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羅星에 가면 편지를 보내세요
70년대 때 많이 불리어졌든 가요歌謠의 가사歌詞중 한 구절 이다.
요즘에는 편지를 써서 보내기보다는 휴대폰 메시지로 또는 이메일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다. 우체국에 갈일도 없다. 우표 사 본적도 오래다. 봉투에 침을 묻혀 우표를 붙이는 맛도 없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보다는 편리하고 빠르다. 그러나 차다. 사람냄새가 없다. 기다림이 없다. 종이위에 잉크로 써진 수기手記편지에는 사람의 마음이 묻어난다. 아날로그다. 아날로그로 남고 싶다. 아날로그에 숨어있는 미어美語를 만나고 싶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아니 안 만났던 동창생 찬燦이에게 편지를 보냈다. 근 40여년 만이다.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고 보고 싶다고도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기타 교습소에 다녔던 가물가물한 추억도 더듬었다. 얼마 후 장문의 답장을 보내왔다.
거의 잊었던 너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것이 너무 반가웠고 고맙다고 한다. 거기에다가 40여 년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잊지도 않고 전해 준 것이 너무나도 반가워서 한동안 몸 둘 바를 몰랐다고도 했다. ‘기타를 치던 일이 생각나느냐?’는 말에는 자기가 하던 일 기억 못 할리 없건만 그런 일이 있었던가 싶은 까마득한 옛일을 잊고 살아왔는데 나의 편지를 받고는 그때의 추억이 되살아나 정말 좋았다는 것이다. 최근의 근황을 차분하게 써내려간 그의 편지 속에 담긴 그의 말이다. 사십여 년 전 기타교습소에서의 만남이 보인다..
지난 2년간 긴 병病투병후 많이 좋아져 뭐 특별하게 하는 일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내와도 같이 투병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살아가는 동안 언제나 고비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 때 마다 늘 사랑하는 아내가 곁에 있어 주어서 고마웠단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그의 글을 다시 펼쳐 본다. 병수발 하는 아내의 사랑이 보인다. 부부애夫婦愛가 돋보이는 글귀다.
지난달 그에게서 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첫 번째 편지를 받고 그의 건강을 바란다는 편지를 보내후 두 번째 답장이다. 편지에 답하기 위해 문방구에 가서 파랑색 잉크를 샀단다. 또한 그 흔한 볼펜으로 답장을 쓴다는 게 영 아니라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만년필로 화답和答의 글을 보낸다는 것이다. 편지지에 번진 나의 바람이 그의 마음을 젖게 했는가 보다. 나도 두 번째 받아본 편지의 내용이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다. 첫 번째 편지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뚜렷하지는 않지만 고마운 이야기였다는 것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때는 많이 아팠고 힘들었을 때라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마음처럼 써지지 않았다는 미안함도 전해왔다..
요즘은 틈만 나면 걷는단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가까운 산이나 시내를 운동 삼아 걷는 게 일이라고 한다. 아내와도 같이 걸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내가 되기 전에 데이트하던 연애시절로 되돌아 간 것 같다고도 했다. 보인다. 손잡고 걷는 두 사람의 다정한 뒷모습이 그려진다. 좀 더 먼 곳에 갈 때는 배낭 안에 주먹밥도 넣고 간다는 것이다. 입맛이 살아나 식욕도 왕성하다는 것이다. 걷는 일이 잦다보니 전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던 뭔가 달라진 것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걷는 것 외에는 한일이 없는데 나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늙은이 같은 체취가 사라져 버린 것 같다고도 한다. 예전에는 밤잠을 못 이루어 힘들었는데 요즘은 하품도 자주하고 깊은 잠에 빠진다는 것이다. 두 사람에게 젊음과 건강이 회복된 것이다. 아름다운 꿈도 꾸는 것이다. 건강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니! 두 사람에게 행복한 제2의 아름다운인생이 시작 된 것이다
파랑색 잉크를 새로 산 빨강만년필에 가득 채운다. 또 다른 친구를 찿는다.
첫댓글 지난 일요일에 다녀온 천리포 수목원 사진을 사진 주인들에게 전해 주느라 어제는 글이 올라와 있는 걸 알고도 읽어 보질 못 했습니다. 사진을 다 올리고 나니 "가요무대" 를 시작 하더라구요. 내가 잘 보는 프로그램 입니다. 요즘은 사회자가 김동건 선생님으로 바뀌어서 더욱 품위가 있어 좋습니다. 가요무대를 가지고 "품위" 라 하니 웃으실지 모르겠는데 술잔이 명품이면 술은 저절로 명주 되는 것 아닐까?(그렇다고 내가 名字 行列에 든다는 얘긴 전혀 아니고 가요무대를 폄하하는 음악 전문가들께 드리는 앙탈(?) 정도로 이해 바랍니다.) 그나 저나 빨간만년필로 편지를 빨리 또 써 보내시고 그 얘길 또 올리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