인생의 수많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릅니다.
내 안에 어떤 결핍이 소설을 쓰게 했을까요?
처음 소설을 썼던 때는 박사과정 초반이었던 서른 살 무렵이었습니다. 단편 서너 편을 써놓고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재빨리 소설쓰기를 멈추었습니다. 이제 저는 먼 시간의 여행을 하고 서른 살 무렵의 글쓰기로 돌아온 듯합니다.
이야기를 만들고 문장을 짓는 작업은 힘들고 외로운 일입니다. 대체 내가 쓰고 있는 이 소설작업이 제대로 하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구심이 수 년 동안 늘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던 차 2014년 어느 소설가로부터 제가 통영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단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최종심에 올랐었던 말만으로도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뜻밖에 2014년 황순원신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2016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놀랍고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2006년에 <불교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부분에 당선되었는데 다시 십년 만에 소설로 현대불교문학상을 받게 되니, 불교계와의 인연이 저는 꽤 깊은 것만 같습니다. 이런 영광을 무엇으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수상소식을 들은 날 밤잠을 못 잤습니다.
내가 소설을 쓰는 일은 누군가의 가슴에 끝없이 타전을 보내는 일과 같습니다.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소식은 마치 내가 어두운 먼 우주 속으로 보낸 무수한 타전에 누군가 화답을 보내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람 거친 폭풍 속에서 흔들리는 촛불 하나 들고 서 있는데 누군가 “괜찮아,”하고 내 어깨를 토닥토닥 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무엇보다 현대불교문학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세상이 고통의 과정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한 자비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이고 지고 살고 싶었거든요.
제 장편 소설<해랑>은 일제강점기 밀정(密偵), 즉 스파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체제의 강요 속에서 조국을 선택해야 할지.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선택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이중스파이 이야기입니다. 제 소설을 읽는 누군가, 좀 있으면 최동훈 감독 영화가 나오는데 제 소설의 모티브와 비슷하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이 영화<암살>이었습니다. 모티브는 비슷하지만 내용은 다릅니다.
저는 식민지 시기, 일제 말과 해방공간에서 조선인이 겪어야 했던 정체성 혼란과 절망에 대하여 가끔 생각합니다. 절체절명에 처한 조국, 그리고 해방된 조국에서의 혼란. 이 격동기에 살았던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1930년대 말에서 1940년 말까지. 그 격동기의 조선에 백성의 반이 친일을 하고 반은 배신을 하고 반은 밀고를 하며 반은 회절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유죄의 증거가 되는 끔찍한 시절. 조선인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부조리’‘삶의 불완전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천재 피아니스트이자 비밀애국단의 스파이이자 일본인 주군의 아내와 연인사이였던 한 조선인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족한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큰 절을 올립니다.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상을 마련한 관계자 여러분, 《불교문예》. 심사를 맡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합장.
김용희 | 1964년 대구 출생. 1992년 계간 <문학과 사회> 문학평론 데뷔. 200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 당선. 단편소설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 장편소설 <란제리소녀시대> <화요일의 키스> <해랑>이 있음. 단편 <수염 난 여자>로 농어촌희망문학상, 황순원소나기신진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현재 평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소설 부문 심사평|
장영우
김용희는 1964년 대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학과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평택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시인, 소설가이다. 그는 박사과정 중 『문학과사회』(1992)를 통해 평론가로 데뷔하여 『기호는 힘이 세다』•『천국에 가다』 등 평론집을 상재하였고, 2004년 제15회 김달진문학상(평론부분)과 2009년 제20회 김환태평론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시조 부문에 당선하였고 2009년 『작가세계』 소설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문학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는 2011년 제1회 농어촌희망문학상 공모전에도 응모하여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2013년 『국민일보』에 장편소설 『해랑』과 『작가세계』에 장편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를 연재하는 등 현재 소설가로 역동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작인 『해랑』은 일제에서 해방된 뒤 기억을 잃은 한 지식인의 과거를 추적하는 흥미롭고 도발적인 상상력을 통해 위기의 시대 지식인의 존재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문제삼고 있다. 감각적이고 긴장감 있는 문체로 서술되는 『해랑』은 김용희의 소설가적 재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하며 현대불교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첫댓글 김용희 선생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