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 붓다의 과학 이야기
김성철 지음
2561. 10. 15
제1부 불교로 푸는 진화와 뇌
17 플레시아다피스의 다섯 발가락
(손가락과 발가락의 기원과 개수)
말이 걷는 모습을 사람에 빗대어 설명하면, 뒤꿈치를 들고서 가운데 발가락 하나만으로 땅을 딛고 걷는 꼴이다. 다섯 발가락 중에서 가운데 발가락만 길게 발달하였고 그 끝에 붙은 발톱이 두툼해져서 발굽이 되었다. 편자를 박는 곳이다. 진화생물학적으로 표현하면, 가운데 발가락이 보다 굵고 발톱이 보다 더 두꺼운 개체일수록 생존에 유리했기에 자손을 남길 확률이 높았다. 가운데 발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발가락 네 개는 점점 퇴화하다가 사라져버렸다.
빨리 달리는 동물일수록 발가락이 단순해진다. 발가락을 낱낱이 이용하여 땅을 짚으며 걸으면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네 발로 재빨리 땅을 밀치기만 해야 포식자를 피해서 겅중겅중 뛸 수 있다. 조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새의 발가락은 대개 넷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새, ‘타조’는 브이V자로 갈라진 굵은 발가락 두개만 남아 땅을 차며 뛴다.
고양이나 토끼나 악어는 앞발에 다섯 개, 뒷발에 네 개의 발가락이 달렸다. 개구리와 다람쥐는 이와 반대로 앞발가락이 네 개, 뒤발가락이 다섯 개다. 도마뱀과 이구아나는 앞과 뒤 발가락이 모두 다섯이다.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는 발가락도 다섯이고 손가락도 다섯이다. 발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와 무게중심의 위치에 따라서 발가락 수에 가감이 있게 된다.
이들 육상동물 모두의 공통조상은 육기어류였다. 육기어류의 지느러미는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졌으며 배를 젓는 노와 같이 한 덩어리였다. 그저 균질의 물을 밀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포식자를 피해서 수심이 얕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강바닥의 흙이나 모래, 돌멩이와 같은 고체를 뒤로 밀면서 앞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지느러미 말단의 근육에서 분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암벽등반을 할 때 손으로 바위를 짚은 다음에 어느 손가락이든 걸리는 부분을 당기면서 기어오르듯이, 뼈와 근육질로 된 육기어류의 지느러미로 불규칙한 강바닥을 효과적으로 긁어 밀면서 전진하려면 그 말단의 뼈와 근육에 분화가 일어나서 위치에 따라 제각각 놀아야 했다. 지느러미 말단에서 발가락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림에서 왼쪽은 데본기인 3억 7천 5백만 년 전에 살았던 ‘육기어류’인 틱타알릭Tiktaalik의 지느러미이고, 맨 오른쪽은 그 보다 1천만 년 정도 이후에 살았던 ‘최초기의 육상 사지동물’인 툴레르페톤Tulerpeton의 발이며, 가운데는 양자를 매개하는 아칸토스테가Acanthostega의 발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틱타알릭의 지느러미 끝에서 잡다하게 조각났던 뼈가 아칸토스테가에서는 여덟 개의 발가락으로 분화하였고, 툴레르페톤에서는 여섯으로 수가 줄었다. 그 후 사지동물들이 본격적으로 육지를 기며 발가락 수가 다섯 개 내외로 정착하였고, 진화를 거듭하면서 몸무게와 속도, 용도에 따라 앞뒤의 발가락 수가 달라졌던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손가락과 발가락이 모두 다섯인 이유는, 포식자를 피해서 나무 위에 올랐던 공통조상의 앞뒤 발가락이 모두 다섯이었기 때문이다. 몸통길이 6cm, 꼬리 6cm 정도의 조그만 포유류로 이름은 플레시아다피스Plesiadapis다. 약 7천만 년 전의 일이다.
법주도서관 불교예술방
종진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