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3권
25. 불설고호오경(佛說蠱狐烏經)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의 기수급고독원에 유행하시면서 대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조달(調達)은 칭찬하는 일을 똑바로 하지 않는 자로서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점이 있느니라.
구가리(拘迦利) 비구는 조달을 칭찬하고 조달 역시 구가리를 칭찬하는데, 이 두 사람은 똑바로 보지 않고 서로를 칭찬하지만 옳지도 않고 이치에 맞지도 않느니라.”
여러 비구들이 이 말씀을 듣고 세존께 여쭈었다.
“위대한 성인이시여, 구가리 비구를 보건대 바른 경전과 법과 계율과 가르침이 인연이 되어 믿음을 갖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나이다.
그런데 조달에 대해서 바르지 못하게 보고 칭찬하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하면서 옳은 이치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 조달은 구가리 비구를 칭찬하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어리석은 무리들은 비단 이 세상에서만 똑바로 보지 않고 칭찬하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한 것이 아니니라. 지난 세상에도 또한 그러했느니라.
아주 오랜 옛날에 황문(黃門: 성불구자)이 명이 다해 죽으면 가까운 마을에서 그를 가져다가 가죽나무 숲에 버렸느니라. 그때 여우[蠱狐]와 까마귀가 와서 그 고기를 먹었느니라.
그때 서로 칭찬하면서 나무숲에 있던 까마귀가 여우를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대의 몸은 사자와 같고
그 머리는 신선과 같으며
기름진 것이 사슴의 왕과 같으니
호화롭고 좋기도 하네.
이에 여우는 숲 속에 있으면서 까마귀를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나무 위에 있는 존귀한 이는 누구인가.
그 지혜 제일이네.
그 빛이 시방을 비추니
자마금(紫磨金)을 쌓아놓은 것과 같구나.
이때 까마귀는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그대는 대사자(大師子)
그대를 보고 싶어 왔노라.
그대의 기름진 모습은 사슴의 왕과 같으니
옳은 뜻을 얻어 훌륭하구나.
여우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진실 되게 믿어 실상을 알고
함께 서로를 지성껏 칭찬하니
함께 자마금을 쌓아
이것을 먹자고 물은 것이오.
이때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대선인이 있었는데 한가한 곳에 머물면서 청정하게 도를 닦고 있었다.
여우와 까마귀가 서로 칭찬하는 소리를 듣고
‘저들 무리들이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방자하게 서로 칭찬을 하고 있구나. 저 말들은 모두 헛된 것으로 진실함이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내가 오랫동안 하는 것을 보니
지금까지 모두 두 혓바닥을 놀렸네.
스스로 이 숲 속에 숨어서
함께 사람의 고기를 먹고 있네.
이때 까마귀는 성이 나서 선인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사자나 공작도 모두
새고기를 먹는다네.
저 머리 깎은 이를
다음 차례로 하여 살기를 구해야겠네.
선인은 다시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가죽나무 아래에 냄새가 고약하니
모든 새들이 싫어하네.
뭇 사슴들이 의지하는 곳이거늘
황문의 시신을 버렸구나.
너희 하천한 무리들이
함께 여기 모여서
황문의 시신을 먹으면서
스스로를 높은 사람이라고 부르는구나.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여우를 알고 싶은가? 그는 바로 조달이었느니라.
까마귀는 구가리이며, 선인은 곧 보살이었느니라.
그때 함께 서로 칭찬하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하고 옳은 것을 옳지 않다고 하더니, 지금도 역시 그러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