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친구들
— 재경 동기 춘계모임을 다녀와서 —
토요일(26.03.14) 아침, 전철을 타러 성균관대역으로 향했다.
재경 동기들의 춘계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역에서 여학생 H와 함께 1호선 급행 전철에 올랐다.
주말 아침의 전철은 평소보다 한결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노량진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9호선 급행으로 갈아타고 석촌역으로 향했다.
전철에서 내리며 만난 친구들과 함께 석촌역 8번 출구로 나오자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반가웠다. 자주 보는 얼굴들이라 마음의 거리는 생각보다 더 가까웠다.
우리는 함께 걸어 석촌호수 레이크호텔 스카이가든으로 향했다.
식당 창가에서는 석촌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봄기운이 호수 위에 잔잔히 내려앉아 있었다.
스프와 빵이 나오고, 이어 훈제연어 샐러드와 로제 스파이시 스파게티, 안심스테이크가 차례로 테이블에 올랐다. 식사는 정갈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친구들의 웃음이었다.
이날 모인 40여 명의 동기들은 대부분 1958년 개띠들이고, 그 사이에 원숭이띠·닭띠·돼지띠 친구들이 몇 명 섞여 있다. 세월은 우리를 각기 다른 삶의 자리로 이끌어 놓았지만,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면 우리는 여전히 같은 교실에 앉아 있던 친구들이다.
이번 모임은 장영희 회장님과 권매자 총무님의 헌신과 정성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그 모습을 보며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뒤 우리는 석촌호수 둘레길을 걸었다.
호수 위에는 봄빛이 잔잔히 번지고 있었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평화로웠다. 우리는 천천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누군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동기들의 근황을 전하며, 또 누군가는 옛 학교 이야기를 꺼내며 웃었다.
호수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도 남겼다.
사진 속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었지만, 그 안의 웃음은 여전히 젊었다.
이야기를 조금 더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송리단길로 향했다.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들어간 곳은 BBQ 빌리지였다. 치킨과 맥주가 테이블 위에 놓이자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띠었다.
그 자리에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우리 일행 중 한 여학생의 단아한 미모에 반한 듯한, 우리와 비슷한 연배의 한 남성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는 바람에 잠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세월이 흘러도 친구의 매력은 여전히 빛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석촌역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헤어지기 아쉬웠던 몇몇 친구들과 다시 자리를 잡은 곳은 버거킹 2층이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자공고 3학년 실습생 시절 이야기에서부터 서울에서 살며 겪었던 젊은 날의 기억과 애환들, 그리고 인생의 전성시대까지 친구들의 삶이 하나씩 풀려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화양연화(化樣年華)’라는 말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시절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우리의 화양연화는 지나간 어느 한 시절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렇게 친구들과 다시 만나 웃고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제의 모임은 단순한 점심 약속이 아니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친구들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석촌호수의 봄바람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느꼈다.
친구라는 인연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바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우리의 화양연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