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0일, 화요일, Puyuhuapi, 무명의 민박집 (오늘의 경비 US $49: 숙박료 6,000, 식료품 7,000, Puyuhuapi 버스표 16,000, 기타 5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 10시 버스로 다음 도시 Puyuhuapi로 떠났다. 17인 승 버스에는 대부분이 배낭 여행객들이다. Chiloe에서 같은 숙소에 묵었던 캐나다 여자 Jasmine도 있었고 Chaiten에서 같은 숙소에 머물었던 이스라엘 청년 두 명도 있었다. 처음 보는 40, 50대로 보이는 독일여자 두 명도 있다. 이 독일 여자들은 나중에는 친해졌지만 첫 인상은 안 좋았다. 버스에 타는데 두 여자 가운데 키 큰 여자가 우리가 잡아놓은 제일 앞자리에 자기네들이 앉겠다고 해서 우리와 말이 좀 오고 갔다. 결국 우리 뒷자리를 앉았는데 자기는 차멀미를 해서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이 잡아놓은 자리를 양보하라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이름은 Monica와 Ingrid인데 15년 전 인도네시아 Bali 섬 여행을 하다가 처음 만났는데 그 후로 매년 같이 여행을 하는 여행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캐나다 여자 Jasmine에게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아주 활발하고 친절한 28세 정도 여자인데 대학 졸업 후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3년을 일하다가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지금 거의 공부가 끝나가고 있는데 공부가 끝나는 대로 인도에 가서 몇 년 동안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도 장기 비자를 신청해 놓고 6개월 째 기다리고 있는 중이란다. 인도 대사관에 문의하면 본국에서 심사 중이니 기다리라는 말만해서 답답해 죽겠단다. 이 모든 얘기가 나에겐 좀 철없는 소리로 들려서 좀 듣기 거북한 얘기를 해준 게 마음에 걸린다. 봉사활동을 하는데 꼭 외국으로 나가야하느냐, 인도에는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 사람들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말을 했다. 인도에도 안 가본 주제에 인도에 관한 책이나 두어 권 읽었다고 아는 체를 했으니, 나중에 생각하니 큰 실수를 했다. Chaiten에서 Puyuhuapi로 가는 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한 남미 여행에서 제일 아름다웠다. 멀리 보이는 설산, 차도를 따라서 흐르는 녹색의 강물, 차도 양쪽의 원시림, 가끔 나오는 아름다운 호수, 옆자리에 앉은 Jasmine은 계속 우아! 우아! 연발하며 버스 기사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졸라서 나가서 사진을 찍는다. 덕분에 나도 따라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차를 세워 달라고 했더라면 버스 기사의 표정이 별로 안 좋았을 텐데 아리따운 젊은 여자가 부탁하니 척척 잘 세워주었다. 독일 여자 Ingrid 얘기가 독일에도 이런 경치가 많은데 이곳은 이렇게 한적한데 독일은 너무 복잡하단다. 아마 주말의 북한산이나 도봉산 같은 모양이다. Chaiten과 Puyuhuapi 중간 지점에 있는 Villa Santa Lucia라는 조그만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쉬어갔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마을 한 가운데 조그만 교회가 있는데 산, 하늘 경치와 어울려서 한 폭의 그림과 같았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쉬고 있는데 자전거 여행을 하는 40대의 독일 남자가 마을로 들어왔다. 아르헨티나에서 Carretera Austral이 끝나는 칠레 도시 Villa O'Higgins로 넘어와서 북상하는 길이라 한다. 이제 며칠만 더 가면 Puerto Montt에 도달하게 되고 거기서 Carretera Austral 자전거 여행이 끝나는 것이다. 40대인데 아주 건강해 보였다. 당연히 건강하니 한 달 이상 걸리는 거리를 자전거로 왔을 것이다. 더구나 아르헨티나와 Villa O'Higgins 사이에는 자전거를 탈만한 길도 없어서 자전거를 등에 메고 걸어야 한다. 나도 Villa O'Higgins에서 아르헨티나로 들어갈 계획인데 국경을 넘는 확실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서 걱정이 된다. 점심식사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Villa Santa Lucia 마을을 나와서 큰길로 들어서는데 길가에서 히치하이크를 하려고 기다리고 있던 이스라엘 여자 두어 명이 우리 버스를 세우고 버스 기사에게 우리가 가는 Puyuhuapi까지 버스 요금이 얼마냐고 묻는다. 한적한 길이라 다니는 차가 별로 없어서 아침 9시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벌서 오후 1시니 오늘은 히치하이크를 하기가 힘들 것 같아서 돈을 내고 버스로 가려는 모양이었다. 버스 기사가 6,000 peso라고 하니 너무 비싸다면서 안 탄다. 버스 기사는 두말 않고 떠나버린다. 사실 좀 비싸다. Chaiten에서 Puyuhuapi까지 요금이 8,000 peso이고 벌서 반은 왔는데 4,000 peso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6,000 peso를 요구하니 "짠돌이" 이스라엘 여자들이 비싸다고 하는 것은 당연하다. 20대초로 보이는 이 여자들은 Puyuhuapi까지 어떻게 올지 내가 좀 걱정이 된다. 오후 4시경 Puyuhuapi에 도착했다. 우리와 독일 여자 Monica와 Ingrid만 내리고 다른 사람들은 6시간 더 가는 Coyhaique로 떠났다. Puyuhuapi는 조그만 항구 마을인데 1935년 독일 Sudeten 지역 주민들이 이민을 와서 세운 도시라고 한다. 여기저기 독일 풍의 건물들이 보인다. 독일 여자 둘은 예약한 곳이 있다고 떠나고 우리는 배낭을 지고 묵을 곳을 찾고 있는데 Chaiten 민박집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친구를 만났다. 자기가 묵고 있는 곳이 괜찮다고 해서 간판도 없는 조그만 민박집에 들었다. 우리와 이스라엘 친구 외에 자전거 여행을 하는 미국친구 한 명이 묵고 있었다. 침실은 2층에 있고 부엌과 욕실은 아래층에 있다. 2층 침실에서 보이는 산 경치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눈이 거의 먼 할머니가 주인인데 칠레 수도 Santiago에 사는 20대의 손녀가 와서 할머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이곳도 역시 1년에 3개월 정도 민박을 하는데 그때가 되면 손녀가 이곳에 내려와서 할머니를 돕는다고 한다. 손녀에게는 한 살 짜리 딸이 있었다. 여행지도 출발 준비가 거의 다 된 Puyuhuapi 행 버스 Carretera Austral 도로를 건설을 결정한 Pinoche 칠레 대통령 표지판이 보인다 Carretera Austral 도로는 대부분 비포장도로다 Puyuhuapi 가는 길은 아름답기 짝이 없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원시림 지대다 히치하이크를 하려고 길가에서 기다리는 이스라엘 여자 배낭 여행객들 점심을 먹은 Villa Santa Lucia 마을의 교회가 너무나 아름답다 자전거 여행객 뒤로 보이는 웅장한 산 경치 Puyuhuapi 마을 입구 아름다운 Puyuhuapi 마을, 1935년 독일 사람들이 세운 도시다 교회 같은데 소박한 풀꽃이 자라는 고장이다 이름 모를 꽃들이 아름답다 조용한 Puyuhuapi 마을 우리가 묵었던 이름 없는 민박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