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향이 날아올 때면
아카시아 향이 코끝에 닿으면 행복도 그리움도 함께 오듯 날아온다. 희미한 옛사랑이 찾아온 것처럼 공연히 설 레 인다. 봄이면 어김없이 바람결에 실려 오는 아카시아향이 사람을 이렇게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니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는 말만 나올 뿐이다.
70년대에 제기 동 에 살던 집은 약간 언덕에 있었다. 봄만 되면 새벽녘 개운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아카시아 향이 날아오곤 했다. 이런 날에는 행복이 배가 되어 하루 종일 기쁜 일들이 더 많은 듯하였다. 무슨 일이든지 기쁘게 받아들여지곤 했다.
부여로 터전을 옮긴지도 8년이 되었다. 2018년 5월에 전국파크골프경기가 부여 구장에서 있었다. 충남시니어 여자대표로 선발이 되어 경기가 있기 전 4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백마강변에 있는 구장으로 연습하러 다닐 때였다. 봄이 되면 첫 번째 행복의 전령사가 집 마당에 있는 라일락꽃이다. 꽃밭 한쪽에서 피는 보라색 꽃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한지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었다.
안 암동에 살 때에 아침마다 고려대학교 이공대로 산책을 나가곤 하였다. 애기동산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영산홍 때문에 행복한데, 그 아래에는 보라색 라일락 몇 그루가 향기까지 날리며 피어 있곤 했다. 하루는 작업하는 아주머니들이 보여서 라일락 한 뿌리만 달라고 하였더니 선뜻 주시며 예쁘게 키우라고 한다.
봄이면 라일락꽃을 보며 행복한데 갑자기 부여로 터전을 옮기게 되었다. 다른 이삿짐에 밀려 커다란 고무 통에 있는 라일락을 가져오지 못하였다. 어린 자식을 떼어놓고 오는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였다. 2층에 사는 젊은이에게 이따금 물을 주라고 부탁을 하고 오며 언제고 가져와야지 다짐을 하였다.
마당 한쪽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작은 꽃밭을 만들어서 6년만에야 옮겨다 심으니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사라졌다. 보라색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향기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지 매일이 행복하다. 차 트렁크에다 흙 따로 꽃나무 따로 가지고 왔는데 트렁크가 흙 범벅이 되었었다. 세차장에 갔더니 차안이 흙으로 가득 찼다며 아주 깨끗하게 청소해 주어서 세차할 일이 있으면 꼭 그 세차장을 이용하게 된다.
봄이 되면 라일락, 넝쿨장미, 도로변에는 아카시아, 찔레꽃이 간격을 두고 차례로 핀다. 내가 어릴 적에는 산이 있는 곳이면 눈길이 닿는 곳마다 진달래꽃이었다. 지금은 눈을 씻고 보아야만 간혹 눈에 띤다. 무슨 조화일지, 억센 손들이 다 뽑아갔을까?
거의 한 달을 백마강변으로 연습하러 다니는 길이 더욱 즐거운 길이 되었다. 철따라 피는 꽃들을 보며 자연의 신비에 감사할 뿐이다.
‘ 주 하느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속에
그리어 볼 때’~~
이 성가를 한 달 내내 부르며 다녔다.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연습하러 다닌 결과로 전국 경기에서 시니어 부 여자팀에서 1등을 하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새로 만든 꽃밭에 누군가가 잘라서 버린 무궁화 가지를 보물이라도 되듯 가지고 와서 심었다. 과연 잎이 나올까? 반신반의하며 꽂아 놓았었는데 몇 개월 후에 죽은 듯 서 있던 가지에서 아주 작은 푸른 싹이 나온 게 보였다. 얼마나 경이롭고 예쁜지 뛸 듯이 기뻤다. 우리나라의 상징인 무궁화나무가 한 그루라도 있어야지 하는 바람으로 심었는데 싹이 나오다니 기적처럼 느껴졌다.
우리 꽃밭에 배롱나무 한 그루만 더 심으면 가을까지 행복 하리.
하느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원무궁토록 찬미 드립니다. 아멘!! 2020, 8
배롱나무를 심다
20 여 년 전에 무안컨트리클럽에 가는 길에는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었다.
화려하지도 않게 줄지어 서있는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배롱나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울에서는 눈에 띄지 않아서 관심조차도 없었는데 그 후에 부여로 터를 옮기고 나니 여기 저기 배롱나무가 눈에 띄었다. 특히 더운 여름에 피는 꽃이 더 마음에 다가온다. 일명 백일홍나무라고도 하는데 서너 달은 꽃을 보게 된다.
마당 한쪽 콩 크 리트를 걷어내고 6년만에야 서울서 가져온 라 이락을 심어놓았다. 봄에 제일 먼저 피는 봄의 전령사가 되어 향기를 날려 보내며 행복을 안겨준다. 언제고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지 마음에 담고 있었다. 파크 골프장에서 운동을 같이 하는 지인이 내가 이따금 배롱나무 이야기를 하는 걸 기억하셨는지 친구가 배롱나무를 준다고 하였다며 나보고도 한 그루 주겠다고 한다. 얼마나 좋은지 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3월이 지나가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맡겨 놓은 양 빨리 심고 싶다고 재촉을 하였다. 드디어 나무를 옮겨와서 심고 나니 미리부터 꽃을 볼 마음에 행복하다.
폈다! 나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새벽이면 창밖으로 화단에 있는 배롱나무부터 살피는 게 일과이다. 잎이 나올까? 나왔나? 살피다가 요즘은 꽃이 언제 필까? 새벽마다 살피게 된다.
드디어 밤새 퍼부은 세찬 비에도 상관없이 꽃 5송이가 보여서 폈다! 외치고 오! 분홍색이었구나. 감사합니다. 하느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서 혼자 떠들며 아침기도 바치려고 들어왔다. 이제 백일동안 피어있는 꽃을 보며 행복하겠지.^^*
2021, 7
첫댓글 선생님 정원에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수필을 읽고 보니 글 속에서도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가 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