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월산
걷는 것은 행동이고 도약이며 움직임이다. 부지불식간에 변하는 풍경, 흘러가는 구름, 변덕스러
운 바람, 구덩이투성이인 길 ……. 이런 것들에서 끝없이 자극을 받으며 마음을 뺏기기도 하고
정신이 분산되기 하며 계속되는 행군에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생각은 이미지와 감각과 향기
를 빨아들여 모아서 따로 추려놓았다가, 후에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그것들을 분류하고 각각
에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 베르나르 올리비에,「나는 걷는다」
▶ 산행일시 : 2010년 2월 6일(토), 맑음, 바람 없으나 차가운 날씨
▶ 산행인원 : 11명(영희언니, 드류, 대간거사, 더산, 캐이, 비산, 신가이버, 해마, 우보, 가은,
대장 상고대)
▶ 산행시간 : 11시간 15분(휴식, 점심시간 모두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20.5㎞
▶ 교 통 편 : 25승 버스 대절
▶ 시간별 구간
00 : 2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4 : 24 ~ 05 : 23 - 영양군 수비면 신암리(新岩里), 신암교, 산행시작
06 : 14 - 510m봉
06 : 47 - ├ 자 능선 분기, 오른쪽은 649m봉 가는 길
07 : 23 - 627m봉, 일출
07 : 35 - 670m봉
08 : 59 - 낙동정맥 진입
09 : 11 - 낙동정맥 △884.7m봉
09 : 32 - 851m봉
10 : 02 - ┼자 갈림길 안부
10 : 37 - 853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낙동정맥
11 : 17 ~ 12 : 00 - 839m봉 아래, 점심식사(43분 소요)
12 : 44 - 삿갓봉(834m)
14 : 44 - △601.8m봉
15 : 06 - 639m봉
15 : 47 - 임도
16 : 38 - 영양군 일월면 문암리 문상마을, 산행종료
22 : 35 - 동서울 강변역 도착
2.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
▶ 낙동정맥 △884.7m봉
프랑스 사람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실크로드라는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西安)까지 12,000㎞를
걸었다. 예순 두 살의 나이로 무려 1,099일간을 걸었다. 혼자서. 그리고 ‘나는 걷는다’라는 책을 펴
냈다. 1,333쪽에 달한다. 그의 용기와 열정이 부럽고 그가 그 여정에서 일삼았을 길고 긴 침묵이 부
럽고 그 여정에서 느꼈을 만단정회(萬端情懷)가 부럽다.
신암2교(新岩2橋) 근처였나 보다. 차안에서 어렴풋 눈 붙이다가 들머리인 신암교로 이동하려는데
앞으로 더 가야하는지 뒤로 되돌아가야하는지 헷갈린다. 여럿이 숙의하여 앞으로 간다. 교각에 새
겨진 교명 확인한다. 신암교. 산기슭으로 돌진하기 전 으레 고개 젖혀 하늘 한번 우러른다. 조각달
은 산릉 나뭇가지에 걸렸고, 그 주변의 무수한 별들은 잠 덜 깨어 게슴츠레한 내 눈에도 총총하다.
길옆 도랑 건너 풀숲 헤치고 사면에 붙는다. 능선은 수직사면. 완만한 자갈너덜과 잡석지대는 잠
시, 이내 급격히 치솟는다. 잡목 주간에 매달려가며 오른다. 늑목(肋木)이다. 발아래 내려다보면 헤
드램프 불빛을 아무리 돋우어도 닿지 않아서 그 깊이 몰라 차라리 다행이다. 오금저리지 않고 막
갈 수 있으므로.
첫 산등성이 오르자마자 몇 걸음 고도 즐길 틈 없이 바로 떨어진다. 양쪽 사면 아래 가로등이 등대
다. 가장 캄캄한 가운데가 마루금일 터. 그리로 일로 직진한다. 무덤 나오고 그 옆에 텔레비전 안테
나가 있다. 510m봉 넘고서는 가파름 진정하여 느긋하다. 언뜻 스치는 바람은 살에는 듯 차갑다. 자
주 호주머니 속 손난로로 손가락 끝을 녹였다가 장갑 낀다.
특히 등로에는 낙엽이 수북하여 사면 오르기가 더욱 되다. 아울러 제자리걸음 잦다. ┬자 능선 분
기봉. 일출직전 백암산 주변 하늘금은 붉게 타는데 우왕좌왕한다. 왼쪽으로 우르르 내렸다가 잡목
무성한 급경사이기에 길 잘못 든 줄 알고 뒤돌아 649m봉 쪽으로 간다. 후미였던 내가 선두로 나선
다. 그러나 그 길이 아닌 것을 안부 다다르기 전에 알아채고 당초 잡았던 능선을 뚫는다. 우스운 것
은 지형도 정확히 읽고 그리 가자하고 독려하던 상고대 님도 별안간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떼알바
대열에 합류하고 만다.
분지모양의 평원으로 내린다. 산재한 올무 걷어낸다. 튼튼한 참나무를 구부려서 설치한 올무라 거
기에 목이라도 걸리면 대롱대롱 매달리겠다. 생각할수록 끔직하다. 동녘의 붉은 기운은 금방이라
도 터질듯 위태하다. 이제일까 저제일까 주춤주춤하다 627m봉을 다 올라와버렸다. 일출시각 07시
23분.
등로 군데군데 몰려있는 소나무들이 하나같이 우람하다. 우러르다 얼싸안는다. 기(氣) 받는다고.
낙동정맥 진입하여 비로소 잡목 숲 억센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길 좋다. 낙동정맥 종주꾼들의 산행
표지기는 줄줄이 유세한다. 일월산. 나무숲 사이로 어렵게 기웃거려 보이는 일월산은 과시 이 근방
의 맹주다. 그에 이르는 산 빛부터 다르다.
내친걸음으로 더 오를 데 없이 간다. △884.7m봉. 한티재에서 줄곧 치달은 낙동정맥이 숨 돌리는
고봉이다. 너른 공터에 삼각점은 이등. 소천 25, 2004 재설. 그런데도 사방 나무숲 둘러있어 아무
조망 없다.
3. 아침햇살
4. 거목의 신갈나무 앞에서 휴식, 우보 님은 이때만 해도 좋았다
5. 일월산
6. 낙동정맥 길에서 조망
▶ 853m봉, ┤자 능선 분기, 직진은 낙동정맥
△884.7m봉은 오늘 산행의 최고봉이다. 모두 모여 헌주(獻酒)는 토템적 의식. 탁주로 정상주 분음
한다. 줄달음하다가 눈 들면 일월산 휘하 칠보산 애미랑재 통고산 천축산. 낙락장송 어깨너머로 울
연산 금장산 백암산 자락 살핀다. 지형도로는 사뭇 현란한 등로다. 외길. 출렁하여 851m봉. 산자분
수령(山自分水嶺) 염려할 만큼 뚝 떨어져 ┼자 갈림길 안부 평원이다.
북사면은 얼었다. 낙엽 밑 얼음인 것을 미련스레 수차례 아픈 경험으로 간파하였다. 비켜 딛는다.
마뜩찮지만 선답의 발자국 따라(고백하건대 이럴 때 기분 유쾌할 리 없다) 첨봉을 고스란히 우회한
다. 오른쪽 산허리 크게 돈다.
칠보산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려고 853m봉까지 오도록 등로 벗어난 암봉에 올라 암만 기웃거려도
감질나게 나무숲이 가린다. 853m봉. ┤자 능선 분기봉이다. 낙동정맥은 여러 산행표지기 동원하여
직진, 칠보산으로 향하고, 우리는 절구골 위인 왼쪽 능선으로 빠진다. 다시 잡목에 부대끼기 시작
한다.
낙엽이 깊다. 와삭와삭 낙엽 지치는 소리 귀기우려 일행의 먼 위치 짐작한다. 비슷한 표고의 산등
성이 3개 넘고 양지바른 사면이 뜻밖의 명당인 줄을 점심밥 남북나게 먹고 나서 가은 님의 눈부신
활약으로 알게 된다. 굳이 더산 님이 지난주 운무산 치마바위 아래에서처럼 미끄러지기를 바라지
않아도 되었다.
7. 낙동정맥 길에서 조망
8. 낙동정맥 길에서 조망
9. 낙동정맥 길에서 조망
10. 등로
11. 발리리 화랑곡 주변
12. 백암산 쪽 조망
▶ 삿갓봉(834m)
삿갓봉을 만든다. 우선 뚝뚝 떨어진다. 지난해 이른 봄날 여기를 어떻게 왔는지, 왔었다는 사실 말
고는 온통 기억이 까맣다. 긴 오름길이다. 낯선 감흥을 또 즐길 수 있어 까만 기억이 그리 나쁘지만
은 않다. 일월산의 울근불근한 자락 연신 살피며 가쁜 숨 삭힌다.
삿갓봉. 오늘 산행 도상 20.5㎞에 유일하게 이름 붙은 산이다. 정상에는 무덤이 넓게 자리 잡았다.
이후 산정마다 무덤이 있다. 이제부터는 길게 내리고 짧게 오르기를 반복한다. 인적은 지난해 우리
가 낸 그것이리라. 667m봉, 621m봉, 간단히 넘는다. 562m봉에서는 오른쪽 사면으로 사정없이 꺾
어 내려야한다. 가시덤불 거치적거리는 것이 야산 냄새 물씬 난다.
절구골 도로와 인가가 가까이 보인다만 의기 시들까봐 애써 못 본 척한다. 안부는 오래된 공동묘지
인지 돌보지 않은 무덤이 많다. 봉분 가리지 않고 마구 자란 나무숲은 으스스하다. 이상한 일이다.
마치 지하의 원귀(寃鬼)가 붙잡는 듯 낙엽 속 덩굴에 발목이 걸려 연거푸 넘어진다. 능선 잡아 뿌리
친다.
639m봉이 첨봉으로 보인다. 잔 봉우리 2개 넘고 △601.8m봉. 가시덤불 헤쳐 삼각점을 확인한다.
416 재설, 78.7 건설부. 639m봉은 2피치 급경사로 오른다. 미리 사면 질러가는 것이 수월하겠지만
정상에 서면 별스런 조망할 수 있을까 그예 오른다. 사방 나무숲으로 가렸다. 내림 길이 조심스럽
다. 야부랑곡으로 빠지는 ┤자 능선 분기하여 완만한 왼쪽으로 가기 쉽다.
거침없이 쭈욱 내려 임도. 임도 따라 오르다가 가까운 안부 겨냥하여 생사면 올려친다. 530m봉을
왼쪽 산허리 돌아 넘는 것이 큰 부조다. 한때 날래던 우보 님이 돌부리를 잘못 차서 절뚝거리는 우
보행보로 까마득히 뒤처져서 상고대 님이 남아 탈출을 도모한다. 저 앞 550m봉 모롱이 돌아내리
면 모처럼 에누리 없는 완주인데 아쉬운 일이다.
550m봉 오르는 시늉하다 오른쪽 지능선으로 내린다. 성묫길이다. 무덤 지나고 길이 뚜렷하다. 급
경사를 갈지자로 내리고 산기슭 두충나무숲 지나니 문상마을 근처다.
13. 칠보산 가기 전 962m봉
13-1. 일월산
14. 절구골
15. 백암산
16. 울연산
17. 일월산
18. 날머리인 문상교 주변
첫댓글 서울에서 볼 때 남한 최고의 오지인 영양군 수비 지역의 싱싱한 자연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 싱싱함이 저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와 차마 참석하지 못하였습니다. 형님의 산행기로 아쉬움을 대신합니다.
비산 형님은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전히 동화되신 것 같군요.
우보는 오랜만이네. 그래도 그날 잘 걸었다고 대간대장님이 말씀하시네. 앞으로 자주 보세나. 몸의 건강에도 마음의 건강에도 산이 최고라네. 반갑네
그 좋은 오지를 따라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셔서 감사드립니다...가은님의 활약으로 하산주도 좋았겠네요^^
'가은님의 활약' 무슨 일인가요 궁금해지네요. 가은님이 산행 중에 항상 앞서서 길을 인도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하산주와 관련되어서는 무슨 일이 저랑 있을 때는 그런 일이 로 없었는데요. 가은님이 사람을 차하는가 봅니다. 을 규명해서 엄중항의해야 되겠는데요. 쿵쿵 쿵쿵 (남보원 ) 가은은 나없을 때 무슨 일을 한거냐. 을 밝혀라.
진상이 규명되는 그 날까지 댓글은 계속됩니다.
제 아무리 좋은 기계가 있어도 기술자 없이는 무용지물이듯이, 상도가 넘겨준 곡괭이가 제 아무리 단단해도 가은의 숙련된 기술과 힘이 없으면 거시기도 한낫 그림의 떡이었을 것 입네다. 더구나 가은 덕분에 뒷풀이 시간에 최고등급의 영주 한우를 먹었으며, 가은의 친형님께서는 포도생즙을 무지무지하게 큰박스 째로 선물해 주셔서 지금까지 잘 먹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가은이 활약을 했다는 말을 안할 수가 있겠습네까? 그렇습니까 아닙니까, 한메님!!! ㅋㅋ
우와 그런일이 있었다니 부러워라
모르면 편할 것을 공연히 '을 규명하라'고 떠들었군요. 미리 내용을 알았다면 죽더라도 참석할 것을... 왜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는지 알겠네요.
다음부터는 무조건 참석해야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