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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대장엄경 제10권
24. 상인이 수기를 받는 품[商人蒙記品]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존께서 처음 정각을 이루시자 한량없는 하늘들이 모두 여래의 공덕을 칭찬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큰 보리수를 자세히 살피며 눈을 잠깐도 떼지 아니하였고,
선정의 기쁨으로 음식을 삼았으므로 다른 음식 생각이 없었으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7일 동안을 지났는데,
욕계의 한량없는 천자들이 10천의 보배 병에 가득히 담은 향수를 받들고 부처님의 처소에 나왔고,
또 색계의 한량없는 천자들도 10천의 보배 병에 가득히 담은 향수를 받들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여래를 목욕시키고 아울러 보리수를 씻었느니라.
그때 여래께서 목욕을 하여 마치시자,
또 수없는 하늘ㆍ야차ㆍ용ㆍ건달바ㆍ아수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이 다투며 여래께서 목욕하신 물을 가져다 제 몸에 뿌리고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느니라.
때에 여러 천자들은 여래께서 목욕하신 뒤에 모두 하늘 궁전으로 돌아가면서 지녔던 남은 물에서 향기가 없어지지 않고 부처님의 향기만 나고 다른 향기가 나지 않는지라,
마음에 기쁨을 내어 전에 없던 일을 얻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물러나지 않게 되었느니라.
때에 보화(普花)라는 천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이시여, 어떠한 삼매에 머물러서 7일 동안을 가부하고 앉아 몸과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셨나이까?’
비구들아, 나는 그때에 보화 천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희열(喜悅)삼매로써 음식을 삼고 머무르셨으며, 이 선정의 힘으로 말미암아 7일 동안을 가부하고 앉았었다.’
이때 보화 천자는 곧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세존의 발은 천 개의 바퀴살이 있는데
마치 연꽃처럼 매우 청정하시며
늘 하늘들의 보배 갓이 되어 잇닿았나니
그러므로 저는 이제 조아려 절합니다.
그때에 천자들은 부처님께 절한 뒤에
거듭 게송으로 찬탄했으며
저 천상 인간들의 의심을 없애려고
기뻐하며 합장하고 앞에 나와 묻기를
여래께서는 내려와서 석가에 탄생하여
저 석가 성바지를 다 기쁘게 하시고
3독(毒)의 온갖 의심 잘 없애셨으니
원컨대 천상ㆍ인간들의 의혹된 것 푸소서.
어째서 10력(力)께선 정각을 이루시어
7일 동안을 보리수 살피셨고
인간 중의 사자께선 푸른 연꽃 눈동자로
나무 보며 가부하고 움직이지 않았나이까.
모든 부처님들 다 그러했나이까.
세존 혼자만이 나무 보셨나이까.
얼굴은 단정 엄숙하여 두 말이 없으셨고
이는 희며 촘촘하고 입의 향기는 산뜻하였나니
청컨대 천상ㆍ인간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기쁨을 내도록 사실대로 말씀하소서.
그때에 여래께서는 천자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묻는 바를 이제 간단히 말하리라.
마치 세속 법에 왕위에 오르면
역시 7일 동안 옮아감을 꺼리듯이
그와 같이 부처님들도 법왕이 되면
풍속 따라 7일 동안 옮김이 없느니라.
또 맹장(猛將)이 승리를 거둔 뒤에
항복한 무리들을 생각함같이
그와 같이 부처님들도 악마를 항복받고
7일 동안 가부하고 일어나지 않느니라.
세 가지 독의 번뇌와 아만은
이들은 모두가 중생들을 해치는데
일체 번뇌의 샘이 있는[有漏] 인[因]을
나는 그곳에서 모두 끊어 없앴노라.
샘이 없는 지혜[無漏] 불이 이로부터 일어나서
3독을 불태워 남음 없게 하는데
나는 그곳에서 지혜 힘으로
생사의 굳은 그물 끊어 없앴느니라.
쌓임[蘊]의 바탕 바로 알면 다 진실이 아니어서
끝없는 허망과 미혹에서 생긴 것인데
나[我]와 내 것[我所]에 집착하는 두 가지 무명과
삿된 소견을 모두 녹여 없앴노라.
모든 장애의 빽빽한 숲과 네 가지 뒤바뀜을
선근 지혜 불로 모두 태워 없애며
망각(妄覺)의 다리[鬘]는 생각에서 생기는데
보리를 얻어서 모두 없애 버렸으며
예순 다섯 가지의 무명의 음흉함[險]과
마흔 가지 나쁨[不善]과 서른 가지 때[垢]며
열여섯의 방일(放逸)과 18계(界)와
25유(有) 없애 버려 남은 것이 없느니라.
스무 가지 무거운 티끌[重塵] 다 멀리 여의고
스물여덟 가지 세간의 두려움을
나는 그곳에서 정진으로써
이러한 온갖 것을 죄다 뛰어넘었느니라.
여래의 5백 외침[吼]을 증득하였고
아울러 백천의 원만한 법 얻었으며
아흔여덟 가지의 모든 번뇌와
죄의 나무ㆍ가지ㆍ잎과 또 뿌리까지를
나는 지혜로써 불을 만들어
여기서 태워 버려 남음 없이 하였노라.
애욕ㆍ의심 쌓고 모여 폭포수 같고
모든 소견의 물은 늘 가득 찼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지혜의 해로
거룩한 빛을 쬐여 없어지게 하였노라.
삿됨ㆍ거짓ㆍ아첨ㆍ굽음ㆍ간탐ㆍ질투 등
이와 같은 허물인 번뇌의 숲을
나는 이제 여기에서 지혜의 불로
온통 태워서 없어지게 했느니라.
범성(梵聖)을 비방하여 모든 죄의 뿌리 생겨
나쁜 길에 떨어지게 되었던 것을
나는 지혜의 약을 주어서
그들에게 다 토하여 남음 없게 하였노라.
또 나는 그곳에서
선정과 지혜의 뭇 덕을 얻어
근심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 무리들을
다 없애서 남음 없이 하였노라.
또 나는 그곳에서
진실한 이치를 얻어
모든 번뇌와 아만의 화살을
뽑아 버려서 남음 없이 하였노라.
또 나는 그곳에서
지혜의 날카로운 칼로
나와 내 것과 생사의 근본을
끊어 없앴고
또한 저 제석이
아수라 무리들을 파괴하듯 했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깨끗한 지혜 눈을 얻어서
모든 중생들의
어리석은 가림에 덮인 것을
나는 지혜의 약으로
씻어서 없어지게 하였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해탈의 차가운 물로
저 경계에 나무에
탐욕 불의 연기를 없애 버렸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큰 정진의 바람으로써
번뇌의 구름을 없애 버리고
분별하는 번개를 없애 버렸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인자한 삼매로
모든 큰 공덕의 갈무리를 얻어서
뭇 악마 군사를 항복시켰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무원(無願)의 선정으로
모든 큰 공덕의 갈무리를 얻어서
온갖 번뇌를 끊었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공(空)의 선정으로
모든 큰 공덕의 갈무리를 얻어서
온갖 분별을 끊었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무상(無相)의 선정으로
모든 큰 공덕의 갈무리를 얻어서
쓸모없는 희론을 없애 버렸느니라.
또 나는 그곳에서
세 가지 해탈과
신통이며, 지혜의 힘 얻어서
생사의 그물을 찢어 없앴느니라.
또 나는 저 무상을 항상하다 생각하고
괴로움을 즐겁다는 생각을 하고
나 없는데 나라고 생각하는 것 등을
영원히 끊어 없앴느니라.
나는 정진의 힘으로써
생사의 바다를 건너 버리고
모든 애욕 그물을 무너뜨림이
마치 마갈어(摩竭魚)와 같았느니라.
나는 여기에서
온갖 탐내고 성내는 것들은
마치 큰 불 무더기에
부나방들이 타 죽음과 같은 줄 깨쳤노라.
스스로 나는 오랜
한량없고 그지없는 겁 동안에
생사의 가운데에 고생하면서
헤매며 쉬거나 그침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치고 쉬게 되어서
근심 없고 또한 두려움 없느니라.
내가 깨달은 것을
외도는 능히 깨달을 수 없으며
이는 단 이슬의 글귀와 뜻이므로
근심과 괴로움 등을 없애느니라.
나는 두려움이 없는 성에 들어서
5온(蘊)ㆍ12처(處)ㆍ18계(界)를 제거시키고
사랑 등을 모두 다 없애 버려서
다시는 후생의 몸 받지 아니하리라.
나는 보리를 위해
한량없는 억 겁 동안에
널리 여러 가지 선한 행을 행하여
몸과 살과 손과 발을 보시하였느니라.
공덕이 모두 원만해지고
그러므로 이곳에서
뛰어난 이슬의
위없는 큰 보리를 얻었느니라.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증득한 바의 진실한 법으로
모든 중생들의 종류를 따라
분별하여 널리 펴서 말한 것처럼
나도 이제 역시 그러하여
이와 같은 미묘한 법 얻었느니라.
능히 한 찰나 동안에
모든 세간의 것은
인연이 화합하여 생겼으므로
비고 고요하여 있는 바가 없어서
마치 건달바의 성과 같으며
공중의 아지랑이와 같은 줄 증득하여 알았다.
내가 얻은 바의 법 눈으로
그지없는 세계를 널리 보았나니
마치 손바닥 가운데에서
암바의 열매를 보는 것과 같으니라.
내가 얻은 바의 삼매로
온갖 것은 모두 통달했나니
한량없는 겁을 기억한 것은
마치 꿈속에서 깨달음과 같으니라.
세간의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뒤바뀐 생각에 태워지는데
나는 이제 그곳에서
사실대로 분명히 알았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에
위없는 보리를 구하였으며
크게 자애로움을 닦고 행하였나니
자애로운 마음을 닦음으로 반연하여
악마들을 항복시켰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게 슬퍼함을 닦고 행하였으며
슬퍼하는 마음 닦음으로 반연하여
괴로움과 근심들을 없애 버렸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에
크게 기뻐함을 닦고 행하였으며
기뻐하는 마음을 닦음으로 반연하여
위없는 도를 증득하였느니라.
나는 한량없는 겁 동안에
위없는 보리를 구하였으며
크게 평정함[大捨]을 닦아 행하고
평정한 마음을 닦음으로 반연하여
단 이슬의 법을 증득하였느니라.
나는 마침 악마 앞에서
이와 같은 맹세를 세웠었나니
만약 부처님 도 얻지 못하면
끝끝내 이 자리를 풀지 않으리라고
나는 금강의 지혜로써
무명 등을 없애 버리고
열 가지 힘을 얻었었기에
이제 일부러 이 자리를 풀었노라.
얻지 못한 것 이제 모두 얻었고
모든 번뇌 이미 다하여졌으며
악마 무리 모두 다 깨뜨리고 흩었기에
이제 일부러 이 자리를 풀었노라.
5개(蓋)의 문을 다 부수고
3애(愛)의 이[牙]를 모두 버렸었나니
그러므로 이제야
가부하고 앉음을 풀었느니라.
그때에 뛰어난 장부는
금강의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다시 보배의 자리에 앉아
하늘들의 목욕시킴을 받았느니라.
여러 하늘들은 보배의 병에
향수를 그 속에 가득 담아서
부처님 하늘 중의 하늘을 위하여
몸을 목욕시켜 마쳤느니라.
이에 여러 하늘 무리와
아울러 여러 채녀들은
하늘의 풍악을 치고 울려서
공양을 울렸느니라.
너희들 여러 천자들아,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한다.
나는 일부러 7일 동안을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무엇 때문에 처음 정각을 이루시고 7일 동안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그곳에 있으면서 비롯함이 없고 마침도 없이 태어나고 늙고 앓고 죽음을 끊어 없애기 위하여 7일 동안 나무를 자세히 살피며 일어나지 않았느니라.
둘째 7일에 이르기까지는 삼천대천세계를 돌며 맨 끝까지 거닐었느니라.
셋째 7일에 이르기까지 보리도량을 자세히 살피며 눈을 잠깐도 떼지 아니한 것은, 역시 여기에 있으면서 생사를 끊어 버리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위해서였느니라.
넷째 7일에 이르기까지는 마음대로 근처의 큰 바다 맨 끝까지를 거닐었느니라.
그때 악마왕은 세존께 가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고행을 애써 부지런히 하여 바야흐로 부처님이 되셨으니 열반에 드소서.
지금이 바로 때이오니, 오직 원컨대 여래께서는 열반에 드소서.
오직 원컨대 선서(善逝)께서는 열반에 드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였다.
‘파순아, 나는 본래 서원을 세워 모든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큰 보리를 구하여 한량이 없는 겁을 지나면서 애써 덕을 쌓았었고,
일체 중생이 나의 법 가운데서 아직 이치와 이익을 얻지도 못했거늘,
어찌하여 속히 나에게 열반에 들라 하느냐.
또 세간에 3보(寶)가 아직 갖추어지지 못했고,
중생이 아직 조복되지 못했고,
신통을 아직 나타내지 못했고,
묘한 법을 아직 말하지 못했고,
한량없는 보살들이 아직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도 못했거늘,
어찌하여 나에게 열반의 들라 하느냐.’
그때에 악마왕은 이 말씀을 듣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지팡이로 땅을 그으면서 생각하였다.
‘이 욕계 안이 이제부터는 나의 소유가 아니로구나.’
그러면서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로워하였느니라.
이때 악마왕의 세 딸이, 아버지가 근심하고 괴로워함을 보고 그 아버지에게 아뢰었느니라.
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마음에 아주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
지금 대왕을 괴롭히는 이가
이 어떠한 사람인가 말씀하소서.
저희들이 애욕으로 끌어내어서
새끼로 코끼리를 옭아매듯 하여
그에게 집착심이 나게 해서는
자재궁(自在宮)으로 데리고 가오리다.
그때 악마왕은 게송으로 그 딸들에게 대답하였느니라.
세간에서 음심을 여읜 사람인지라
탐욕의 경계에선 옭아맬 수 없으며
그는 애욕을 뛰어넘었으므로
나는 근심하고 괴로워하느니라.
이 악마 딸들은,
여래께서 보살이셨을 적에 이미 아리따운 자태를 지어 보살을 소란하게 하고 갖가지로 홀려 어지럽혔지마는 짬을 얻었을 수 없었으므로 여인으로서의 음란한 번뇌가 깊고도 중한 터이었는지라,
이에 세 딸은 다시 그 형상을 변화하여 하나는 계집아이의 형상이 되고 하나는 젊은 부인의 형상이 되고 하나는 중년 부인의 형상이 되어서 부처님 처소에 가 닿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신통의 힘으로써 그 세 여인들을 모두 늙은 여인이 되게 해 버렸으므로, 이에 세 여인을 도로 그 아버지 처소에 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왕의 말씀에 애욕 떠난 사람이라
탐욕 경계로선 물들일 수 없다기에
저희들은 다시 변화하여서
그 사문을 홀려 어지럽혀 봤나이다.
남들은 우리를 보기만 하면
음욕이 왕성하여 문득 피를 토하는데
이제 미묘한 몸을 나타내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나이다.
오히려 큰 신통으로써
우리를 늙은이로 변화시켜 버렸으니
원컨대 왕은 거룩한 힘으로써
본래의 형상대로 되게 하소서.
그때 악마왕은 딸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거나 사람이거나 간에 부처님을 제압할 수 있는 이를 못 보았다.
너희들이 스스로 가서 앞의 죄를 참회하여라.
그가 신통의 힘을 거두어야 너희들이 본래 형상으로 회복되리라.’
이에 악마의 딸들은 여래의 처소에 가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저희들은 지혜가 없어
여래를 홀려 어지럽혔사온데
밭이며 밭 아닌 줄 몰랐사오며
선이며 악인 줄도 미처 몰랐나이다.
저희들은 이제 아주 뉘우침 내어
죄를 없애 주시기를 바라옵나니
오직 원컨대 자비의 힘으로
본래의 형상으로 회복시켜 주소서.
그때 여래께서는 자비로 곧 신통을 거두어서 그 악마 딸들을 도로 본래와 같이 회복되게 하셨느니라.
다섯째 7일에는 목진린다(目眞隣陀)용왕이 살고 있는 곳에 머물렀었는데, 이때 찬바람과 장마가 7일 동안이나 개이지 않는지라, 용왕은 마음으로 비바람이 여래를 해칠까 염려하여 자기의 궁전에서 나와 부처님께 나아가 몸으로는 부처님을 호위하여 일곱 겹으로 두르고 머리로는 일산이 되어 부처님 위를 가려 덮었느니라.
사방에서도 또 한량없는 용왕들이 모두 와서 부처님을 보호하였으므로 용의 몸들이 쌓여서 마치 수미산과 같았는데, 이 용들은 부처님의 거룩한 광명을 받아 몸과 마음이 안락하여져서 전에 없던 일을 얻었느니라.
7일이 지나가자 비바람이 쉬는지라, 모든 용왕들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제 궁전으로 돌아갔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여섯째 7일에는 니구타나무[尼俱陀樹]에 가셨는데, 니련선하에서 가까운 이곳은 외도들이 많았으며, 그 외도들은 다 와서 친히 뵙고 세존께 위문하였느니라.
‘7일 동안의 비바람에 걱정과 괴로움이 없이 안락하게 머무르셨나이까?’
그때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써 대답하였느니라.
고요함으로써 만족할 줄 알고
생각함으로써 법을 증득하여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고
온갖 것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며
뭇 죄와 더러움을 멀리 떠나서
세간에 집착하지 아니하면서
영원히 아만심을 끊어 버림이
이것이 가장 안락한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일곱째 7일에는 다연림(多演林) 안의 한 나무 아래 가부하고 앉아서 중생들의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에 시달림 당하는 것을 자세히 살피면서 높은 소리로 말씀하였느니라.
세간의 모든 중생들
늘 5욕 때문에 불에 타고 있나니
언제나 애욕을 버릴 것을 생각하라.
애욕 때문에 더욱더 성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북천축국(北天竺國)의 형제 두 사람은 뭇 상인들의 주인이었는데, 한 분의 이름은 제리당사(帝履富娑)요, 한 분의 이름은 바리(婆履)였다.
지혜가 밝고 통달하여 아주 세상 법에 익숙하며 그 성품이 유순하여 돕고 잘 이끄는지라, 사고팔며 물건을 거래하는 데에 이익이 더욱 많았으며, 5백의 수레에 그 값진 보배를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이 여러 상인들에게는 선생(善先)과 명칭(名稱)이라 하는 두 마리의 길들인 소가 있었다.
교묘하게 앞길을 알고 안전한가 위험한가를 잘 알았으므로 우발라꽃[優鉢羅花]으로써 지시하며 채찍질할 것도 없었고, 다른 소는 관심할 것도 없었느니라.
그렇게 하며 가다가 유림(乳林)에 이르자 길도 매우 편편한데도 소의 발이 땅을 싫어하고 끌채가 부러졌으므로, 이때 5백의 수레는 길가에 걸렸고 두 소는 인도하려 하여도 나아가지 못했으며 채찍질을 더하여도 전진하지 못하였느니라.
때에 그 상인들은 마음으로 두려워하며 서로가 말하였다.
‘두 소가 가지 않으니, 앞의 길에 반드시 두려워할 만한 일이 있으리라.’
그리고는 곧 말을 탄 이에게 무기를 잡히고 앞길을 순찰하게 하였더니,
그가 돌아와서 상주에게 말하였다.
‘제가 갔던 앞길에는 험난한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두 소가 역시 나아가지 않을까요?’
그때 숲을 지키는 신이 홀연히 그 형상을 나타내며 상인에게 말하였다.
‘그대 상인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들은 오랜 동안에 생사에 헤매다가 이제야말로 큰 이익을 얻게 되었도다.
왜냐하면 부처님 세존께서 세상에 나오시어 처음 정각을 이루시고 이 숲 속에 계시기 때문이니라.
잡수지 못한 지가 49일인데 그대들은 갖가지 음식을 가져다가 올려야 하리라.’
그때 길들인 두 마리의 소는 곧 부처님을 향하여 갔고, 그 상인들도 소를 따라서 갔다.
길을 떠난 지 오래지 아니하여 멀리서 여래의 서른두 가지의 몸매와 여든 가지의 잘 생긴 모습을 뵈었는데, 몸의 빛이 빛나서 해가 처음 돋는 것과 같은지라,
이미 부처님을 보고 나서 모두가 희유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면서 다 말하였다.
‘이는 범왕이실까, 바로 제석이실까, 바로 사천왕이실까, 일월 천자이실까, 산신이실까, 하신(河神)이실까?’
그때에 세존께서 가사를 조금 들어서 그 상인들에게 보이시니,
상인들이 보고서는 즉시 여래요, 이는 출가한 사람인 줄 알고 마음으로 기뻐하며 저마다 서로 말하였다.
‘출가의 법에는 때가 아니면 잡수시지를 않는 것이니, 여러 맛있는 소(蘇)와 꿀ㆍ사탕무ㆍ젖죽 등을 마련해 두었다가 때가 되거든 올려야겠구나.’
그리고 그 상인들은 갖가지 맛난 음식을 장만하여 여래 앞에 이르러서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시어 이 조그마한 공양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그때 그 상인들의 음식을 받으려 하면서 생각하였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는 모두 발우를 지니셨는데, 나는 이제 어떠한 그릇으로 이 음식을 받을까?’
그때 사천왕이 저마다 금발우를 가져다 여래께 받들어 올리면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오직 이 발우를 쓰시어 상인들의 음식을 받으시고, 우리들을 가엾이 어기셔 오랫동안에 큰 안락을 얻게 주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사천왕에게 말씀하였다.
‘출가의 법에는 너희의 이와 같은 금발우를 받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다.’
그리하여 점차로 7보의 발우를 바치기까지는 모두 받지 아니하였느니라.
이때 북방의 비사(毘沙) 천왕이 다른 천왕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기억하건대, 옛날 청신천(靑身天)이 네 개의 돌발우를 갖고 와서 우리에게 준 일이 있습니다.
또 변공(遍光)이라는 한 하늘이 와서 우리에게 말하기를,
〈부디 이 발우를 사용하지 마십시오. 공양하면서 탑이라는 생각을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래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터인데 명호는 석가노니이리니, 이 발우를 그 부처님께 받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비사 천왕은 다른 천왕들에게 말하였다.
‘돌발우를 보시하려면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사천왕은 저마다 제 궁전으로 돌아가서 여러 권속들과 함께 그 돌발우를 가져다 하늘 꽃을 가득히 담고 향을 바르고는 여러 하늘 풍악을 아뢰면서 돌 발우를 공양하려고 부처님께 와서 각각 발우를 여래께 바쳐 올렸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오직 저희들이 바치는 돌발우를 받으시어 상인들의 음식을 받으시옵고,
저희들은 오랜 동안에 큰 안락을 얻으며 법 그릇을 이룰 수 있게 해주기를 바라나이다.
그것은 저희들을 가엾이 여겨서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생각하셨다.
‘사대천왕이 깨끗한 신심으로 나에게 발우를 보시하는데, 그러나 내가 네 개의 발우를 받아 지님은 합당하지 못하다.
만약 한 개만 받고 다른 세 개를 받지 않으면 저 두 왕이 반드시 원망을 하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 네 왕이 바치는 발우를 모두 받으리라.’
그때에 세존께서는 북방의 비사 천왕의 발우를 받으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네가 선서(善逝)에게 발우를 바치니
상승(上乘)의 그릇을 얻을 것이며
나는 이제 너의 보시를 받고
너에게 염근(念根)ㆍ혜근(慧根)을 갖추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제두뢰타(提頭賴吒) 천왕의 발우를 받으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발우를 여래께 보시하였기에
염근ㆍ혜근이 더욱 자랄 것이며
날 적마다 유쾌한 즐거움 받고
속히 부처 보리를 증득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루박차(畏婁博叉) 천왕의 발우를 받으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나는 깨끗한 마음으로써
너의 깨끗한 발우를 받았으니
너에게 깨끗함을 얻게 하여서
인간ㆍ천상의 공양 받게 하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비루륵차(毘婁勒叉) 천왕의 발우를 받으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여래의 계율은 흠이 없으며
그대가 흠이 없는 발우를 보시함은
그대의 마음이 흠이 없기 때문이니
과보를 얻는 것 또한 흠이 없으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사천왕이 발우를 받으시고 이렇게 차례대로 서로 포개 놓고 오른손으로 누르자 합쳐서 한 개의 그릇이 되었으나 네 쪽이 분명하였는데,
여래께서는 그때에 과거를 기억하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나는 옛날 꽃을 발우에 가득 담아
한량없는 여래들께 바쳤었기에
그 때문에 오늘도 사대천왕이
나에게 단단하고 깨끗한 발우 보시했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그 상인들은 큰 소 떼 들을 몰고 길을 따라가다가 이른 아침에 소치는 사람이 우유를 짜는데 무릇 짜는 것마다 변화하여 제호(醍醐)가 되는지라,
희유한 마음을 내어 빨리 제호를 가지고 가서 상주에게 말하였다.
‘이제 짜는 젖마다 어쩐 일인지, 모두 제호가 됩니다. 이것이 상서로운 일일까요, 상서롭지 못한 일일까요? 저도 지금 아직 해결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상인들 가운데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탐심을 품고서 일부러 말하였다.
‘그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이니, 크게 보시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상주의 먼 조상이 이미 범천 세간에 나 있었는데, 이때 몸을 나투어 바라문이 되어 상인들 가운데서 게송으로 말하였느니라.
그대들은 옛날 큰 서원을 세우기를
여래께서 만약 보리를 증득하시면
우리는 음식을 부처님께 바치리니
우리 밥을 받으시고 법의 바퀴 굴리소서 하였네.
이제 여래께서 정각을 이루셨고
그대들 소원 역시 만족했으니
세존께서는 그대들의 맛난 음식 받으시고
위없는 큰 법 바퀴를 굴리시리라.
그대 이제 짠 젖이 제호가 된 것은
이 큰 선인의 위력 때문이시며
좋은 별 착한 별의 상서로운 징조이니
그러므로 모두가 상서로운 일이니라.
범천은 이 게송을 연설하고서
도로 형상 숨기고도 천상으로 돌아갔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때에 그 상인들은 이 게송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곧 제호에 으뜸가는 멥쌀을 넣어 죽을 쑤고 좋은 향내 나는 꿀을 타서 전단의 발우에 담아 가지고 다연림(多演林)에 나아가 여래께 받들어 올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가엾이 여기시여 우리의 이 음식을 받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상인들의 음식을 받아 잡수시고는 그 전단 발우를 가져서 공중에 내던지셨는데, 그 발우의 전단 한 푼 값어치는 백천의 값진 보배와 맞먹었느니라.
때에 선범(善梵)이라는 범천이 있다가 전단 발우를 받아 가지고 범천궁에 돌아가 탑을 일으켜 공양하였는데, 그 탑은 지금까지 여러 하늘들이 향과 꽃으로 공양하며 끊이지 않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상인들을 주원(呪願)하면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느니라.
너희들이 향한 곳은 모두 상서로워서
온갖 재보가 모두 가득할 것이며
상서(祥瑞)가 그대들의 온 손에 두루 하고
온통 너의 몸 모습이 바로 상서이니라.
구한 바의 재보는 저절로 이르고
상서의 다리[鬘]로써 머리를 꾸몄으니
해와 달과 별과 여러 하늘들이며
제석과 사천왕이 모두 옹호하리라.
가는 곳은 이미 상서로울 곳이요
돌아올 적에도 안락 얻을 것이며
이 보시하는 음식의 공덕으로
미래에 위없는 도 이루게 되어
명호는 말도삼파불(末度三皤佛)이라 하리라.
상인들은 수기(授記) 받고 마음으로 기뻐했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께서는 맨 처음에 두 상주와 상인들을 위하여 수기를 주셨고, 때에 그 상인들은 수기를 듣고서 전에 없던 일을 얻고 모두가 합장하여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부터 여래께 귀의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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