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진가는 길
-요의
-무지개
왕진가는 길 외 2편
서둘러 채비를 하여도 달빛은 멀리 있다
하늘에 별들이 희미하게 구름으로 채색되어지고
찬 달빛은 무심한 구름을 춤추게 하고
소나무 울창한 숲에는 부엉이 우는 으스스한 풍취
왕진가방 둘러메고 달리듯 급히 가는 발걸음
낮이든 밤이든 성실히 달려가
상태를 눈으로 보고 진맥을 하여
처방하는 일은 한시라도 늦출 수 없는 의술의 길
왕진가는 길은
고귀한 헌신으로
사람이 사람을 구하는 길
왕진가는 길은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랑을 실천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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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의
뒤척이다 잠이 들었는데
요의가 찾아오면
비몽사몽 중에도 잠을 깼다
눈꺼플은 달라붙은 듯 올라가지 않았다
눈을 뜬 것도 아니고
눈을 감은 것도 아닌 것이 지금이다
참는다고 참을 수 없는 요의는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거울에 비친 낯선 사내가
초라하게 서 있을 뿐이다
힘없는 포말이 부셔지며
적막의 시간에 파문을 일으킨다
날이 밝기 전에 몇 번을 반복할지
남자의 자존심이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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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영롱한 아름다움에 눈부셔
황홀해 도취되어 바라만 보았어
서서히 희미해지는 너는
다음에 볼 수 있다는 미련을 놓고 갔지
멈추지 않는 시간
앞으로만 가는 인생
끝의 시간도 볼 수없이
우리는 잊혀지겠다
무지개를 쫓아다니다
무지개처럼 살아질 거야
그런 이유라면 우리는
무지개 같은 존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