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10월 29일 수요일 저녁 7시, 춘천시민연대 열린 공간에서는 "마임이스트 유진규회원의 이야기" 사람책이 활짝 펼쳐졌습니다.
“유진규의 춘천 34년”이란 제목으로 시작한 사람 책은 20가지의 흥미 가득한 질문 하나 하나를 제비뽑기 하여 선생님의 34년 춘천의 삶을 오롯이 파헤쳐 나갔지요~^^...
공연장에서의 마임이스트 유진규는 많이 봐왔지만 당신의 삶을 세밀화로 그려가며 세세히 이야기 해주는 친구 같은 유진규는 아마 앞으로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마임을 하기 위해 부모를 이기는 방법으로 가출했던 이야기며(참석했던 고등학생의 눈이 반짝반짝), 결혼 후 삶의 터전으로 춘천과 제천을 고민하다 춘천에 자리를 잡은 결정적인 이유인 옛날 남춘천역에 눈부시게 핀 봄날 개나리에 대해서도, 건대 수의학과에 다녔다는 경험으로 키운 소들은 소주인의(선생님의 야행성)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브런치를 먹어야 했고, 자식처럼 키운 소를 판다는 것이 가슴 아파 그만 두셨다는 이야기, 한림대 앞 카페 “섬”과 강대 앞의 “아름다운 사람들”을 운영하고 문을 닫게 된 이야기 등 일상적인 이야기부터 삶과 죽음을 넘나들었던 뇌종양이야기, 교통사고 이야기는 이후의 삶을 겸허하게 그리고 모든 건 자신의 마음에서 이뤄지는 거라고 깨달음을 얻게 되셨다고 합니다.
그 중 많은 사람들이 화를 내며 아쉬워했을 춘천마임축제의 예술감독자리를 떠나야만 했던 이야기는 아직도 속상합니다. 마임축제를 선생님보다 더 아니 그 만큼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자꾸 퇴색 되어가는 축제에 선생님도 마음 아프시다고 하네요...
예술은 그냥 예술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주변의 욕심이 들어가면 결국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전국단위 모임에 가면 마임축제에 대한 부러움과 유진규선생님이 우리단체의 회원이라는 것에 슬쩍 편승하여 으스댈 수 있었는데...그래도 아직까지 굳건하게 춘천을 지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은 여전히 멋지십니다.
참석하신 분들이 적어 많이 아쉬웠지만 아마 이 자리에 못 오신 분들이 더 아쉬웠을 시간이였습니다. 별책부록으로 “빨”에서의 뒷풀이는 짧게만 느껴지는 “사람책”의 연장으로 후속작의 줄거리도 새어나옵니다. 사람책에 오셨던 분과 본 책 보다 별책부록에 흥미를 가졌던 회원이 함께 어울리는 즐거운 시간입니다. 앞으로 사람 책에 별책부록은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드네요(젯밥에 관심있는 이들이 혹하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