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해의보살소문정인법문경 제15권
[왕에게 출가를 권유하다]
왕은 그때 또 큰 환희심을 내어 뛸 듯이 기뻐하면서 왕이 수용하던 그 모든 미묘한 물건을 모두 저 부처님께 받들어 올리자,
그때 무변광조여래께서 다음과 같이 선정경계왕에게 말씀하셨노라.
‘대왕이여, 왕이 소유한 모든 물건을 이미 여래께 바쳤으니 왕은 마땅히 나의 가장 높은 법에서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해야 하리니,
왜냐 하면 대왕이여, 여래의 가장 높은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하는 자는 큰 위력(威力)과 큰 칭찬을 얻기 때문이라오.
[출가하는 보살이 얻는 스무 가지 광대한 이익]
대왕은 알아두오. 출가하는 보살은 스무 가지 광대한 이익을 얻기 마련이니,
그것은 바로 저 일체의 지혜를 원만하게 하는 더 없는 수승한 이익이라오.
이제 그 스무 가지를 말한다면,
왕의 소유하여 쓰던 그 모든 부귀(富貴)를 다 버림으로써 나와 내 것이 없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첫째이고,
즐거이 출가함으로써 번뇌를 다 벗어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둘째이고,
가사 옷을 입음으로써 오염되지 않은 마음을 얻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셋째이고,
성종(聖種)에 대해 환희심을 냄으로써 성종을 원만히 길러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넷째라오.
두타(頭陀)를 수행하는 공덕으로써 많은 욕심을 끊고 번뇌를 여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다섯째이고,
계율이 청정함으로써 천상ㆍ인간에 태어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여섯째이고,
보리심을 버리지 않음으로써 여섯 바라밀다를 원만하게 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일곱째이고,
고요한 곳에 거처함으로써 시끄러움을 벗어나게 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여덟째라오.
마음에 애착이 없음으로써 법의 즐거움을 생각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아홉째이고,
선정을 닦음으로써 마음이 조화롭고 막힘이 없게 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째이고,
부지런히 많이 들음을 구함으로써 큰 지혜를 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한 째이고,
모든 교만을 버림으로써 큰 지혜를 내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두 번째라오.
다른 욕구와 사업을 적게 함으로써 성인의 법을 선택 결정하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셋째이고,
일체 중생에 대한 마음이 평등함으로써 대자(大慈)한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넷째이고,
일체 중생을 해탈하게 하는 마음을 일으킴으로써 대비(大悲)한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다섯째이고,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바른 법을 호지(護持)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여섯째라오.
마음이 경쾌하고도 안락함으로써 신통의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열 일곱째이고,
항상 부처님을 염(念)함으로써[이 문단에 어떤 큰 이익을 얻는다는 한 구절이 있어야 할 것이나 범본(梵本)에 누락되었다.] 그 열 여덟째이고,
항상 깊고 견고한 법을 사찰 함으로써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는 큰 이익이 그 열 아홉째이고,
일체의 수승한 공덕을 쌓음으로써 일체의 지혜를 빨리 성취할 수 있는 큰 이익을 얻는 것이 그 스무째라오.
대왕이여, 이러한 스무 가지 법이 바로 출가한 공덕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수승한 이익이므로, 무릇 출가한 보살이라면 이러한 큰 이익을 얻기가 그리 어렵지 않나니,
그러므로 대왕은 이제 이 가장 높은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해야 할 것이오.’
해의야, 그때 저 세존께서 선정경계왕을 위해 응하는 대로 가르쳐 주셨는데,
왕이 마침내 출가하고는 일체의 소유를 다 버리고 수승한 복으로 이 세간을 염리(厭離)하자 수염과 머리털이 자연히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 비구의 모습이 되었다.
그 왕이 곧 세존의 법에 청정한 신심을 내어 출가한 뒤에 왕태자ㆍ왕비를 비롯한 모든 궁빈(宮嬪)도 출가하고 내지 온 국경의 서민(庶民)을 교화하자 99억 백천의 인민들이 다 따라 출가하여 선한 법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정진하였노라.
해의야, 너는 또한 이같이 부처님의 성실한 말씀을 듣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일체의 복된 행을 중생들과 함께 의지해야 할 것이다.
저 선정경계왕이 출가한 뒤에도 그 출가한 여러 권속들을 데리고 함께 무변광조여래의 처소에 나아가서 예배하고는 이렇게 사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 저희들을 가르치시어 부처님의 말씀 그대로를 굳게 수행함으로써 이 모든 국토 안에서 헛되이 음식을 받아먹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자 저 부처님께서 선정경계 비구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노라.
‘네가 이제부터 이름 그대로 비구가 되었으니 비구들을 따라 자신의 경계를 청정하게 하고
또 자신의 경계를 깊고 견고하게 살피는 동시에 그 살핀 이치에 따라 머물러야 하리라.
이른바 자신의 경계란, 자신의 경계에 6진(塵)이 와서 장애를 일으킴이 그것이니,
네가 그러할 때엔 여실하게 현전에서 보리를 자세히 관찰하여 깨달아야 하며,
또한 그 보리에서 심원(深遠)한 생각을 일으킬 뿐 친근한 생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깊고 견고하게 사찰해야 하는 자신의 경계]
이때에 선정경계 비구가 저 부처님의 분부를 받들고는 그 뜻을 깊고 견고하게 하여 조금도 방일하지 않음은 물론 번뇌를 여의고 이치대로 수행하기 위해 과연 자신의 경계를 여실하게 사찰하였노라.
그 깊고 견고하게 사찰해야 하는 자신의 경계가 무엇인가?
이른바 눈의 경계가 곧 공(空)의 경계이고,
공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공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인지라,
이와 마찬가지로 귀ㆍ코ㆍ혀ㆍ몸ㆍ뜻의 경계가 곧 공의 경계이고
공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공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니라.
또 눈의 경계가 곧 무상(無相)의 경계이고,
무상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무상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며,
내지 뜻의 경계가 곧 무상의 경계이고,
무상의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무상의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니라.
또 눈의 경계가 곧 원(願) 없는 경계ㆍ조작 없는 경계ㆍ생멸 없는 경계이고,
원 없는 경계 내지 생멸 없는 경계가 곧 일체 중생의 경계이고,
일체 중생의 경계와 생멸 없는 경계가 곧 부처님의 경계이니라.
해의야, 저 선정경계 비구가 이 말씀을 들은 뒤 곧 그 법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충분히 조화롭고 막힘이 없게 하는 연고로
마음의 지혜를 닦아 네 가지 신족(神足)과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또 마음을 한 곳에 기울여 방일하지 않아서 일체 언어의 이치를 다 포섭하는 다라니문(陀羅尼門)에 들어갔노라.
해의야, 너는 이제 의심스럽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 전륜성왕이 가장 수승한 지위를 버리고 부처님 법에 따라 출가하여 수도한 저 선정경계 비구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너의 전신이었으며,
또 왕을 따라 출가한 99억 나유다 백천의 비구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너와 함께 여기에 와서 법을 듣는 이 모임의 보살들이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옛날의 인연을 말씀하실 적에 그 모임에 있던 1만 8천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발심하고, 8천의 보살은 생사 없는 법의 지혜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