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연서 실천253
문계봉 예산 운동
1 변혁운동에 참여했던 여러 군상
그들만의 공화국 자력으로 자궁을/말이 되지 못한 그들의 소리가 비어져
다시 잠 못 드는 밤에 빛바랜 화두를/괄호를 벗겨내며
밤길 보듬어야 할 것들을 보듬지 못한 채
면회2 맨발로
그는 더 이상 진보적 잡지를 읽지 않는다 이론가 사령관 손가락이 생활에
盛夏 바람 속에서 바람願들이 휴지처럼
유혹 아우성 떨림 일어섬 부추김
再起 웅변보다 구체적인 저 手話
그리움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 무리 속의 힘/든든함
원죄처럼 아리고 애인처럼 절실한 행복한 눈물/불행한 미소/진혼 다짐
꿈 한낮의 승리에 들뜬/회관과 술집에서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결사의 실천을/확대재생산/개량 개선 혁명 된다
봄, 이 두려운 함구하고 있는 사람들/허공, 바닥, 영점 조정 조정을 마친
진혼곡조 부표처럼/탐욕 안일/너희 눈이 닿았던 것들이 대신하리니
4월, 그날 하늘이 사람을/사람이 하늘을/사람의 소리, 얼굴로 봄을 버려
광화문광장 예술가 텐트촌에서 버려지거나 기억되지/사소한 일상에서부터
2
불면 압축과 분리, 수정과 저장/자음과 모음들이
이 풍진 세상을 위하여 일렁이는
가수 승미 갇힌 새장 속에서는 울지 않는
꿈꾸는 낙타 마모 소진되어 사라진다 해도/밟혀선 다져지고 다져지다
봄비 가량없는 아들의 마음 밖으로/하염없는 엄마의 마음속으로
비와 함께 흐르는 늦봄의 오후 흐르는 빗물과 함께/떨어진 꽃들도
실연한 애인들을 위한 보고서 몇몇/중 일부는/일부 중 어떤 이는 실어증
소나기 혼곤한 잠 속으로/달궈진 포도
순명 바람은 적의가/신경선과 실핏줄이 툭/불쾌하지 않은 나른함
10월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 등을 보인
11월 아름다운 것들은 기억/이별은 분주하게 진행중
12월 떠날 것들은 이미 다/살 부비는 사랑만이 남아/머뭇거릴
겨울비 봄의 척후가 다녀간/겨울이 안간힘/한 계절을 용케 견딘/미리 열린
동지 본대가/밤새 뿜어 댄 입김은/길 안팎에서 바람은 결코 쉬지
교감 미세먼지/입자와 입자 사이를 관통하는 빛살/일사불란/모든 사물/둘레
꽃샘추위, 황사 쉽게 떠날 순/새순위에도/집요한 앙심/그 엉킨 마음도 사랑
죽음의 얼굴 구겨진 조화/말이 되지 못한/
너무 늦은 연서
그때 내 맘에도/많은 빛들이 살았지/등진 빛/방치한 빛/감당하지 못하자
스스로 나를 떠난 빛/일흔 빛과 잊힌 빛/
나를 떠난 빛 사이에서 자주 현기증을 느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부터 지금까지/단 한 번도 나를 떠나지 않은 채/나화 함께 빛나 온
대견하고 고마운 빛/무뎌진 그리움일망정/끝끝내 지키고 싶은
결코 잃어서도 안 되고/잊을 수도 없는 빛/또는 빛, 당신
상처 들여다보고 헤집어 보고/틈새에선 꽃이 피고 피어 뿌리를 견고해진다
사라진 마을 보색대비로 피어난/공명되어/모든 길/스미고 번진다
相憐 들리는憑
홍예문에서 여물지 못한 치기/프랜차이즈 음식점/도넛처럼 걸린 부윰한
신포동 백제호텔 커피숍 무른 감성 빈틈을/미늘이 되어 낚아채던 자모음이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가을 도처에 포진한 상념의
기다림을 기다리다 번쩍과 팟/찰랑 몸을
시간의 틈새 성긴 틈새를 비집고
그 방에서 보낸 한 철 산 것과 산 척하는 것, 사물과 나의 경계가 무너져
乍晴乍雨 다시 또 이곳에 눈 내린다면/기다림이 지배하는 시간 속으로 든다
時間 기지갤/떨어질 꽃과 이미 떨어진/속살 깊은 곳에는 선명한 금이
3 힘내요 태인씨
마음으로 듣는 소리-힘내요, 태인 씨 소리가 떠난 후 마음으로
가을 앞에서 오래전 아들 같은 아들이 되어
슬리퍼를 돌려놓으며 순종하는 모습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어느 볕 좋은 날 웃음의 순도만큼 파문이
열꽃 눈가를 지그시 누르며 자리에
저울 갈피를 잃고/온전히 감당할 저울이/隔絶
이른 귀가 曲盡 辛酸
수돗물 좀 꼭 잠가주세요-힘내요, 태인 씨 22년 9. 24일생 겨우 70년 생
無常 80에 자전거를 타고, 초등학교 앞 불법 추월하려던
겨울, 가족공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험한 꼴 안 보여주려고
영별을 위한 짧은 여행의 기록 大殮 향은 삶만큼 완고하고 죽음만큼 구체적
겨울 그 서늘한 겨울은 간병인처럼
4 운유당 서신
낯선 곳에서 당신의 안부를 묻다-暈유당/몽니/마지막 집중/당신을 닮은
당신과 조용히 늙어 가고 싶습니다 생각 뒤의 먹먹함/늘
당신의 꽃밭 어미 꽃 당신/애인처럼 몰려, 손님처럼 물러가는
동화 속살에/호선/스며들어 하나 될
만우절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게
불면 아직‘과 이미 사이에서/나를 깊게 만들지요
상강 긴 겨울을 저마다 준비/
하찮은 대화 나누는 동안 소소한 이야길 받아/자음과 모음 사이에 양념 스민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을 찾아가는 길 예정된 것은 일사불란/항상 당당
흐리고 불안한 저녁 귀소/있어야 할 곳/
해설 쇠심줄 같은 연대의 내력/김응교
피로 쓴 문장을 사랑한다는 니체
세포에 문장을 넣었다가 한 줄 가까스로 얻는다는 윤동주
온몸으로 써야 한다는 김수영
1
80년대 초 연세문학회 성석재 원재길 김태연 김주일 공지영 박래군 기형도
우상호 고영범 문계봉 나희덕
시인의 말
참으로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시가, 문학이 세상을 바꾸는 무기가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다른 무기를 벼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고
가공할 야만의 시대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시에 빚진 게 많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