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몸은 이유가 없는 행동을 하지 않아요. 머리는 비어있고, 손에서는 붓이 빠져 나뒹굴고, 알린은 나의 곁에 없어요. 타히티 여인들의 원색으로부터 흘러 들어왔던 아드레날린은 이제 말라버린 우물이 되어버렸네요. 나는 그저 히나님의 앞에 웅크려 앉아 초점 없는 눈동자에 새로운 우물을 팔 뿐이에요. 눈부신 빛이 싱그러운 향이 지저귀는 소리가 아득해져가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폴 고갱'의 작품 제목.
-창작 의도 : 미술 작품을 보고 시를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하다가 폴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을 보게 되었다. 폴 고갱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가 겪은 많은 일들이 담긴 작품이어서 그의 일생을 정리한 글을 읽고, 폴 고갱이 되어 그가 살아왔던 삶을 시로 표현해보고자 했다.
<시창작연구 3 (한세정 교수님)>
2016211020 김 별
혹시
혹시 오늘 뵙기로 한…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어떤 일을 하세요? 집은 어디신가요?
혹시 우리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혹시 저 모르시겠어요? 아, 아닌 것 같다고요? 혹시 모르잖아요. 우리가 전생에 어떤 사이었을지는.
혹시 혈액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아 이건 그냥 제가 습관처럼 묻는 질문 중 하나일 뿐이에요. 혹시 별자리는, 제가 맞춰볼게요. 혹시 처녀자리 아니세요? 아 전갈자리시구나.
혹시 취미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하고… 혹시 영화는 좋아하세요?
혹시 어떤 장르 좋아하세요? 저는 로맨스코미디 같은 게 재밌더라고요.
혹시 로맨스코미디 좋아하시나요? 아, 액션 취향이시구나.
혹시 식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저녁에는 어디 가셔야 한다고요?
혹시 그럼 다음번에는… 아, 지금 가보셔야 하는…
혹시 연락처라도…
혹시… 혹시…
-창작 의도 : 처음 만나거나 호감이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때면 항상 조심스럽게 말을 걸고, 확신에 찬 말이 아닌, ‘혹시’라는 반신반의하고, 조심스러운 단어를 많이 쓰게 되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고, 불안한 그런 사람이 하는 말을 시로 한 번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런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시창작연구 3 (한세정 교수님)>
2016211020 김 별
간지럼 참기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강아지풀, 엄마가 등짝을 때린 후, 회초리가 남긴 자국을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 나도 모르게 베어 문 탐스러운 복숭아, 상표도 떼지 않고 입어버린 새 옷, 깔끔하게 머리를 다듬고 난 뒤, 뿌리에 발라놓은 염색약, 윙윙거리는 모기의 입맞춤, 먼지가 달라붙은 콧잔등, 옷 속 어딘가에 숨어든 길고 구불거리는 머리카락, 목욕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사흘 동안 감지 못한 머리, 잘생긴 배우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의 명대사, 사랑니가 열심히 뚫고 있는 잇몸 위, 다 나아가는 상처의 딱지, 누군가가 내 이야기를 하는 중의 귓구멍, 매일 싸우던 동생의 선물, 아빠의 진심 담긴 편지 한 통
-창작 의도 : 복숭아 알레르기와 관련된 시를 쓰려다가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시가 시작되었다. 물질적인 간지러움뿐만이 아니라 내면의 깊은 곳도 간질이는 것들까지도 포함시켜 이것들을 나열해보았다. 상상만 해봐도 간지러운 것들을 읽으며 참아보라는 의미에서 제목도 간지럼 참기로 지어보았다.
[시창작연구 3] 2016211020 김별.hwp
첫댓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몇몇 장소들과 그 장소에 대한 묘사들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미술 작품을 보고 쓴 시답게 화려한 이미지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제목 덕분에 작품에 대한 이해가 쉽긴 했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대로 드러낸 제목이라 아쉬움도 조금 있었습니다. <혹시> 마치 희곡 대사가 나열된 거 같아서 매우 새로웠습니다. 지금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나 구성이 독창성 있고 재미있기는 하나 대사의 나열만이 아닌 다른 이미지나 묘사가 있으면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지럼 참기> 제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겉과 속을 간질이는 것들을 나열한 점이 신선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가 한번도 써보지 않은 혹은 그러지 못했던 구성의 작품들이어서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혹시>와 <간지럼 참기>는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비해 쉽게 쓰여진 작품 같아서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지만 구상이 도전적이고 독창적이어서 그만큼 많은 인상도 남았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시를 읽기 전 그림과 그림에 관한 자료를 먼저 읽었습니다. '고갱'의 입장에서 쓰여진 시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특히 3연에서 화가로써가 아닌 한 아이의 아버지로써의 마음과 감정과 절박함이 사실적으로 잘 드러난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로운 이미지가 아닌 그림 그 자체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새로운 방법으로 고쳐질 가능성이 있는 시 인 것같아 만약 퇴고를 하신다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궁금해집니다.'탄생' '삶' '죽음'을 작품에서 보이는 색감으로 쓰면 어떨까, 작품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그 작품 속의 인물들의 입장에서 쓴다면 어떨까 ,또
작품 자체가 아닌 '고갱'의 불행했던 그 시절의 모습을 새로운 이미지로 쓴다면 어떤 시가 탄생할까, 란 생각들이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새로운 스타일의 시 입니다. '시'를 떠올리면 저는 먼저 이미지의 나열을 생각하는 데 그 고정관념을 깨트린 시였습니다. 시가 어떻게 얼마나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상황을 설정한다면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결한 다른 행들과는 다르게 3행과 4행은 다른 행에 비해 길게 쓰여있는데 이 부분이 읽는 데 부자연스러움을 더해주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지럼 참기> 간지러움을 주는 것들을 나열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2015211031 이송은 독특했습니다. 시를 읽으며 내게는 어떤 가지러움들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나열을 시키는 것에서 그치치 않고 중간 중간 변주를 주는 문장을 넣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윙윙거리는 모기의 입맞춤'이란 표현이 재미있게 다가왔는데 저한테는 모기의 입맞춤이 공포로 느껴지는 데 김별학생작품에서는 간지러움으로 느껴진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너무 잘읽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 타히티 섬 같은 생소한 장소의 이미지가 묘사로 잘 드러나 있어서 시적 공간을 상상하는 재미가 있는 시였습니다. 문장이 안정적이고 분위기가 부드러우면서 탄탄하게 잘 잡혀있어 읽는데 불편함이 없어 좋았습니다. 다만 읽으면서 '이 시가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그 점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미지는 충분하니 해당 미술 작품에 대한 본인의 생각이나 인식이 조금 더 들어간다면 더 풍부한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 작품을 좀 더 색다른 시각에서 해석해보면 어떨까요?
혹시 / 이번 중간고사 작품들 중 가장 읽기 편한 시였습니다 시의 전문이 대화체로 이루어진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남는 여운이 재밌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모습이나 표정을 상상하게끔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을 혹시 가 아니라 다른 제목으로 바꾸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상황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계속해서 엇나가는 듯한 대화가 갖는 의미라든지 다양하게 바꿔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시의 내용이 조금 일차원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혹시 라는 상황이 가지각색으로 상상할 수 있는 제재인 만큼 조금 더 숨기고 감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해석하게 되는 재미가 부여
@2016211011 조혜림 되니까요!
간지럼 참기 / 개인적으로 제목이 흥미롭다 생각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강아지풀, 등짝, 회초리 같은 소소한 사물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누군가의 소박한 어린시절을 엿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문장이 완성 되지 않고 쉼표만으로 전개 되고 있는데, 끊긴다는 생각 없이 시가 유연하게 읽혀서 좋았습니다 안정적인 문장력이 시의 분위기를 살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번엔 운문 형식으로 조금 더 짧게 함축적으로 시를 전개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 합평할 작품 :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