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제 즈음 다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하네요.
합미산성 성벽 위로 올라가야할 거 같긴한데...
돌에 눈이 제법 덮여 있어서...조심스럽습니다.
무너져 내린 돌길 위로 올라가서 보니.
이쪽은 산죽이 뒤엉켜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린 눈까지 산죽을 덮고 있어서
길 뚫기가 만만치 않고...
눈의 무게에 산죽이 꼬꾸라지기 일보 직전.
시그널이 산성 위쪽으로~
다시 눈 덮여 있는 산성 돌무더기 위로 올라서서
혹시라도 발이 돌 사이로 빠져들까
한발한발 천천히~ 옮겨 갑니다.
합미산성 아래로 내려서니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며
끝난 게 끝난 게 아니라며...
산죽과 바닥에 돌들이 주위에 쪼매 더 포진해 있더라구요.
철탑이 보이며, 팔공산에 왔구나 싶어지며
발길이 빨라집니다.
등로 왼쪽으로 살짝 돌아 올라서면 정상석 넓은 터가 나오네요.
팔공산 정상석 위에 누군가 눈 무더기 달랑 두개 얹어
눈사람이라고 만들어뒀는데
타키님과 제가 또 이 모습을 보고 그냥 갈 수가 없어서...
짜잔~ 눈코입 두 팔과 머리까지~
사랑스러움에 뽀뽀 한번^^
걷다보니 위로 꽤 넓은 공터가 ~ 이곳은 뭐하는 곳인고~
팔공산 헬기장.
바닥에 H라고 파놓고 가야하나??
천상데미가 어디쯤 있으려나...
산위의 정자가 보이네 안보이네... 옥신각신합니다.
방장님이 서구이재에서 역으로 올라와서
함께 서구이재 방향으로 갑니다.
어제의 흰쌀가루 같던 눈이
사람이 밟은 곳은 서서히 녹으며 질퍽거려졌어요.
오늘은 날이 확실히 어제보다 포근해졌습니다.
전북 진안과 장수의 경계가 되는 서구이재
주차장에서 전주의 사자자리(신동남)님께서
지원 준비해와 주신 고깃국
차 두대가 바람을 제법 막아주어 아늑하게 식사 합니다.
지원의 정석이라 불러도 될만큼 완벽했던 식사
근데 왜 저만 꼬맹이 같은 걸까요?
타키님과 사자자리님, 그리고 저(깽이)
사자자리님 마음 써주심에 깊이깊이 감사합니다.
지원 최고예요^^
이제 서구이재에서 올라서면 천상데미 삿갓봉을 지나
신광재까지 가야합니다.
날씨가 조금은 포근해져서 등로 길이 좀 좋아지려나 했더니
그건 기우였네요.
눈 속에 혹시 뭐 다른거라도 숨겨놔서 저렇게 높이 쌓였나 싶습니다.
섬진강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봉우리란 뜻의
천상데미(데미는 봉우리)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는 데미샘이
이곳 천상데미 인근에 있지만
언젠가는 가보겠노라 다음을 기약하며
데미샘은 패스~
방장님 후기 보면 섬진강물이 깨끗하다는데...
그 물길도 궁금해집니다.
천상데미의 정자는 바람을 막으려 세워 놓은 판자가 덜커덕거리며
여기서 쉬었다 가면 안돼~ 어쩐지 좀 공포스러움을 줍니다.
천상데미 정자 바로 앞의 이정표
천상데미봉 1021
편안하게 내려선 오계치
내려온 천상데미 방향이구요.
진행해 갈 삿갓봉(성수산과 마이산) 방향입니다.
시간은 오후 5시가 다 되어갑니다.
어두워지기 전에는 신광재에 도착해야할텐데...
저녁 7시 이후 비나 눈이 내릴지도 모른다고 하고.
어둠 속에서 눈 덮힌 봉우리를 오르 내리며...
홍두깨재를 지나고.
이제 신광재까지만 가면 되는데...
발길이 점점 무거워지며 속도가 더뎌집니다.
방장님이 신광재에서 거슬러 와 길동무해주시고.
오르막 헥헥...
홍두깨재에서 시루봉 오름 이 구간이 저는
가장 힘들었던거 같아요.
시루봉에서 이제는 신광재까지 급경사 하산길만 남았습니다.
방장님이 올라왔던 길
겁을 잔뜩 줍니다. 급급급경사라고~
급경사에 약간 녹은 눈 아래 낙엽까지 있어...
밤길 상당히 조심해야 했던 구간
방장님이 마중 산행 안왔다면 산길 내려가며
길 찾느라 고생좀 했을 듯 싶습니다.
눈이 덮힌 급비탈 산길에 등로 찾기는...ㅠㅠ
산길 내려가서도 밭 울타리며 넘어야 할 산은 산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산비탈 내려서며
방장님이 조심하라고하기 무섭게
자빠졌는데 엉덩이가 축축해지고...
눈이 제법 녹아가고 있습니다.
신광재에서 멀지 않은 곳 비닐하우스 농막
이제는 농사철이 모두 끝난 뒤라
오늘 밤은 이곳에서.
그렇게 산골의 밤은 깊어가고 토닥토닥 노숙합니다.
저는 뭐 노숙에 최적화된 몸이라
어디서든 누웠다 하면 쿨쿨~~
20일(월) 새벽 5시 넘어~
밖으로 나오니 별빛이 역대급^^
이제 오늘 오전까지 걸어 마이산에서 산행 마무리 예정
집에 가는 시간도 고려해야하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출발하는 마음은 편안하고.
신광재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과 진안군 백운면을
가장 빨리 오갈 수 있는 길로
신광재를 넘지 않는다면 돌아가는데만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네요.
방장님이 차량 이동 이곳에 올 때
비포장길인 이 앞으로 오셨다고 하네요.
신광재에서 성수산 가는길.
눈이 오름 비탈에 한가득 쌓여 눈길 헤치며 산행 시작합니다.
여기도 산으로 드는데 밤에 등로 길찾기가 참 애매해서
왔다갔다~
숲을 빠져 나오니 도로를 만드는 건지
자갈을 평평하게 깔아 놓은 트인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어둠이 뒷걸음치고 있고.
해가 나오려면 아직 시간은 더 있어야 할 듯.
어슴푸레 걷는 길 앞쪽에 산이 하나 보이는데
저게 성수산인가??
ㅎㅎㅎ
이름난 산은 역시 그냥 나오는 법이 없네요.
봉우리가 보여 올라서면 여기가 아니고
여긴가 싶으면 또 아니고...
^^
그렇지. 장거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
다복하게 내려앉은 눈길을 밟으며 드디어 성수산에 올라서고.
이정표가 희안하게 옥산동 방향이라고 적혀 있더라구요.
옥산봉 아닌가? 의문을 품으며...
내려서려다 보니 데크 아래쪽에...
여기가 복지봉입니다.
해가 떠올라서 이젠 주위도 잘 보이고
마이산이 앙징맞게 빼꼼~ 보이기 시작합니다.
준희 오라버니의 목패가 떨어져 있어서 위에 매달아 주고 갑니다.
가지들이 많이 꺽여 떨어지며
시그널 등 등로에 많이 떨어져 있더라구요.
해는 이제 솟아 올라 세상이 다~ 훤~ 하고.
지도를 보던 타키님이 오늘은 낮은 오르막은 많고
대부분이 급내리막이라...
저는 환호성을 지릅니다.
오르막엔 쥐약이지만, 내리막은 사랑스럽잖아요.
탄력받아서 내려가면 시간도 버는 거 같은 느낌이고.
얼마 전까지 등로를 채웠던 눈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완전 딴 세상에 떨어져 버린 느낌의 등로가 이어집니다.
걷다보니 낙엽 등로 이곳 저곳 멧돼지들이 어찌나 놀다 갔는지...
"어허~ 어허~ 어허...."
백두대간 하며 멧돼지 쫓을 때 방장님께 배웠던 소리 내며
신나게 걸어갑니다.
옥산봉을 올랐다가 비탈 산길을 지나 내려가는데
내리막 왼쪽으로 시그널이 여기가 등로라며
많이도 붙어 있습니다.
"여기로 내려가면 되는거야." 누군가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듯.
의심없이 내려서서 가다가는
어쩐지 능선길로 이어가야할 것 같은 의심이.. 빠박~~
등로 놓쳐가며 헤맨 우리 트랙(능선길로 간다고) 저렇게 돌아서...
다시 능선길로 되돌아올라
능선길 따라 이동합니다.
(후에 자료 찾아보니 옥산동쪽으로 내려서서 진행해가는 길이 맞는거 같기도 하고)
암튼 능선길쪽으로 시그널이 간간히 붙어 있기는 했는데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듯 보였고
길을 찾고 찾아서 이동
가시에 찔러 피도 나고 등로 찾아 좀 헤매다가...
우리가 간 길은 애매~했습니다.
오늘 마이산까지 진행 중
옥녀봉이 그래도 마지막 오름이 되겠지.
옥녀봉에 올라 잠시 숨 돌리고 있으니
방장님 여기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역구실재 도로 한쪽에 자리 펴고 앉아
방장님께서 준비해 놓으셨던 고기 팍팍 넣은 비빔밥 먹고.
이젠 마지막 걸음 마이산까지입니다.
사로고개는 곳곳이 파헤쳐놓은 곳들,
공사중인 곳들이 많아서...
지도 보고 산 능선으로 이어지려면 어디로 붙어야할지
살펴보고 참고해 왔던 트랙은 잊고
우리의 길을 찾아 갑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숫마이봉을 바라보며 산으로 오릅니다.
돌산인 마이봉 봉우리를 이렇게 옆에서 보면서 지나다니...
이런 곳에 등로가 있을 거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 숫마이봉을 오른쪽에 두고 내려서면...
마이산은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 창업의 천명을 받은 상서로운 영산으로서
우리가 내려선 마이산신제단은
태종13년(1413년) 임금이 남행하여 국행제를 올린 장소라 합니다.
마이산의 은수사 절.
타키님과 마이산의 신비로운 모습에 두리번 거리며
첫 산행 수고했다는 인사를 하며
탑사 방향으로 내려섭니다.
마이산 등로는 입산통제로 다음을 기약하며.
탑사에 내려와 잠시 둘러 보고.
오늘 걸은 이쪽으로는 눈이 아예 없다는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리 파란색 커플티(J3클럽 예전에 맞췄다던 티셔츠래요. 방장님이 우리 하나씩 주셨어요)
다음 이어갈 탑사 아래쪽에 위치한 등로 입구 확인하며
오늘의 금남호남정맥 1구간 영취산에서 마이산까지 59km
기분 좋았던 첫눈 산행을 마칩니다.
첫눈에 설레는 마음으로 걸었던 첫날,
날이 좀 풀리며 나무에 내려 앉았던 눈이 물이 되며
걷는 우리들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타키님은 제가 장난하며 눈을 던진 줄 알았나 봐요^^)
바닥의 눈을 밟을 때마다 질퍽거림
눈 아래 쌓여있던 낙엽들과 함께 미끄럽기도 했었고
마이산쪽에 왔을 때는
완연한 봄 산행 느낌~ 포근함 그 자체였습니다.
정맥길 겨울철에는 도움 주겠다고 함께 길 나서 주신
방장님께 감사 인사 90도로 드리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 부탁드려요.
궁금증 생길 때마다 많이 많이 물어보겠습니다.
스승님^^
그리고, 지원 빵빵하게 와주셨던 전주의 사자자리님
만나뵈어서 영광이었구요.
조만간 같이 걷는 기쁨 맛보기로^^
기대할께요.
사자자리님도 그냥 산만 다니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산을 대하는 태도며
지식도 많으시고 산경험도 많으신
산지컬이 뛰어나 보이셨네요.
올겨울 첫눈과 함께했던
타키와 깽이의 금남호남정맥
첩첩산중, 아름다운 한국의 산
9정맥 이야기
한동안 발로 후기로 그려 나갈 듯 싶어
부자된 느낌입니다.
귀여운 동생 타키님,
모든 걸음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우리 축복받아 걸었던
첫 정맥의 이번 걸음 마음에 새기며
첫눈, 첫사랑 그리듯
행복하게 아름답게 앞으로의 길 걸어가자구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