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다도 즐겨 사는 아름다운 여인, 보살
나무 남방화주 대원본존 서구중생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어머니! ―.
생전에 못 다한 어머님 수발, 부끄러운 못난 이년, 용서하여 주옵소서.
부디 부처님의 크신 은혜 입으시고 빛나는 지혜 이루시어 생사윤회에서 길이 벗어나시기를
두 손 모아 합장기원 드립니다.
오신 채와 육식을 금하고 기도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는 여인이 있다.
아이들이 다 자라 큰아들은 결혼해 분가하여 살고 둘째, 셋째는 과년한 딸인데 아직 결혼생각 없다하여 제 할 일만하고 살아가는 맹렬 여성들이다.
남편 H씨는 나하고 같은 연배이시며 지금도 경제활동을 하며 사는 건장한 사나이다. 그는 자기 부인을 20년 동안이나 자기 팔로 부인의 베개가 되어 준 끔찍이도 부인을 사랑하는 멋쟁이며 가장 편한 삶을 누리도록 배려해주며 지극정성 부인을 아끼는 사람이다.
그러니 내 친구, 박 OO는 살림에 구애받지 않아 즐기며 산다.
때로는 훌쩍 4박5일 일정으로 구인사 본사 단양으로 기도를 위해 서울 집을 떠난다.
신심이 붙어 무기에 빠지면 7일이고 열흘이 문제 될 것이 없다.
난, 그녀를 자유 분망한 여인이라 부르기도 하고 요즘 한창 유행어 ‘웰빙’을 즐기는 여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즐기며 살게 한 남편은 진정 이 시대의 생불 아닌가!
차를 즐기며 사는 여인 내 친구, 그는 다도 생활을 이렇게 말한다.
차는 바로 선(善)이며 도(道)입니다.라고.
차를 끓이는 사람은 삿됨이 없어야 하며 중정(中正)을 지켜야 한다.
중정이란 물의 온도, 차의 양, 우려내는 시간이 고루 갖추어 지는 것을 말하며 이때 신령스러운 차를 음미 할 수 있다.
인생철학의 중정은 넘치지도 말며, 모자라지도 말 것이며, 넘치면 교만이요, 모자라면 바보라는 뜻이다.
생활 다도 차 끓이는 예의범절에서 나온 말이다. 꼭, 잡아함경에 나오는 부처님 말씀 같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네가 거문고를 탈 때에 만일 그 줄을 너무 조이면 미묘하고 부드럽고 맑은 소리를 내게 할 수 있었던가?』
현대 사회에 살면서 잠시나마 차를 우려내면서 차 맛을 음미하는 그 순간만큼은 고요함을 느끼고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낀다.
차는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하고, 육체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지난 사월 말, 난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집은 성북동, 4호선 한성대 역 근처다.
우린 삼청동 ‘온 두부 집’으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식사 후 삼청공원을 산책 겸 걸었다.
그녀는 드러내지 않는 비밀스러운 매력이 있다. 요란하지도 않는 숨은 향기를 간직한 여인이다.
그러면서도 차갑지 않다는 매력이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어찌 보면 카리스마적인 도도한 표정과 흡인력 있는 말소리가 상대를 압도한다. 산에서 내려온 그의 체취는 땀 냄새보다는 소박한 미소를 가진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배낭에는 차와 다기, 끓인 물을 담은 보온병으로 가득 찼다.
보온병의 끓인 차물을 조금 차관에 부어 냉기를 가셔내는 그녀의 손길이 밝게 비춰주는 가로 등 불빛에 아름답게 보인다.
육각정 주위엔 분홍빛과 흰색, 자주 빛의 연산홍과 철쭉이 불빛에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아 더욱 예쁘게 보인다.
평상이 시원하다. 음력 보름이 며칠 안 남은 것 같다.
수줍은 듯 한쪽을 가린 달님이 전봇대 가로등 전깃불 보다 밝다.
이따금씩 부부끼리 또는 연인끼리의 산책이 더욱 삼청동 공원을 아름답게 한다.
한 번 더 냉기를 가셔내더니 다시 차관에 찻물을 넣고 차를 넣고 뚜껑을 덮는다.
“언제부터 즐기셨나? ”난 그녀에게 물었다.
“왼, 존칭을? 그냥 말 놓으세요, 오빠.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차관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다. “동기는, 그리고 차 예절은 어디서?”
차를 공손히 내민다.
“먼저 드세요 오빠.”
차향이 좋다. 맑은 공기, 봄꽃에 파묻힌 삼청동 공원의” 평”상이라 그러 한가 더욱 향기가 그윽하다.
찻잎을 넣되 양을 알맞게 넣어야 한다. 찻잎을 너무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나고 향기가 묻혀 버린다. 또 물이 많으면 차의 색 갈이 묽고 차 맛이 나지 않는 법이다. 나는 합장 반배 하며 ‘고맙습니다.’ 예를 올리며 난 천천히 차 맛을 음미하면서 마셨다.
그녀는 생활다도를 즐긴 것이 벌써 12년째란다.
매주 목요일은 차 마시는 날이란다. 아침 10시에 집을 나가 밤 지새우는 줄 모르고 茶道에 빠진다.
그녀는 차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공부하고 예를 지키며 덕을 쌓는다.
원래 건강이 안 좋았단다. 이상하게 소화가 안 돼 속이 거북하여 큰 병원에서 까지 여러 번 검사해 봐도 별 이상은 없다고 하나 혈압은 높아 수축기, 최고혈압 160mmHg 에 이완기 최소 혈압이 100이 더 나갈 때도 있었다고 한다.
“아, 차 맛이 이런 것인가?” 난 두 손으로 공손히 차를 마시고 찻잔을 그녀에게 내 밀었다.
뒤끝 차 맛이 향기로움으로 입속에 감돈다.
그녀는 찻잔을 정성스럽게 헹군 다음 향기 가득한 차를 공손히 따른 후 합장 반배하면서 “잘 마시겠습니다.” 하며 다소곳이 한 모금 마신 후 말을 잇는다.
용인 살았을 때 영감하고(그녀는 자기 남편의 호칭을 영감이라 하였다) 식당경영을 했었죠. 그러다 보니 고기며 커피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다보니 혈압은 더 올라가고 이유 없이 속은 거북하고 이러기를 고생하던 중 이웃집 할머님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았다.
옛말에 「병은 자랑하라」하지 않았던가. 마침 이 할머니의 아드님이 용인 모 사찰에서 수행과 절 살림을 챙기시는 분으로 종무소 소속 총무거사님인가 쉽다. 집에 있는 날 보다 절에서 기거하는 날이 더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하필 그 아드님이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본인이 외출하게 되어 만나 뵐 수 없어 세 번에 걸쳐 허탕이었지만 부처님 인연이란 어쩔 수 없는 가보다. 할머니의 전화다. “00엄마. 빨리 와. 우리 아들이 지금 집에 막 들어왔어.”
허겁지겁 둘째 딸과 함께 엎어지면 코 닿는 버스 두 정거장거리를 택시 집어타고 한달음에 휭-갔던 것이다.
“고기를 금식하십시오.” 첫 마디가 이 말 이였단다.
“그리고 차를 많이 마십시오.”
“엄마, 못할 것 없잖아, 우리 해봐.” 같이 간 딸이 단호하게 적극성을 띠어 당장 그 날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조금 남은 차를 마시며 다시 뜨거운 물로 차관을 깨끗이 닦아내어 찻물을 붓고 차를 넣은 뒤 공원의 맑은 공기를 크게 마시면서 잠시 뒤 잘 우러난 차를 마포 천에 걸려내 나에게 권한다. 우리는 합장 반배로 예 한 뒤 난 차를 천천히 차를 입술에 갔다 댔다.
싱그럽다 그리고 오묘한 맛이 입 속에 감돈다.
그렇다. 차는 너무 빨리 서둘러 걸려 거르지도 말아야 하며, 도 너무 늦게 마셔도 안 된다.
적당히 마셔야 차의 싱그러운 맛과 오묘한 향을 맛볼 수 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두 딸과 함께 육식은 물론 오신 채 역시 금식 이였다.
본격적인 차 예절부터 배우기로 한 것이다. 정통 생활다도를 배우며 실천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를 지금까지다.
차뿐만이 아니다. 옷은 전부 순면만을 고집하였고 산행도 정기적이며 한 사람은 차관, 또, 다른 분은 녹차, 다기, 따듯한 물을 나누어 준비하여 즐기며 사는 이 시대 진짜 웰빙 족 이다.
어쩌다 내가 오전 열시쯤 집으로 전화하면 안 받는다. 벌써 외출이다. 산행이거나 기도로 멀리 구인사로 떠났거나 아니면 차 마시는 날로 집을 비운 것이다.
친구인 그녀는 자유롭게 살고 있다.
훌쩍 떠나면 삼일이 일주일로 변할 때도 있다.
지장기도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진이다. 시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아서일까. 효심도 대단하다.
동네 사람들한테 의심받을 정도였다니 그녀는 받은 만큼 보다 더 많이 시아버지에게 사랑을 드렸단다.
영감이 사우디로 돈 벌러 갔을 때였다.
딸을 가운데 뉘고 시아버지와 같은 방 쓰기를 2년여나 지나면서 밤새워 시아버지와 오순도순 이야기로 늙으신 아버님께 친구가 되어 준 것이다.
아침에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같은 방에서 나온 것을 본 시골 동네의 입 소문은 금방 동네가 떠들 썩 시끄러웠지만 노환이신 시아버지의 병 수발과 대화로 멀리 가 있는 아들의 생각을 잊혀 드리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남편 없이 수발을 정성들여 해 왔는데 문제는 자기와 딸만의 살림이라 더 이상 거동이 어려우신 시아버지의 목욕이 문제여서 할 수 없이 시 아주버님께 S. O. S.하여 서울 병원에 모시게 되었다고 한다. 효녀가 따로 없던 것이다.
차 마시기를 각각 넉 잔을 마셨으니 시간도 꽤 흘렀다.
삼청 공원은 아직도 운동하는 사람 산책하는 사람들로 왕래가 잦다. 낮에는 덥더니 밤공기가 제법 차갑다.
삼청 공원,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나에겐 추억이 서린 곳이다.
고개 넘어 내려가면 나의 본적지 명륜동 옛집이 나온다
. 어린 청소년 시절의 내 놀이터로 쉼터이기도 했다.
여름날, 계곡 물에 동네 친구와 함께 가재 잡던 추억도 떠오른다.
북한산 기운을 풀어놓은 맑은 물은 경복궁 옆으로 흐르는 개울물은 언제나 깨끗한 물이었다.
겨울철에는 썰매를 타기에도 좋았던 동네이다.
형제약수터, 바위, 물, 숲의 조화가 아름답다.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고 종로구에서 화단, 운동틀, 산책로와 휴게소, 정자 등을 예쁘게 가꾸어 이웃주민은 물론 도심에서 가깝기 때문에 시민들이 자주 찾는 공원이다. 이곳 주민은 훌륭한 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 부럽다.
난 요즘에도 가끔 머리도 쉴 겸 홀로 지하철 인사동에서 내려 문화포교 1번지 법련사 불일서점을 둘러본 후 경복궁 돌담을 끼고 삼청공원까지 산책을 즐길 때가 있다.
나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문득 옛날 대가족이 함께 살아 왔던 충무로, 남대문, 남산을 떠올린다.
남산꼭대기에서 썰매 타고 지금 국재화재 해상보험 빌딩과 대한화재 해상보험 빌딩 앞과 파출소를 씽- 지나 남대문 지하도를 돌아 남대문 극장이 있었던 곳까지 솜바지가 젖는 줄 모르고 신나게 썰매를 탔었던 추억이 난다.
나는 본적지는 명륜동이고, 태워 난 곳은 남대문 4가, 집은 충무로인 것 같다,
옛날의 국립극장, 한때 증권거래소로 사용했던 건물 근처였고, 남대문 극장 터에 ‘남일 옥’이란 제법 큰 한정식당에서 5,6세까지 살았던 기억이 난다.
주섬주섬 차관과 남은 차를 정리한다. 남은 물로 차관을 깨끗이 헹구어 내고 마포로 말끔히 닦아낸다. 차관을 보관하는 두툼한 주머니가 보기 좋다.
‘24절기 중, 곡우 전후 지리산 구례라’ 했나 여기서 따는 자연산 녹차가 제일 이라며 그녀는 일 년 동안 온 식구 생활 다도를 즐기는 비용으로 기백만 원의 예산을 들인다.
첫 물차는 고가라 보통 두 물차로 구입하는데 지리산 토지면 우전 차가 제일 좋은 차라 선호한다.
6년 지난 7월 셋째 일요일, 그녀의 부군 H씨의 고희잔치가 있었다.
아들 딸 3남매가 가족친지 어른들을 초청 손님맞이를 한 것이다.
두 사람 참 건강하게 보인다. 두 여식이 예쁘고 키도 크며 활기차다.
손자 손녀가 어른스럽고 대견하다. 뭐니 뭐니 해도 총사령탑은 며느리 인 것 같다. 자리 안내는 물론 음식 점검 등 분주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병이 생길 수 없다.
항상 밝은 모습이고 순면으로 된 생활 한복으로 곱게 차려 입고 다도를 즐기는 친구,
건강을 위해 정기적으로 산행을 일삼고 오늘도 기도 정진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친구를 둔 난, 내가 행복하다.
2010. 7. 20. (2004 .5.10 ) 鍊岩 010-4155-3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