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인 삶을 살아가기 쉽다. 오늘날 사회가 그렇다. 여유가 없다. 삶이 팍팍하다. 이럴 땐 틀을 일탈하고 싶은 마음이 일 때가 있다. 그런데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내가 중동기독신우회 모임을 기다리는 이유다. 만나면 편안하고 힘을 얻는 자리….
자료 찾을 게 있어 좀 일찍 서울에 갔다. 국회도서관은 정보의 보고(寶庫)다. 다른 것은 아닌데 갖출 것 다 갖춘 도서관 때문에 서울 생활을 생각하는 적이 종종 있다. 편남영 김기혁 형이 도서관에 들려 나를 싣고 갔다. 친구지간(편남영-김기혁)이고 선후배 관계(두 형-나)라고 하지만 대화에 전혀 거리낌이 없어 좋다.
중동이 좋고 신우회는 더 좋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난 요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낸다. 사내대장부들끼리 이 무슨 발칙한 기쁨인가? 사실이 그렇다. 좋은 선배들, 사랑스런 후배들로 인해 마음이 맑아진다.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순화되는 것도 복 중의 하나가 될 터.
7층 식당엔 벌써 몇 분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식사 공력(功力)에 돌입했다. 그 와중에 선후배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과하게 들리는가? 이건 사람의 일이 아니다. 하나님의 개입하심이다.
우리 신우회 회원은 모두가 신사다. 아니, 매끈한 하늘 백성이다. 시간도 정확하다. 저녁 7시 예배가 시작됐다. 예의 그 박정진 집사님(84회)이 찬양을 인도했다. 그리고 오늘의 정례 예배를 위해 합심 기도했다. 우리의 모임은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난다. 좋다.
2017년 6월 12일 순복음강남교회 예루살렘 성전에 모여 우리는 예배를 드렸다.
친교부장인 이성환 장로님(65회)이 1부 예배 사회를 보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형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김동진 장로님(70회)이 대신 사회를 봤다. 만능이다. 기획 재정 등에 사회까지. 예배의 차례와 순서를 맡은 분들을 기록해 둬야 할 것 같다. 우리 중독기독신우회의 진주(眞珠)들이다.
"찬송(580장,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 대표기도(남윤재 목사, 77회) - 말씀봉독(역대하 3:15-17, 김기혁 집사, 67회) - 말씀선포(하나님 나라의 기둥, 최남식 목사, 68회) - 찬송(595장, 나 맡은 본분은) - 축도(이상현 목사, 60회)"
대표기도를 맡은 남윤재 목사님은 법률을 다루는 전문 직종 종사자(변호사)인데, 하나님의 특별한 소명을 받고 신학을 공부했다. 그리고 금년 초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앞으로 주의 일에 기대 되는 바가 적지 않다. 백강수 회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이 후배 기수 가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말씀을 전한 최남식 목사님(68회)은 강원도 화천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분이다. 그곳은 군부대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군(軍) 복음화에 애를 쓰고 있다. 함께 온 오늘의 홍일점인 사모님은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 특위 대변인으로 큰 활동을 한 바 있어 부부가 군 복음화에 동역을 하며 국가와 하나님께 충성한다.
신우회 6월 정례모임 예배에서 최남식 목사(68회)가 말씀을 전했다.
2부 사회는 황병직 총무님이 맡아 진행했다. 먼저 귀한 발걸음을 한 선배 몇 분과 해외의 박토(薄土)에서 선교사역에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님들을 소개했다. 선배들은 50회대였다. 70 이상의 연치(年齒)를 가지신 분들이다. 만년 청년의 기상으로 살아가시는 분들, 모임에 좌정함으로 큰 힘이 되는 선배님들이고 선교사님들이다.
한상찬 윤용식 선배님(이상 52회), 이현수 장로님(53회), 문 억 장로님(56회), 이승환 장로님(58회)과 이현수 선교사님(우간다), 김상현 선교사님(60회, 중국), 전대웅 선교사님(63회, 방글라데시), 이용주 선교사님(65회, 케냐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전역) 등은 영적 전쟁의 최 전방 사령관들이다. 우리 기독신우회의 자부심들이다.
중동기독신우회를 이끌고 있는 회장 백강수 장로님의 인사 시간. 그는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우리 신우회를 하나님께서 귀하게 사용하시는 데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사랑하심의 증표는 모이는 사람들의 순정과 역할들이다. 신행일치(信行一致)의 삶에 치열한 사람들,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실 우리 모임 아닌가.
백 회장님은 말했다. 국내를 넘어 세계 복음화에 전력(全力)을 다 하는 신우회가 되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 신우회가 할 일이 많다. 그는 지난 달 우리 신우회 선발대의 아프리카 단기 선교 단장 격으로 검은 대륙에 복음과 사랑을 뿌리고 왔다. 그것에 대해 개관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단기 선교를 도운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중동고에서 고 손양원 목사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장
해외 선교 사역 중에서도 중국에서 한센인 사역을 하고 있는 김상현 선교사님이 그곳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신우회는 산돌 손양원 목사님으로 인해 태동했다. 손 목사님은 1919년 우리 중동학교에 입학해서 1년 수학을 한 자랑스런 선배다. 지난 2014년 2월 중동고 제107회 졸업식장에서 그분에게 명예 졸업장이 수여되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당시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던 백강수 현 신우회 회장님의 활약이 컸다. 우리는 손양원 목사님을 주제로 세미나를 했고, 여수 기념사업회에 명예졸업장을 전달했고, 함안 기념관에 추모석을 세웠고, 그 분의 사랑과 화해 헌신의 정신을 붙들고 전국을 돌았다. 손양원 목사님은 우리나라 한센인 사역을 대표하는 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렵다는 한센인 사역을 중국에서 김상현 선배님이 하고 있다. 그는 직설적으로 이런 말을 했다. 한센병으로 죽는 사람보다 다른 질병으로 죽어가는 한센인이 훨씬 많다. 그런데도 한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하고 버려진 한센인들이 너무 많다. 이들을 위해서 운영하는 병원,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한 현장을 우리는 보고 받고 있었다.
신입회원들이 참가하게 된 경위와 소회를 밝히고 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속담이 있다. 나무는 우리 신우회고, 떡잎은 우리 회원들이다. 진한 녹색에 빛이 나고 또 새로운 싹이 자꾸 돋아나는 우리 중동기독신우회, 오늘 새로 나온 회원들이 바로 진한 녹색의 새싹들이다. 최고의 게스트들이다. 소개받고 소감을 밝힌 신입 회원들은 다음과 같다(존칭은 생략함).
윤용식(52회), 정영진(70회), 최동삼(73회), 남윤재 황규석(이상 77회), 박동규(82회). 돌아가면서 신우회에 참석하게 된 소회(所懷)를 밝혔다. 공통 단어를 뽑아낸다면 그건 ‘은혜’가 아닐까 싶다. 젊은 피 수혈로 우리 신우회의 더욱 튼튼해짐을 느낀다. 백 회장님을 통해 온 신입회원들이 많다.
뭐니뭐니 해도 오늘의 메인이벤트는 단연 '영화 관람'이다. 영화도 보통 영화가 아니다. 4월 28일부터 5월 9일까지 있었던 아프리카 단기 선교 팀의 고난행적(苦難行蹟)이다. 영상에 은혜와 감동이 더해지는 것은 '고난의 여정'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데 있지 않을까. 단기 선교에 동행한 느낌, 나만이 가진 마음이 아닐 것이다.
우간다에 교육 선교로 넓이를 확장해 가고 깊이를 더해가는 이현수 선배님의 사역,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서 생명을 살리는 이용주 선배의 '생명수 사역' 현장으로 우리 모두를 안내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처음 들어온 때가 떠올랐다. 1885년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선교사 몇 분이 입국했다. 이현수 이용주 선교사님은 우리 신우회의 아프리카 언더우드이고 아펜젤러이다.
모든 순서를 마치고 우리는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아프리카 선교 사역에는 무엇보다도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언어 기술 예능 등의 달란트를 가진 분들의 볼런티어(volunteer) 사역이 절실하다고 했다. 청소년 교육, 농업 기술 전이(傳移) 등 이현수 선배님이 갖고 있는 선교 비전은 무척 원대했다. 볼런티어 정신으로 무장한 자비량 선교사들이 많이 충원되기를 바란다. 우리 중동기독신우회에서 첫 테이프를 끊을 자 누굴까.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생각할 때마다 강한 햇볕에 '이글거리는' 날씨가 떠오른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대지를 메마르게 만든다. 그곳에 필요한 것이 물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서 물은 바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주 선배님은 Team &Team이라는 NGO를 만들어 아프리카에 물을 공급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현지인 중심의 튼튼한 조직을 가동하며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것에서 마음에 울림이 일었다.
이 고급스런 영상물은 장인수 선배님(67회)의 아들 장시영 군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닦여진 전공(專攻) 실력에 선교에 대한 애정과 열정의 결과일 터. 아프리카 선교 여행에서 몸 돌볼 틈도 없는 헌신이 말라리아 감염으로 이어져 아직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신우회의 유용한 자료로 쌓일 것이다.
황만호 선배님(69회)이 긴급 기도를 부탁해 왔다. 동기 최영찬 선배가 지금 갑상선 암으로 위중한 상태에 있으니 합심해서 중보 기도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신유의 은사를 받아 많은 이적을 행해 온 최광로 목사님(72회)이 기도회를 인도했다. 완쾌되어 신우회 회원으로 함께 아프리카 단기 선교를 다녀오는 날을 그려 본다.
중독기독신우회 6월 정례모임에 우리 기수가 총 9명으로 가장 많이 참석했다.
6월 정례 모임의 막이 내렸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방실방실 은혜 받은 얼굴들로 눈이 부셨다. 자랑질(?) 하나 하자. 오늘 참석한 각 기수에서, 내가 속한 70회가 가장 많이 참석했다. 총 9명. 중간 고리가 튼튼해야 건강한 조직이 되는 법! 약속이 겹쳐 도저히 올 수 없는 입장이었지만 잠깐 인사나 드리고 싶어 왔다는 총동문회 우이형 회장님의 사랑도 기록해 두어야 하겠다.
이상하다. 중동신우회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정신이 더욱 맑아지는 현상이 말이다. 막 기차(밤 10:55)에 몸을 싣고 이 글을 쓰고 있다. 미국 LA 김경생 장로님(63회)이 아니었다면 이 글 쓰기에 게으름을 피웠을 것이다. 그는 카톡방에 이런 '부담의 글'(?)을 올렸다. “이명재 목사님… 실황같은 후기 기다려집니다.” 주관적인 글, 미처 눈이 가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사랑으로 넘겨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