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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 章
二年만의 邂遇, 月下의 情炎,
밀실-
칙칙한 암흑 속에 한줄기 유등만이
귀기스런 혈루(血淚)를 흘리고 있다.
밀실 안에는 삼인(三人)이 정좌해 있었다.
이남일녀,
그들은 서찰이 수북히 쌓여있는 피빛 탁자를 사이에 둔 채
말이 없었다.
백의노인, 그의 머리는 보통사람의 두배는 됨직했다.
간간히 번뜩이는 안광 속으로
호수처럼 잔잔한 심유함이 차갑게 일렁인다
. 회색의 동공은 무엇인지 모를 곤혹감에 젖어 있는이 인물,
뇌천작(賂天爵)-쌍뇌사혼자(雙賂邪魂子) 북궁기(北宮奇)!
정도의 파멸 계획인 호천멸살천일지계를 만든
악마(惡魔)의 뇌,
바로..그였다
. 지옥십대혈작 중 서열 육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도사상 초유의 천뇌를 지닌 인물이었다.
사도(邪道)의 사뇌양성소라 일컬어지는
사뇌천혈각(邪賂天血閣)의 각주(閣主),
그의 쌍뇌에 담겨져 있는 삼만 육천 종의귀계(鬼計) 혈책(血策) 중
일절만 쓴다해도 천하를 혈세할 수 있다는
공포의혈뇌를 소유하고 있는 지옥혈벌의 총군사이기도 하다.
그의 전면에는 한 명의 혈의 복면인이 단좌해 있었다.
구 척은 됨직한 거대한 체구,
그의 얼굴은복면에 가려져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지, 피빛으로 물든 혈광(血光)을 분출시키는 그의 눈!
오오...섬뜩한 정도로 차갑다.
한(恨).. 피
혈의 복면인의 눈에 투영되고 있는 모든 것이었다.
심장마저도 얼려버릴 듯한 한(恨)의 기운과.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을 얼어죽일 듯한
피의 환상만이 일렁이는 괴인,
신비혈작(神秘血爵)-신비대야(神秘大爺)!
지옥십대혈작 중에서 서열은 비록 구위였으나..
천마대작도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고 알려진 신비인,
그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는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는다.
천음후-천음서시 소옥령!
자색의 궁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여인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가슴엔 한 개의슬(瑟)이 조용하게 안겨 있다.
전설의 음문(音門)인 천음문(天音門)의 마지막 후예인
음공의 최강인!
마라천황술로 펼치는 천붕멸살음폭강은
환우최강의 음강이었다.
조그만 동산 하나쯤은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무적음공의 소유자- 천음서시 소옥령!
그녀는. 신비대야 만큼이나 신비로운 여인이었다.
이들 삼인(三人).
일인(一人)만으로도 천하를 떨어울릴 그들의 표정은
제각기 달랐다.
신비대야는 감정이 사그라진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침묵을 깨뜨린다.
"으음! 이 상태로라면 이미 호천단혈맹은 붕괴되었군!"
"동감이에요!
거기에..나머지 칠대혈작이 본벌의 반대세력들을 척멸하고 있으니...
이제 중원은 본벌의 천하가 되었어요!"
천음후천음서시 소옥령은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비대야가 그녀의 말을 받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가.. 천하군림의 시작이오.
변황과..남해, 동해..
우리들의 적은 먼곳에 있는 그들이오!"
"아니야...!"
문득, 뇌천작- 쌍뇌사혼자 북궁기가 머리를 저었다
. 그의 심유한 동공에는 곤혹의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상해.. 이렇게 쉽게 무너질 호천단혈맹이 아닌데.."
그는 큰 머리를 흔들었다.
"더우기..그들의 수뇌진이 잡혔다는 말은 없었다.
혜천성녀 단리운혜와철사자 담운룡...
그들의 최후 사천공격 중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다.
다른 사람들은 승리에 도취해 간과한 사실을
북궁기는 날카롭게 지적해내고 있었다.
"정작 싸움은 이제부터라 생각했거늘..
나는 그들을 궤멸시키는데 일천일의 시한을 잡았다!"
천정을 올려다보는 그의 동공으로는 수많은 상념이 엇갈리기 시작했다.
"호천멸살지계를 펼친 지 칠백 일박에 지나지 않았거늘.."
그런 그를 바라보며 천음서시 소옥령은
별걱정 다한다는 투로 가볍게 입을열었다.
"육좌께선 호천단혈맹을 너무 강하게 보았어요."
그녀는 손을 들어 입술을 가리며 나직히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그런 허수아비들을
소녀의 일천천음학살무희군(一千天音虐殺蕪姬軍)과
신비대야 구마의 일만신비혈야군단을 투입하려 했으니..!"
그녀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 연실 까르르 웃었다.
도저히...지옥십대혈작이라는 공포의 대명사를 떠올릴 수 없는
순진무구한 해맑은 웃음!
허나,
북궁기는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았을 뿐
일언의 대꾸도 없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손은 탁자위에 놓여진 몇개의 서찰을 집어들고 있었다.
방금 날아든 전서..
<호북평정!
본벌 거부하던 호북무림의대혈벌정무맹(對血閥正武盟)
박살냈음.
포로 팔백 육십.. 본 천살각 피해는 사상자 팔십 오,
마마혈천강기 일백 구 전원 무사.
천살도객(天殺屠客)>
<크크! 육제! 본좌는 일천사사천혈강시로
신강(新彊)을 완전히 장악했다.
일천을 죽이고 삼천을 포로로 잡았다.
십일(十日) 후 돌아가겠다.
겁황혈마제(劫荒血魔帝)>
북궁기의 손안에 있는 서신들은
모두 중원전역에서 날아든 피의 혈첩이었다.
툭! 그는 더 볼것도 없다는 듯 서신들을 모두 탁자 위로 던지며
의자에 깊숙히 신형을 묻었다.
"으음...! 이럴리가 없거늘... 뭔가 이상하게 흐르는군!"
그는 눈을 내리감으며 중얼거렸다.
"크! 애초부터 호천단혈맹정도는 본벌의 적수가 아니었소!
육좌는 너무 그들을 강하게 의식했소!"
신비대야의 냉오한 말에도 북궁기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삼 백일 전만 해도 호천단혈맹은 목숨을 걸고 저항했다.
그런 그들이..
그때부터 쉽게 무너지고 있다! 아무런 저항도 않은 채..)
북궁기는 한 가지 의혹을 풀고자 생각에 골몰했다.
그러나, 현실은...
호천단혈맹의 확실한 몰살이 속속 드러나고 있었으니..
푸- 드득!
북궁기는 한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들자
상념을 깨며 소옥령이 건네주는 전서를펴보았다.
"으음....! 기어코 또 일을 저지르는군!"
그의 눈가로 언뜻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초급보! 본벌의 인물들만 죽이든 천마대불종이
무창 근처에 나타났음!
취라황금성의 소공녀인 천보공녀(天寶公女) 금교교를 납치할 찰나
천마대불종에게 빼앗김.
본종은...수치스러운 일이나 패퇴했으며,
이백 구의 녹혈독종독인이 그의 일장에 한 줌의 혈수로..
살황독마존(殺荒毒魔尊) 서(書)>
전서는...지옥십대혈작 중 서열 칠위 독혈작-
- 살항독마존이 보내온것이었다.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군!"
북궁기는 전서를 내려놓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천하를 정리했다고 하는 이때에 그가 나타나 방해를 하다니..
더우기천보공녀를 납치하려고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취라황금성과도 편치 않겠군!"
생각을 굴리던 그는 시선을 돌려 두 사람을 직시했다.
"아무래도 두 분이 가주셔야겠소이다!
천마대불종을 죽이던가.
끌어들이든가는 두 분의 재량에 맏기겠소!"
그의 말에 천음서시 소옥령은 반짝 이채를 발하며 입을 열었다.
"천마대불종이라는 자가...
신비대공과 소녀가 합세해야 할만큼 막강한가요?"
약간은 자존심이 상한 듯한 날카로운 교음,
북궁기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끄뜩였다.
"그렇소! 이백 년 전..그의 적수는 없었소!
이백 년이 지난 그의 무공은 더욱 막강한 경지에 올라 있을 터..."
"알겠어요. 육좌!"
소옥령은 조용히 교구를 일으켰다.
"그자가 얼마나 강한지 한 번 보겠어요.
가볼까요. 신비대공?"
신비혈작- 신비대야는 묵묵히 신형을 일으켜 세웠다.
"그럼...!"
소옥령은 북궁기를 일별하고는 실내를 빠져 나갔다.
스- 으..! 흡사,안개가 햇살에 밀려나가듯 그들은 사라지고..
장내는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우연인가?
중원의 일을 마무리지으려는 순간에 그가 나타나다니.
그가이끄는 악마사원(惡魔寺院)과 천불사(天佛寺)의 잠력은
천불애와 맞먹는다고알려진 거대한 세력.."
문득, 북궁기의 입가로 사악한 마소(魔笑)가 안개처럼 피어 올랐다.
"흐흐흐! 천마대불종...구좌와 십후에 죽을 정도라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그가 생각보다 막강하다면.. 끌어들여야 한다!"
슥-! 그는 천천히 신형을 일으켜 실내를 걸었다.
뚜-- 뻑!
"흐흐흐! 잘하면.. 뜻밖의 막강한 힘을 얻겠군!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이 기대되는데..."
미소.사악한 죽음의 미소가 장내를 암울하게 채운다.
그 사소(邪笑)의의미는..?
또 지옥삼혈관문(地獄三血關門)이란..?
*
동정호(洞庭湖)-
중원 오대호 중 하나인 중원최대의 호수(瑚水),
끝이안보일 정도로 넓은 수면으로
형형색색의 가선(佳船)들이 노닐고.
풍광에취한 묵객들의 시송이 흐드러진다.
편월(片月)의 잔광(殘光)이 비치는 속에서,
어둠에 싸인 화원이 드러났다.
아름다운 가호(佳湖)와 주위에 산발한 기화요초들..
달은..현공(玄空)에도 피었고, 가호의 수면에도 비춘다.
또하나, 현공의 달보다도, 가호속에 잠든 달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떠 있는 달..
현공을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는
미인의 아름다운 속눈썹에 감춰진 월령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만큼 아름다웠다.
부서져 버리는 은하의 폭포수 속에 서 있는 월녀,
만화가고개를 숙이고, 대자연도 숨을 멈춘다.
뒤늦게개화하는 국화마냥
이십 이세쯤 되어 보이는 여인의 옥용은
완숙미와 아울러 정결스러움이 베어있었다.
여인... 한송이 국화꽃과도 같이 청조하다.
혜천성녀(慧天聖女) 단리운혜(端里雲慧),
호천단형맹의 군사인 여인이었다.
문득 그녀의 맑은 눈망울에 한 줄기 그리움이 솟구쳐 오른다.
"린...!"
한줄기 옥음이 새어 나온다
. 달은 어느 덧 한 인간의 영상을 담고 있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사내...
말의 용트림과도 같은 야성미를 지닌 사내...
약간은 짓굿고 고집스러우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도아깝지 않을
사사린의 미안이 거기 어리고 있었다.
사르륵..!
단리운혜의얼굴위로 환한 미소가 어린다.
"사랑해요. 린..."
사랑에 빠진 여인 단리운헤,
헌데, 어둠의 일각에서 그녀를 주시하는
한쌍의별빛 같은 눈이 있음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운혜누님..그대가 나를 그토록 생각해주다니..)
환희..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신형을 떨고 있는 인영..
처마의 어둠에파묻혀 장승처럼 서 있는 백의 미청년이 있었다.
사사린...바로 그였다.
(아아...나의 여인...)
사사린은 물씬 사랑의 불길이 치솟음을 느끼며
신형을 움직였다
. 순간, 상념에 젓어 있던 단리운혜는
문득 이상함을 느끼며 교구를 돌렸다.
"누구...?"
그녀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치기 어린 미소와 아울러 장부의 강인함을 물씬 풍기는
미청년의 모습이 눈으로 흡입되고...
"당신.. 사린..."
단리운혜는 교구를 파르르 떨었다.
사사린은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격동과 사랑의 전류가 두 사람 사이를 흐른다.
"운혜누님...!"
"사린...!"
누가 뭐라지도 않았건만 두 사람은 서로를 격하게 끌어 안았다.
"사...린.. 흡!"
여인은 말을 하지 못했다.
입술이 막혀 있는데 어찌 말을 할 수 있으랴.
(아아... 사린..)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여린 꽃잎을 타고 흘러들어 온다.
입맞춤,
단리운혜는 정신이 아득해져 옴을 느꼈다
. 영겁을 떨어지지 않을 듯 하던 두연인
, 문득, 사사린은 그녀의 교구에서 신형을 떼었다.
한참 황홀지경을 해메든 단리운혜의 시선에 의혹이 어린다.
한데,
"응, 운혜누님의 나신을 보고 싶은데?"
사사린의 약간 짓굿기도 하고 투정도 석인 말에
단리운혜의 옥용은 노을처럼물들어 갔다.
"아이...여기서 어떻게.."
월하의 팔등 미녀라..
"어서! 사린은 보고 싶은데..."
사사린의 채근에 단리운혜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하늘 같은부군의 명을 어찌 거역하랴.
(저 분이..원하시는 것이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을 사내가
보여달라고 하는 데야.
단리운혜는 천천히 옷 고름으로 교수를 가져갔다.
이윽고.. 툭! 투툭! 사르르르.
매미가 허물을 벗듯,
단리운혜의 백옥빛 살결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사린은 넋을 잃고 말았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사이로
마음껏 개화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한 떨기 국화...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않던 사사린이 아닌가?
그런데...
그의 손이 파르르르 떨리게 할만큼
단리운혜의 나신은 폭발적인 미염(美艶)을 간직하고 있었다
. 빙기옥골의 피부...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가슴의 융기와
그 위에 수줍게 떨고 있는 붉은 앵두,
끊어질 듯 가는 세류요...
그아래.. 풍요롭게 벌어진 둔부가 절로숨을 죽이게 만든다.
팽팽하게 탄력이 넘치는 우유빛의 옥주,
하복부의 끝..
아아... 미끈하게 뻗어내린 허벅지 사이의 비림.
부드럽게 소담스럽게 덮여있는..
형언 할 수 없는 유혹을 담고 있는 비궁이여..!
"으음...!"
사사린은 저절로 침음성을 삼켰다
. 혈기왕성한 뇌정벽력,
일순, 그의 아랫배에선 불끈 화염이 치솟았다.
"후훗! 운헤누님의 몸은 정말 아름다와.."
상긋 미소를 지으며 사사린은 단리운혜의 몸을 덮썩 안는다.
"사린...."
단리운혜는 낮게 바음을 토하며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여인의 성(性)...
정랑을 기다리며 굳게 닫혀 잇던 여인지문이 활짝 열리고..
잔인한 해일이사정없이 원시의 비림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
팽팽하게 솟아오른 둔덕이힘겁게 눌러지며...
일순...너무도 오랜만에 받아드리는 정랑의 거대함에 느껴지는 아픔...
허나, 그것은 이내 사랑의 희열로 뒤바뀐다.
굶주리고갈증에 허덕였던 만남..
처음엔 당연히 불협화음의 연속이엇던 악기가
예인(藝人)의 섬세한 손가락에 다듬어지자 점점 가음으로 변모한다.
사랑의 소야곡은 밤하늘을 수놓고,
얼굴을 내밀던 편월도 부끄러운 듯 구름 속으로 머리를 감춘다.
이 밤, 좋은 밤이었다.
끝
다음은 2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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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