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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아카데미(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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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스크랩 해거리
휘목 추천 0 조회 30 12.12.08 04:2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느덧 12월 첫 주가 시작됐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올 한 해도 시작할 때 마음먹은 것들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

인디언들은 주변에 있는 풍경의 변화나 마음의 움직임을 근거로 그달의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시적(詩的)인 영혼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 ‘침묵하는 달’ 등으로 불렀다 한다. 1월은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 ‘나뭇가지가 눈송이에 뚝뚝 부러지는 달’, 2월은 ‘물고기가 뛰노는 달’ ‘삼나무에 꽃 바람 부는 달’, 3월은 ‘마음을 움직이는 달’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4월은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 5월은 ‘들꽃이 시드는 달’ ‘옥수수 김 매주는 달’, 6월은 ‘옥수수수염이 나는 달’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 7월은 ‘천막 안에 앉아 있을 수 없는 달’ ‘산딸기 익는 달’, 8월은 ‘다른 모든 것을 잊게 하는 달’ ‘옥수수가 은빛 물결을 이루는 달’, 9월은 ‘옥수수를 거두어들이는 달’ ‘풀이 마르는 달’, 10월은 ‘시냇물이 얼어붙는 달’ ‘양식을 갈무리하는 달’, 11월은 ‘물이 나뭇잎으로 검어지는 달’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등으로 묘사했다. 5~9월은 옥수수와 관련된 이름이 계속되는 건 식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듯하다.

“이 대회는 해거리로 열린다.” “나무 보호에 심혈을 기울여 아직 해거리도 하지 않고 해마다 왕성한 결실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예문에 나오는 ‘해거리’는 한 해를 거름 또는 그런 간격을 뜻한다. ‘해거리’는 이외에도 한 해를 걸러서 열매가 많이 열림 또는 그런 현상으로 한 해에 열매가 많이 열리면 나무가 약해져서 그다음 해에는 열매가 거의 열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해거리’를 ‘해걸이’로 표기하면 안 된다. 해거리는 결실을 보는 식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있다. 한 해 만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무리를 한 사람은 건강을 해치는 등 이듬해에 그 영향을 미친다. 요즘 ‘슬로’가 대세다. 바쁘게 달려온 우리 국민일수록 이젠 ‘천천히 천천히’를 기억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 행복의 조건을 물질적인 풍요로움이라고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매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일수록 가난한 나라보다 이혼율과 자살률이 높다. 물질적인 풍요가 행복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 안에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이 때문에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성장의 대가로 치르는 통증 또한 매우 심각하다. 높은 자살률과 이혼율이 그것이다. 경제적으로 잘살면 삶의 질과 행복 지수도 높아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다.

성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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