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부터 아니 그 전 전날 부터 흐린 날씨에'갈까 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얄궃은 날씨,
또 다른 이유없이 그냥 밖을 나가기 싫었던 그 즈음
2월 2코스 걷기 행사!
고지식한 우리 남편 행사 있으면 당연히 가야한다는....
전날 잠안오는 밤을 햐얗게 보내다 만 곰팅이는 잤다 깼다 몇번을
아~ 지금야 달콤하다 싶을때 급히 깨우며 버스타러 가자고....
올레를 걷는다는데 ...
참! 나도 그렇다
나는 한심한 애인것이다.
평상시 당연한 행사 참석이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졸음'때문인 것이다.
집에 머무는 올레꾼 몇분을 태우고 광치기 해안으로 달리는 차안에는
신나는 올레송이 퍼지누만 나는 신나지도 않고 두 눈이 접선만 하려한다.
에고에고 차량 한대에 몇명이나 탔다고..
이렇게 조용할수가..라며 경직된 올레꾼들과 올레길 얘기로 분위기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은 단지 내 마음안에만 있을 뿐
나의 두 눈꺼풀은 여전히 서로를 만나길 원하고
침묵을 동반한 차안의 올레송은 차라리 외로운 느낌마저 든다.
어찌하리 나의 입과 눈꺼플은 이미 친구, 침묵이라는 동맹을 맺어버린 것을....
돌아보니 차안의 동행 올레꾼들께 미안해진다.
1시간여를 달리는 차안의 침묵이 참 불편했다.
출발점 광치기 해안...
와~하~아~!
잠이 확~! 깬다.
거친파도의 그 시원함, 통쾌함!
바다에 걸쳐 있는 듯한 성산일출봉을 뒤로 하고 내 앞으로 치닫는 파도는
1시간여 봉쇄된 나의 입을 급기야 열리게 한다.
"완전 멋져! 완전 대따 시원해~! 파도 봐 바~~!!"
매서운 칼바람에 단단히 무장을 한다.
매서운 바람이 춥기보다는 상쾌에 가깝다.
졸다 깨서 그런가 보다.
성게칼국수로 속을 든든하게 하고 출발한다.
패스포트 도장도 잊지 않고...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든 생물도 생존을 위한 여러 지혜가 있을 것이다.
동절기 자리를 잡은 철새들 살아보자고 따뜻하다고 먹을 거리도 많다고 자리를 잡은 생명들인것이다.
갑작스런 많은 사람들로 놀랬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 모여 있는 듯해 보이는 그들의 불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간혹 서로 번갈아 가며 큰 새 한마리가 공중 높이 비행을 한다.
뽐내기 위한 행동이 아닌 내 눈에는 정찰을 위한 절박한 비행처럼 느껴졌다.
멀리보기 위해 높이 높이 올라 한 바퀴를 휘~익 돌고는 그 무리로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그들과 다른 인간들의 눈에는 아름다운 축하 쇼처럼 환호성도 있다.
바닷물이 들어와 내수면을 형성한 그곳에 쌓아논 제주 돌로 만든 뚝도 하나의 볼거리였다.
제주도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 올레나, 높은 곳에서 바라다 보는 제주 밭의 경계 돌담도 그렇듯
소박하지만 정직해 보이는 검은 현무암과 곡선의 자태가 멋 중에 멋인것 같다.
충격 완화를 위한 과학적 의미도 있지만 보는 이의 눈을 통해 마음으로 들어오는 곡선은 여유를 주기도 한다.
세화의 집 영희언니가 가장 탐을 내던 무우 밭이다.
타지방에서 오신 분이라 제주 무우의 상품성을 아주 잘 아신다.
아주 우량품 무우들을 보며 "육지에선 제주 무우를 제일로 알아주는데 저거 하나에 얼마 하는 지 알어?!"
하시며 무우밭을 보며 감탄사를 자주 뿜으신다.
결국엔 혼인지 가기 전 무우밭이 한창 수확을 끝내고 비상품이 널려 있는 밭들을 만나게되
밭주인께서 가져가도 된다기에 세화의집 사장님이 차에 비상용으로 준비된 자루를 꺼내
곰팅이와 수확후의 밭에서 우리만의 진지한 수확를 하였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이 나이이지만 밭에서 무우를 뽑아보기도 처음이다.
속속 잘 뽑히는게 내가 힘이 세기 보다는 원래가 그렇게 잘 뽑히는 건가 했다.
욕심은 금물 그 자루를 들고 나올때는 후회가 막심했다는...
철새를 위하여 부분 차단이 된 2코스
어느 길에서 거친 바람에 갈퀴를 날리며 서있는 말을 만난다.
사람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에 나는 뒷걸음을 친다.
등치에 걸맞지 않게 모든 동물을 무서워한다.
나의 뒷걸음질을 보시던 서동철대장님이 말에게 가서 얼굴을 쓰다듬어 주신다.
'에고 무서워라~~~"
"가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곰팅이
"말은 뒤에서 만지면 안되 뒤에 있으면 방어를 위해 치는 뒷발질이 무섭거든 앞에서 꼭 만나야 된다고" 하시며 열띤 강의를...
'아~~ 그래도 , 그리고 돈 준다 해도 절대로 안 만지고 싶어요' 속으로 다짐하는 곰팅이
또다시 곡선의 향연인 해안을 접한 길을 들어선다.
아름다운 풍광사진도 사람이 있으면 더 빛이 난다고
"경은아 얼른 뛰어가봐~~ 사람이 있어야 멋진 사진이래~~!"
열심히 모델이 되주기 위해 뛰어가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서대장님의 막내딸.
경은이가 뛰어가던 그길의 끝에는 숲길이 시작이다.
해안가를 걸으며 들리는 파도소리는 당연한 것이다.
숲길까지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새삼 고마움인 것이다.
"어느 곳에가면 이런 파도소리 들리는 숲길이 있을까요?!!
와~~ 죽인다~~"
쓰레기를 집게로 주워 올리며 걷다보니 이젠 풍광에 눈을 돌릴 틈이 없다.
그렇게 세시간여를 크린올레를 하다 만난 대수산봉.
오르고 내려오고 지나가며 보이는 여러 형태의 무덤을 보며
마음이 내려 앉는다.
제주의 무덤은 쌓아 놓은 산담(돌로 무덤주위에 쌓은 담)의 형식에 따라 고인의 집안의 경제적인 부분과 고인의 명예도 확인이 된다.
돌담 조차 없는 초라한 무덤이어서 더 안스런 모습.
어느 부자 집안의 가족 공동 표지 앞에 세워진 비교가 되는 묘비조차도 없는 무덤 앞에는 언젠가 고인을 기리는 꽃다발의 흔적이
애잔하다.
묘비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나 그나마 한 줄 산담에서도 편안해 보이는 그래도 조촐한 모습
묘비조차 없는 두개의 무덤뒤로 넓게 자리한 가족 묘지이다.
산담이 넓게 들짐승이나 마소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넓게 그리고 일일이 다듬어진 돌을 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이라고들 한다.
좀 더 많은 표현을 하려는 집안에서는 여러 형태의 동자석을 세우기도 한다.
살아있는 자들을 일시에 쳐다 보는 듯한 정렬된 공동묘지를 만난다.
한결같이 '살아있음을 감사해라' 라는 외침의 시선처럼도 느껴진다.
어찌 어찌 일정의 막바지를 접한다.
비온다는 예보에 마음을 다 잡고 걸었지만 걷기 좋은 날씨에 기분이 많이 전환된 올레였다.
혼인지 정자에서 세화의 집사장님이 싸오신 맛난 충무김밥도 얻어먹고는
온평리 종점에서 다시 집으로의 출발을 기다린다.
먼저와서 기다리는 민중각 올레꾼과 마침 동행하게된 서동철대장의 승차후
아침의 차속의 침묵과는 아주 상반된 서귀포로의 투어가 이어진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우리 그런 의미에서 끝말잇기나 해 볼까나?"
라는 서대장님의 말에 모두들 "와하하"... 좋다는 내색인 것이다.
끝말잇기에 실패하면 "올레!"라고 두손 높이 들며 외쳐야 되는 것이 벌칙인 것이다.
"올레!"를 연거푸 외치는 올레꾼 . 결국은 올레를 제일 많이 사랑하는 올레꾼이 된 것이다.
아직도 서귀포 도착하려면 많이 남은 시간에 끝말잇기에 재미가 없어지기 시작하는 곰팅이의 제안.
"369게임 합시다!"
서대장 왈 "그게 무슨 게임이냐? 나는 모르는데?!"
서대장에게 369게임을 열심히 가르쳐 주고 연습시키는 올레꾼들. 흐흐흐
실수 남발에 웃음이 나온다.
아침의 침묵이 싫었었나? 이런 사람들이 어찌 참았을까 싶다.
웃고 떠들고 재밌게 운전수만 정신 사나웠던
집으로의 행차는 하루의 행복을 깔끔히 마무리 해 주는 시간이었다는....
어제의 일기 끝!
첫댓글 광치기해변에서의 한겨울 해수욕 ㅋㅋ 벌써 추억이되었군요.
꼭 혼자 걸어보고 싶은 2코스 곧 걷게되겠죠?
鳥柳님 나도 빨랑 2코스 가고싶당...~
좀 찌뿌둥 한듯, 피곤할때도 막상 길 나서고 나면 상쾌하고, 마음도 시원해지는듯,
자연의 치유란 그런것,,,, 바람의 어루만짐, 햇살의 다독거림, 파도소리의 속삭임,,,,,
그 어떤 손길보다 , 이야기보다, 더 큰 therapy인듯,,,,
참나~ 다락방에서 같은 글 읽고 있었네요
몇일 외로운 카페에서 홀로 몸서리를 치고 있는데
다락방에들 숨어있었군요...
음....
담에는 2코스도 걸어야지 싶었는데..이 후기가 그 마음에 도장까지 꽉 눌러주네요
저 말을 보니 예전 몽골 초지에서 보았던 말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기회되면 그때의 사진을 꺼내서 묵은 감상을 정리해봐야겠네요
내수면 철새도래지는 아마도 4월까지 통제될 겁니다.
철새철이고 통제가 없을 때를 골라 걸어야겠네요
나중에 귀뜸해주삼^^
2월의 2코스는 저런 느낌이군요. 쥔장의 후기와 더불어 그날의 즐거움이 마구 느껴지네요.
역시 쥔장을 계속 일기를 써야해.
일기를 꼬박 꼬박 쓰는 착한 사람이 되야 할 텐데... ㅎㅎ
발랄님 ~ 오랫만입니다.
바쁘신 와중에 건강 챙기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
건강 너무 챙겨 자꾸 튼튼해지려해 걱정임다.
눈꺼풀에 대한 단어들이 기깔나게 잼나는데요 , 얼렁 작가등단 하셔요
등단하라..등단하라...씨~~~~
민중각 문고 냅시다,,, 까잇거,,,!!!
아~2코스가 이런 곳이군요. 지난번 1코스, 1-1코스 걸은 후 5코스로 건너 뛰었는데...2코스에 대한 글들이 별로 안 올라와서 마음이 動하지 않았다는...ㅎㅎㅎ 다음에 가야지
음...요즘 너무 부지런 해지신 듯 연달아 올라오는 주인장 일기...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암튼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임다. 앞으로도 불철주야 달려주십시요.
어쩌다 일어난 현상이니 많은 기대는 No~~~!!
장 루슬로 님의 시로 인해 반성문 쓰신 분들이 왜 이리 살살 떠미시나?~~ ㅎㅎ
어차피 떠민다고 더 빨리 흐를 강물도 아니잖수...ㅎㅎ
2코스 별루라길래 뛰었는데 후회되네요. 요즘 언니 일기 보는 낙이 하나 더 늘었어요^^
2코스 : 지난 늦가을 하루종일 혼자 걸으며 외로움에 부르르 떨다 위 사진에 나오는 묘지를 지난후 길을 잃어 버려 무지하게 헤매었던 기억이 뇌리를 떄리는 군요 중간에 절대 길 물어 볼수 없고 제주민&올레여행객도 아주 만나기 힘든 코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