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인물..최연소 변호사 이미나씨
검정고시 거쳐 15살에 대학 입학
로스쿨 졸업 22살에 변호사 합격
만으로 스물두 살이면 이제 대학 4학년이다. 대학졸업을 앞두고 캠퍼스에서 진로를 고민하며, 취업준비에 한창일 때다. 그런 나이에 로펌(Law Firm·법무법인)에서 의뢰인을 상담하고, 변론 준비서면을 작성하는 등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 지방대학 출신이면서, 전국 최연소 변호사인 이미나(22)씨다. 이미나 변호사의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그가 변호사 실습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을 찾았다.
이미나 변호사는 지난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전국 25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올해 졸업생과 1, 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수험생 등 2292명이 응시해 1550명이 합격(합격률 67.7%)한 올해 제3회 시험에서 전국 최연소 합격이라는 타이틀도 기록했다. 현재 전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가운데서도 최연소다.
그는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나 초·중학교 성적은 그저 평범하다. 20대 초반의 아가씨로서 이야기하는 모습이나, 평소 생활도 평범한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스물두 살에 변호사이니 평범하다고만 할 수 없다. 열다섯 살에 대학 입학, 열아홉 살에 로스쿨 입학 등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스스로 학교를 그만 둔 사연을 들어보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창원초등학교를 거쳐 창원여중 2학년을 마치고 자퇴했다. 초등학교를 만 여섯 살 때 들어갔으니 열세 살 때다. 당시 학교 성적은 반에서 2~3등, 전교 20등 안팎이었다.
그런 그가 왜 자퇴했을까? 비행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사회에 빨리 진출하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대학에 빨리 가고 싶은 게 주된 이유라니 좀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나'라고 묻자 "굳이 들자면 좋아하는 공부가 아닌 주입식 학교 공부에 지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자퇴를 허락하신 아버지의 마음에 혹시 상처를 줄까봐 당시에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지만,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아버지께서 많이 다치신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그런 정도의 이유로 열세 살 여자 아이가 누구의 지도나 권유도 아니고, 순전히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단해 중학교를 자퇴했다니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그래서 '솔직히 호기심이 더 컸던 것 같다'고 질문을 던지자 "그랬던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렇다고 이 변호사가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중학교를 자퇴한 것을 호기심으로만 치부할 수 없었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또래 아이들과 달리 생각이 깊었고,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컸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아버지의 평소 말씀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막상 아버지께 자퇴에 대해 진지하게 말씀 드리니 "어렵고 힘든 상황이 많을 텐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고 걱정하셨다. 그때 그는 "장난이 아니라 정말 잘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리고 아버지의 동의를 받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심하게 반대하셨다. 검정고시생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다 혹시 도중에 탈선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주된 이유였다. 어린 나이에 혼자 공부한다니 믿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도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후원과 본인의 강한 의지로 자퇴를 밀어붙여 그해 4월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했다. 하지만 고졸검정고시를 통과하고, 대학시험에 합격해야 자신의 결정에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에 이를 완성해야 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과정은 전혀 접해보지 못한 내용이라 쉽지 않았다. 그는 검정고시 준비 학원을 다니면서 규칙적으로 공부해 나갔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학원수업을 듣고, 밤 12시까지 집에서 공부했다. 스스로의 결정이 잘못되지 않기 위해,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나태해지려는 몸을 채찍질했다. 그리고 1년 뒤 고졸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곧바로 수능시험을 치러 열다섯 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그는 고졸검정고시를 준비하는 1년간이 가장 열심히 공부한 시기였던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어려움도 많았다. 친구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시간에 집에 있으니 어떨 땐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공부보다 힘든 것은 소외감이었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땐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힘든 시기를 공부로 극복했다.
'고졸검정고시에 어린 나이에 합격했기 때문에 좀 더 공부해 세칭 상위권 대학에 갈만도 한데, 지방대학에 입학했다'고 질문을 던지자 그는 주저없이 "학벌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법학을 선택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생활하면서 빈부격차나 사회부조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법학을 전공하고 고시공부를 했던 아버지의 영향도 받았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때에 대학생이 된 그는 어릴 때부터의 꿈인 변호사가 되기 위해 로스쿨 진학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열아홉 살에 제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혼자 공부하는 평소 습관에다 대학의 우수학생 양성 프로그램이 크게 도움이 됐다.
그리고 로스쿨을 졸업한 올해 전국의 쟁쟁한 로스쿨 출신과 경쟁에서 당당히 합격해 변호사자격을 취득했다. 그것도 만 스물두 살이라는 최연소 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는 로스쿨 과정과 변호사시험 공부 때 '고독한 가운데 지독하게 공부하라'는 대학 지도교수의 말씀을 항상 염두해 두었다. 이런 공부 자세는 자신의 평소 스타일이었고, 짧은 기간에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과정을 달성한 비결이다.
그는 지금 창녕 남지에서 일터인 창원으로 출퇴근한다. 아버지가 목회활동 지역을 남지로 옮겨 가족이 그곳에 살기 때문이다. 밤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지만 영어공부에도 자신을 투자한다. 미국변호사 자격을 따기 위해 유학을 계획하고 있다. 국제환경 전문변호사가 다음 목표다. 기회가 닿으면 대학에서 후진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도 틈틈이 한다.
그가 소속된 법무법인 금강의 안정환 변호사는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스럽다"며 "경험부족을 실습 기간 동안 업그레이드시키면 우수한 변호사가 될 자질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사회의 전문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갈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인제대 거쳐 제주대 로스쿨 졸업
이미나 변호사는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나 목회활동을 하는 아버지를 따라 아홉 살 때 창원에 왔다. 창원초등학교를 거쳐 창원여중 2학년을 마치고 자퇴했다.
열세 살에 고입검정고시, 열네 살에 고졸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곧바로 수능시험을 거쳐 열다섯 살에 인제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인제대 우수학생 양성 프로그램인 인당글로벌리더스과정 로스쿨진학반 1기를 거쳐 대학졸업과 함께 열아홉 살에 제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대학과 로스쿨 재학 중에는 장학금으로 학비를 보탰다. 대학 재학 중 인당글로벌리더스과정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로스쿨 때는 조교를 맡아 생활비를 벌었다. 로스쿨 졸업과 함께 올해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창원의 법무법인 금강에서 변호사 실습을 받고 있다.
글 최춘환 편집장 사진 이한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