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야기 26.
옛 시에 자주 나오는 접동새는 두견이? 소쩍새?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
시샘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영원한 민족시인 김소월의 시 ‘접동새’입니다. 그러면 여기 나오는 ‘접동새’는 과연 어떤 새일까요? 여기저기 뒤져 보면 거의 다 ‘두견이의 경남 방언’이라고 나옵니다. 그나마 오래된 사전에서는 아예 나와 있지 않은 경우도 흔하고, 가장 믿을 만한 사전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두견이의 방언(경남)’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평안도 정주에서 태어난 김소월뿐 아니라 경상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저 또한 어려서부터 ‘접동새’를 들어 본 적이 있고, 시의 소재가 된 접동새 전설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기도 하니, 접동새를 굳이 경남 사투리라고 못 박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제 아무리 표준국어대사전이라도 아닌 건 아니지요.
두견이의 별명으로는 접동새뿐 아니라 자규(子規),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고려 말 이조년의 시조에는 ‘자규’가 나오고,(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 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아랴마난……) 고려속요 ‘정과정곡’에는 ‘접동새’가 나옵니다.(내 님을 그리워하여 울며 지내더니, 산 접동새와 난 비슷합니다.....)
또, 조지훈의 ‘낙화’(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나 서정주의 ‘귀촉도’(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 구비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에는 ‘귀촉도’가 나오는데, 신석초의 ‘바라춤’에서는 ‘두견이’, ‘접동새’, ‘귀촉도’ 셋이 함께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 모두를 '두견이(두견새)'라고 합니다. 두견이와 소쩍새를 전혀 구별하지 않고 같은 새라고 풀이한 경우도 흔하지요. 그러나 두견이와 소쩍새는 둘 다 여름철새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그 생김새나 습성, 울음소리 등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두견이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등 생김이나 습성이 뻐꾸기를 닮은 새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화창한 오월의 한낮, 문득 수풀 사이에서 들려오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iIee9osvw
가끔 새벽이나 초저녁에 울기도 합니다만, 요즘은 아주 귀해져서 그 울음소리를 들어본 지가 몇 년은 된 거 같습니다. 어쨌든 두견이가 나타날 때쯤에는 이미 꽃잎이 시든 지 오래인 진달래를 ‘두견화’라고 하는 것은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소쩍새는 올빼미 종류 가운데 가장 작은 새로서, 야행성이기 때문에 낮에는 울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마을 가까이서 살고, 여름 철새라지만 아예 텃새가 된 놈들도 있어서 그 처량한 울음소리를 도시 주변 야산에서도 별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