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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세품경 제5권
[자만하는 열 가지]
보살이 자만하는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중우(衆祐)와 기년(耆年:長老)과 존장(尊長)과 현성(賢聖)들을 업신여기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사문(沙門)ㆍ범지(梵志)가 닦는 평등한 행의 바르고 참된 교훈에 공손하지 않고 조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생각한 업으로 법사(法師)를 따르지 않고 법을 받들어 높인 이가 묘한 법 등을 설하고 대승의 가르침을 받들며 지혜와 도의 자취[道跡]를 밟아 겸허한 전범(典範)을 지녔는데도 겸손하고 낮추어 머리 조아리거나 예배 공경하지 않으며
교만하고 방자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지도 않고 자세히 들어 받지도 않으며 또한 사유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대중 가운데 있을 적에 모든 법을 강설하는 이가 앉아서 미묘한 법을 나타내는데도 법사에게 ‘훌륭하다’고 찬탄하지는 않고, ‘사람들이 그 사람을 흠모하고 공경하지나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마음으로 자만하여 스스로의 공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덕은 덮어버리며
혼자만이 제일이라고 헤아리면서 마음으로는 경멸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잘났다는 생각을 품고 ‘나 혼자만 알고 있다’고 하면서
덕 있는 이를 비방하고 청정하게 수행하는 이인데도 그의 흠을 말하면서 공훈의 뜻으로 찬탄하는 일이 없으며
만일 그를 찬탄한 것을 보면 마음 아파하고 근심하는 것입니다.
법의 이치가 계율이나 가르침에 그와 같으므로 부처님 말씀이 지성스러워 존경해야 될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기뻐하지도 않고
배우는 이[學士]들을 미워하며 아울러 경전을 헐뜯고 바른 전적[正籍]을 비방하며,
게다가 다른 이치를 받아서 높은 자리[高座]에 있으려 하고
경법의 단점을 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받들어 공경하여 주기를 원하고
모든 존장(尊長)이나 영웅(英雄)의 무리로 보아 주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또 범행(梵行)을 닦는 이를 보고도 일어나 영접하지 않고 머리 조아려 예절을 지키지도 않으며
만일 지혜가 밝은이를 보면 슬퍼하고 조심하는 얼굴로 기뻐하지 않으며 좋은 말을 하지도 않고 언제나 나쁜 마음을 품고 있으며,
그의 장단점을 취하고 소소한 허물까지 살피며 자만하여 지혜가 밝은 이에게 나아가려 하지도 않고 뒤를 따르면서 겸손하거나 공손하려 하지도 않으며 문안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경전의 뜻을 묻고 받아서
‘무엇이 좋고 무엇이 좋지 않으며 어떤 이치를 닦아야 오랫동안 안락을 얻고 재난을 만나지 않게 될까?’를 모르는지라
어리석은 무리와 함께 하게 되고 나날이 어둔 데를 향하면서 어리석어지고 가려짐이 더욱더 심하여지니,
어리석기 때문에 공순(恭順)하지 못한 일을 나타내고 어리석음으로써 자기 자신을 해치면서 자만하는 생각을 품는 것입니다.
자만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여의고 전생에 지은 덕의 근본을 다 소모하고 새로운 복을 일으키지도 못하며
나이 어린 이들을 일으켜 억지로 굴복시키려 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서 거동이 흉폭하고 다투기를 좋아하면서
지혜가 넓은 이를 헐뜯고 정사(精舍)에서 내쫓으며 스스로 멋대로 굴어 아주 험한 골짜기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또 도의 마음에 있어 세력이 첫째라 하여 교만과 호기로 방자하니,
높은 자리[尊位]를 얻는 것만으로는 백천 겁이라도 부처님 세상을 만나지 못하는데 하물며 경법을 만나서 듣는 것에 있어서이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보살이 자만하는 열 가지의 일이니,
보살은 이것을 버려야 곧 열 가지 지혜[慧]를 체득합니다.
[지혜의 업 열 가지]
보살의 지혜의 업[慧業]에 다시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일과 업을 짓고 성스러운 뜻을 지녀 복의 과보[福果]를 알되 끝내 퇴색되지 않습니다.
마음에 도의 생각[道念]을 익히고 언제나 부처님을 생각할 줄 압니다.
잘 아는 벗[善知友]에게 배워 익히되 겸손하고 조심하며 수순하면서 그를 받들어 공경하며 높은 어른에게 묻고 정진하면서 지혜를 닦습니다.
법에 뜻을 두고 법을 좋아하면서 근본적으로 법을 구하며
견문이 넓은 이를 사모하여 만족해함이 없으면서 사유하고 수순하며
생각해야 할 것이라면 부지런히 행하고 생각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면 곧 버립니다.
모든 중생에 대해 경만한 생각을 품지 않고 보살을 마치 부처님 대하듯 하며 법을 자신과 같이 사랑하고
여래를 받들어 생각할 때는 제 몸과 목숨을 사랑하듯 하면서 모든 부처님께 힘써 귀의합니다.
그 몸과 입과 뜻으로 삼가고 조심하면서 범하지 않고
혀[舌根]로 말한 바에는 처음부터 입의 허물이 없게 하며
성인의 지혜[聖明]에 귀명하면서 부처님의 도를 멀리하지 않고 지혜의 업을 힘써 닦습니다.
다투고 어지러운 일이 없으면서 12연기에 대하여 모든 사견을 버리며
어둠의 나무뿌리를 뽑아 어둠을 소멸시키고 모든 법의 지혜의 광명을 체득합니다.
열 가지 일[事]로 나아가는 업을 권유하고 수순하며
지(智)도무극을 마치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권도방편을 마치 아버지처럼 헤아리면서
부처님의 도업(道業)으로 지성(志性)의 혜해(慧解)에 들어갑니다.
보시와 계율에 대해 널리 듣고 적멸(寂滅)을 사모하고 구하며 뜻으로는 지혜와 덕을 쌓으면서 수고로이 여기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펴신 업으로 모든 악마와 죄와 진로를 제거하고 음개(陰蓋)와 온갖 장애를 소멸하며
중생을 교화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순종하며 부지런히 힘쓰면서 법을 받들고 모든 부처님 국토를 청정하게 하면
신통과 세 가지의 통달[達]이 바로 눈앞에 있게 되니,
이것이 바로 열 가지 지혜입니다.
[악마에게 붙들리는 열 가지]
보살이 악마에 붙들리는[魔所必固]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마음에 겁이 많고 허약해지면 악마가 그의 편의[便]을 얻고,
마음에 생각이 많으면 심란해지고 바쁘게 되며,
성품이 안정되고 온화하지 못하고 구한 것이 많음을 싫어하지 않으면 악마의 혼란을 당하고,
오로지 하나의 법(法)을 지니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면 악마에게 곤욕을 당하며,
바른 서원[正願]을 은근하게 일으키지 못하면 욕심에 미혹되고,
진로에 속박되면 뜻이 고요[寂靜]해지지 못하며,
두루 다니기를 싫어하면서 생사를 끊으려 하면 악마가 되돌아오게 되고,
정진하며 부지런히 도법(道法)을 닦지 못하면 도리어 물러나게 되며,
온갖 중생 교화하기를 즐기지 않으면 오직 자기만을 보호할 뿐이며 고통 받는 사람을 생각하지 않게 되고,
경전을 의심하고 바른 법을 비방하면서 순종하려 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악마에게 붙들리는 열 가지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붙들어 주시는 열 가지]
보살을 부처님께서 붙들어 주시는[佛所以立]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처음 발심해서부터 부처님의 보호를 받으므로 태어나는 세상마다 도의 뜻[道意]을 잊지 않게 되고,
악마의 일을 깨달아 알면서 능히 항복시켜서 물러나게 하며,
가령 모든 도무극에 대해 들으면 밝고 뚜렷하게 마음에 있게 되며 듣자마자 받들어 행하고,
생사의 고통을 알고 비록 고통인 줄 안다 하더라도 수고로이 여기지 않으며,
깊고 묘한 법을 관하면서도 증과[果證]를 얻지 않고,
모든 성문이나 연각[緣一覺]을 위하여 경법을 설할 때에는 그들이 좋아하는 말을 따르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自然]인 것에 대하여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이치를 관하면 무위(無爲)에 머무르지도 않고 유위와 무위는 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처님께서 보호한 것이 멀다 하여 근심을 품지 않으며,
일체지와 모든 신통의 지혜에 들어가고,
보살행에 있으면서 자재함을 나타내고 또한 끊는 바도 없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을 부처님께서 붙들어 주시는 열 가지의 일입니다.
[법을 건립하는 열 가지]
보살이 법을 건립하는[建立法]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온갖 만물은 항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앎으로써 법을 건립하게 되고,
모든 법은 다 고뇌(苦惱)이며,
또 모든 법에는 나[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헤아리고,
니원(泥洹)은 번뇌가 사라져서 고요하여[寂滅] 영원히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법은 연(緣)으로부터 전전하고 허위(虛僞)로 인(因)하여 물러나게 되고,
수순하지 않음[不順]을 익힘에 따라 무명(無明)의 12연기(緣起)와 화합하여 노ㆍ병ㆍ사에 이르는 것이므로 수순하지 않으려는 생각을 제거하면 무명이 곧 없어지고 무명이 없어지면 생ㆍ노ㆍ병ㆍ사도 영원히 제거되며,
세 가지 해탈문으로 모든 성문이 이루어지고 공허한 데에 의지하면 연각의 법이 생기고,
6도무극(度無極)과 4등(等:等至)과 4은(恩)으로 대승을 일으키며,
시방의 국토를 알고 모든 법을 분별하며 중생을 분명히 알면서 모든 혜명(慧明)에 노닐되 통하지 않는 바가 없으면 부처님의 경계가 되고,
모든 생각을 제거하고 모든 느낌[受]을 끊어 버리고 있는 그대로[自然]에 들어가면 과거나 미래에 있어서도 멸도(滅度)의 이치에 들어가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법을 건립하는 것입니다.
[도솔천에 머무는 열 가지]
보살이 도솔천[兜術天]에 머무는 데에 다시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욕계에 머무를 때는
모든 천자(天子)들을 위하여 욕계의 미묘함을 설하고
제멋대로 하는 이에게는 항상한 것은 없음을 보여 주어 모두 성취하게 하고
다 함께 모였을 때는 법을 여읨에 대해 설하면서 도의 마음[道心]을 내도록 권유하니,
이것이 바로 도솔천에 있을 때의 첫 번째 가르침입니다.
색계(色界)에 있어서는
모든 천자들을 위하여 해탈과 삼매와 정수(正受)는 일어나는 바가 없음을 강설하되
선정에 대하여 만일 거리낌이 있으면 은애(恩愛)가 생겨 몸을 탐내게 되기 때문에 미혹함이 드러나고 진로를 분별하게 되므로 참된 이치[眞諦] 그대로인 줄 알게 되며,
그런 뒤에 전도(顚倒)되어 있는 모든 색(色)을 다 소멸하며
그것을 알지 못하는 이는 생각이 청정함에 계탁하여 항상 존재한다[常存]고 여겨 모든 것에 대해 탐내는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니
항상함이 없음[無常]과 따로 여의는[別離] 업으로 돌아가게 하여 도의 마음을 내도록 권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일입니다.
또 족성자(族姓子)여, 보살이 도솔천에 머물러 있을 때는
정광삼매(淨光三昧)를 스스로 정수(正受)하면서 몸에서 빛나는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에 두루하게 하며
중생의 근본을 따라 제도해야 할 이라면 수백 가지의 다른 음성으로 연설하고
사람들이 이 경법(經法)의 음을 들으면 그 마음이 깨끗해져서 깨우치게 되어 모두 다 도솔천으로 올라와서 태어나며,
천상에 나게 되면 보살은 즉시 도의 마음을 내도록 권유하니,
이것이 바로 세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머물러 있을 때는
거리낌이 없는 보살의 도의 눈[道眼]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 국토의 모든 보살들이 다 도솔천에 있는 것을 보고는
큰 법회(法會)를 열어 모이게 하고 끝없는 변화를 나타내고는 내려와 태 안으로 들어가서 다시 탄생함을 보여 주고,
나라를 버리고 왕을 버리며 불수(佛樹) 아래 나아가 도량(道場)을 장엄하는 일을 나타내며
전세(前世)에 짓고 세웠던 행을 강설하고 전생의 본행(本行)으로 인하여 그로 하여금 끝없는 큰 지혜에 들어가게 하되
있는 곳을 옮기지 않고도 여러 가지 형상의 변화를 널리 나타내어 중생들을 깨우쳐 교화하니,
이것이 바로 네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머물러 있을 때에
시방의 도솔천에 있는 모든 보살들이 다 와서 그를 보고서 겸손하게 몸을 낮추고 공경하고 순종하면
그때 보살은 다함께 기뻐하게 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서원을 갖게 하고
입으로는 큰 법을 연설하여 모든 보살을 따라 세운 행에 머무르되
마땅히 없애야 할 것과 받들어야 할 행을 명백하게 밝혀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여 그것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각자 본래의 국토인 도솔천으로 돌아가게 하니,
이것이 바로 다섯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적에
악마 파순(波旬)이 호귀(豪貴)하고 탐욕을 부리며 다스리는 무리들에게 둘러싸인 채 와서 보살을 어지럽히려 하는 것을 보면
곧 가서 모든 악마를 항복하여 제지하고는 금강(金剛)의 발자취[履跡]인 장소에서 지도무극(智度無極:지혜바라밀)으로 선권방편과 도혜(道慧)의 얼굴과 머리를 지니고,
어질고 온화한 생각을 품고 금계(禁戒)로 번뇌를 고요하게 하며 이런 위신력을 건립하여 경우에 따라 법을 설하면서
악마 파순으로 하여금 기회[便]를 얻지 못하게 하므로 보살이 드러나는 감동을 보고는 모두 다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니,
이것이 바로 여섯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적에
모든 천인(天人)들이 욕계를 싫어하고 법회를 좋아하는 줄 알면
욕계의 모든 궁전으로 하여금 저절로 소리를 내어 말을 하게 하되
‘오늘 보살이 반드시 궁인(宮人)이 되어 나타날 것이니
만일 보는 이들이 스스로 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함께 청하며 모이도록 하라’고 하니
이런 소리를 듣자마자 헤아릴 수 없는 백천해(百千姟)의 하늘들이 모두 와서 거기에 모입니다.
때가 되어 보살이 궁인이 되어 나타나자 천자들은 예로부터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하면서 세간에서는 보기 드문 이인지라
그를 보고는 크게 기뻐하고 아무리 봐도 싫증내지 않았으며 모두들 기악(伎樂)을 울렸는데,
기악을 따라 법의 음성이 울려 나오되
‘온갖 만물은 모두 무상(無常)으로 돌아가고
눈으로 보는 것은 모두 다 고통의 근본이며
모든 법에는 나[我]가 없고 몸도 없고 수명도 없으니
모두 공(空)으로 돌아가야 하고 무위(無爲)이며 고요하고 안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살행을 받들면 장차 부처님이 되기에 이르고 모든 통혜(通慧)를 갖춥니다’라고 하니
법회에 모인 천인들은 이 법음(法音)을 듣고는 마음이 숙연해져서 탐욕을 좋아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도의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바로 일곱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만일 도솔천에 있을 적에는
그 형상이 없어지지 않으면서 시방의 헤아릴 수 없고 수없는 부처님 국토에 널리 나타나서 모든 여래께 나아가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설하신 법을 들으면서
모든 부처님 세존을 보면 곧 그를 위하여 아유안(阿惟顔)의 일을 차례대로 널리 연설하시므로
그 본제(本際)로 인하여 통혜지(通慧地)의 보살도에 나아가 머무르면서 온갖 도의 이치에 들어가게 되며
끝없이 넓은 지혜를 두루 갖추면서 마음을 일으키는 순간에 모든 것을 환히 알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여덟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만일 도솔천에 있을 적에는
그 위신력으로 부처님 법을 받들게 되는데 그 이름은 호수특(好殊特)이며
두루 시방의 모든 부처님 국토의 여래께 공양하면서 한량없이 청정하고 헤아릴 수 없이 널리 펴면서 모든 법계를 나타내어 허공계에 돌아가게 되므로
이런 공양을 본 모든 하늘과 사람들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모두 위없이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키니,
이것이 바로 아홉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적에는
한량없는 모든 법과 도의 부드러움[道柔]에 들어가서 지혜의 광명을 놓아 시방의 헤아릴 수 없는 모든 부처님 세계의 여러 가지 색의 형상[色像]을 나타내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위의(威儀)와 예절이 각각 다르고 때에 따라 짓고 그들을 위하여 분별하여 설명하며
여러 가지 법을 분석 판단하여 중생의 마음에 따라 가르쳐 주면서 본래의 행[本行]과 뜻하는 서원[志願]을 저마다 통달하여 알게 하니,
이것이 바로 열 번째의 일입니다.
이것이 바로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때 나타나는 열 가지의 일이니,
그런 뒤에야 비로소 태어나 인간으로 나투는 것입니다.
[도솔천에 있다가 없어지는 열 가지]
보살이 도솔천에 있다가 없어지는[現沒] 데에 열 가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때에 안온청정(安隱淸淨)이라는 광명이 있는데, 이 빛나는 광명은 발바닥으로부터 나와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며 모두 큰 광명이 되어서 악취(惡趣)인 3도(塗)의 재난과 지옥ㆍ아귀ㆍ축생의 재액에 있으면서 두루 돌아다니며 왔다 갔다 하므로
이 광명을 만난 이들은 모두 안온함을 얻으면서 뭇 고통과 우환이 쉬게 되며 안온함을 만나고 나서는 마음속으로
‘모든 어진 이들 중에서 다시 어떤 분이 이 세계에 나셨구나’하고 생각하고
어두운 곳에서 그 광명 때문에 서로 보고는 기뻐하고 놀라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보살이 도솔천을 버릴 때에 나타내는 첫 번째의 일입니다.
또 도솔천에 있을 적에 권조(勸助)라고 하는 광명이 있는데 눈썹 사이에서 나옵니다.
이 광명을 놓은 때에는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전생에 수행했던 보살들을 비추게 되며 이 광명을 놓아 대천 국토를 비추면서 모든 보살을 청하고 나면
그때 보살들은 덕행을 이미 갖추었으므로 도솔천을 버리게 되는데
모든 하늘ㆍ용ㆍ신들이 다 와서 그 보살들에게 공양하고는 기뻐하면서 도의 뜻을 일으키게 되니,
이것이 바로 두 번째의 일입니다.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적에 정계(淨界)라고 하는 광명이 있는데 오른쪽 손바닥에서 나오며, 다시 이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추어 곧 장엄하고 청정하게 되는데
연각(緣覺)으로서 모든 번뇌가 없는 이라면 즉시 그 광명으로 다른 나라에 옮겨가거나 옮겨가지 않으면 곧 수명을 버리면서 반열반[般泥洹]하게 되며,
모든 외도 이학과 몸을 드러낸 벌거숭이나 미혹되고 소견이 뒤바뀐 중생의 무리도 역시 또 다른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며,
이 옮겨지는 이들은 여래의 거룩한 뜻[聖旨]으로 그렇게 되는데 역시 이 중생들도 이 인연으로 인하여 깨우치고 교화를 받으니,
이것이 바로 세 번째의 일입니다.
도솔천에 있을 적에 이구현요(離垢顯耀)라고 하는 광명이 있는데 보살의 몸으로부터 나오며, 이 광명을 놓아서는 아래의 모든 하늘과 위로는 아가니타(阿迦膩吒)의 24천(天)에 이르기까지 비춥니다.
도솔천궁에 있는 모든 하늘들은 각각 생각하기를,
‘오늘 보살께서 도솔천을 버리시는구나’ 하고 근심 걱정을 품고는
각기 꽃과 향과 섞인 향[雜香]ㆍ가루 향[擣香]과 비단의 일산ㆍ번기ㆍ당기를 가지고 모든 거문고와 쟁(箏)을 뜯으며 그의 덕을 노래하고 칭송하면서 기악(伎樂)을 울리며 보살에게로 가서 공양하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면서 부처님이 되신 뒤에 큰 멸도[大滅度]에 이르기까지 받들어 섬기며 잠시도 쉬지 않으니,
이것이 바로 네 번째의 일입니다.
또 족성자여, 보살이 도솔천에 있을 적에 막능승당(莫能勝幢)이라는 광명이 있고, 머리에 관책(冠幘)과 몸의 영락(瓔珞)과 그 심장(心藏)에서 이 광명을 놓게 되며 그 광명이 시방의 모든 금강신(金剛神)들을 널리 비추는데,
그 때를 맞추어 백억의 모든 금강신들은 다 모여와서 부처님의 도를 이루고 큰 멸도에 이르기까지 보살의 뒤에서 시봉하니,
이것이 바로 다섯 번째의 일입니다.
또 해중생(解衆生)이라 하는 광명이 있고, 때가 되면 보살은 몸의 모든 털로부터 빛나는 광명을 놓아 삼천대천세계를 전부 비추면서 보살의 몸을 빛나게 하고 모든 천인들과 온갖 궁전을 비추면 그때에
저마다 생각하기를
‘우리들의 개사(開士:보살)께서 중생을 교화하면서 여래를 받들어 공경하시는구나’라고 하니,
이것이 바로 여섯 번째의 일입니다.
또 적선주(積善住)라고 하는 광명이 있어 보살의 큰 보주의 광[大寶珠藏]으로부터 끝없는 광명을 놓는데, 이 광명을 내는 구슬에서는 변화로 큰 전각[大殿]을 내어서 보살이 태어날 나라로 가게 되며,
그 광명이 시방의 군국(郡國)ㆍ현읍(縣邑)ㆍ주역(州域) 등 큰 나라에 있는 모든 집에까지 비추면 거기서 교화해야 될 이라면 다 함께 그곳으로 나와 그 국토의 세계에 태어나니,
이것이 바로 일곱 번째의 일입니다.
또 보엄궁(普嚴宮)이라는 광명이 있어 이 빛나는 광명을 놓을 때 보살은 즉시 넓고 장엄한 대보각전(大寶閣殿)과 대보전(大寶殿)이 나오게 하여 어머니의 태(胎)에서 가까운 오른쪽 겨드랑이에 머무르게 하고 광명이 비추게 되면 그 어머니는 널리 안온하여지며
온갖 덕과 공훈에 머무르면서 보살의 어머니의 태를 보호하고 보살은 이 대보궁전에 머무르며 거처하니,
이것이 바로 여덟 번째의 일입니다.
또 정주(停住)라는 광명이 있어 보살의 발바닥 아래서 나오게 되면
그 모든 천자로서 욕계나 모든 범천(梵天)에 머물러 있는 이는 언제나 공손하고 조심하면서 보살을 받들어 공경하다가 그의 수명이 다하여 목숨을 마치려 할 때는 짐짓 말하기를
‘보살은 계속하여 본래 계시던 곳[故處]에 계셔 주십시오’라고 하며
비록 천상에 있다 하더라도 광명이 와서 비추어 여래를 받들며 광명이 모든 천자들을 두루 비추면 곧 편안히 머무르면서 다시는 수명을 마치지 않고 보살이 성불하시고 큰 멸도를 나타내기까지 공양하게 되니,
이것이 바로 아홉 번째의 일입니다.
또 약간목(若干目)이라는 광명이 있는데 그것은 보살의 모든 상호(相好) 가운데서 나오며,
이 광명을 놓을 때는 보살의 각각 다른 변화와 한량없는 공덕을 나타내게 되는데,
모든 천인들은 멀리서 보살이 도솔천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에 드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갓 탄생하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출가하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성불하시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법륜 굴리시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멸도하시는 것을 보기도 하니,
이것이 바로 열 번째의 일입니다.
도솔천에 있다가 없어지면서 내려와 태어날 때는 이 보살의 열 가지[十品] 광명으로서 구족하고 헤아릴 수 없는 억백천의 빛나는 광명을 나타내면서 보살의 몸을 출현시키는 것이며,
헤아릴 수 없는 평상[床座]과 누각(樓閣)과 궁전에서 나오는 빛나는 광명으로 보살이 일으키고 행하는 여러 가지 일을 나타내는 것이니,
높고 뛰어남이 그와 같아서 도법(道法)을 널리 구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