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가장 멀리 산 중턱에 있는 곳이 오늘 목적지다. 여기서 저 곳까지면 2시간 정도 잡으면 될까.
이 곳에 오기 전에 체력 단련을 하면서 자전거를 무리하게 타다 무릎 바로 위 근육에 문제가 생겼다. 증상이 사라진 것 같았고, 만일을 대비해 무릎 보호대를 사가지고 왔다. 그런데 필자가 무의식 중에 신경을 썼는지 그 근육이 아닌, 오금쟁이 쪽 건이 시큰거린다.
그 와중에도 모자를 카메라에 담아본다. 아이와 앉아서 놀고 계시길래 찍어도 되겠냐 물으니 고개를 옆으로 까딱. 카메라에 담고 사진을 보여주니 좋아하신다. 즉석 프린터를 가지고 갔어야 했는데...
팍딩에 가는 마지막 고비다. 산 중턱 비탈길을 따라 사람 한명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샛길이 만들어져 있다. 좁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거기에 비까지 와서 다소 미끄럽다.(아버지는 강하다. 저 아버지는 딸아이를 루크라부터 안고 걷고 있다. 아이는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아버지는 일일히 말을 받아주며 조심조심 길을 걷는다)
그런 길이 만들어 진 것은 바로 지진 때문이다. 기존에 다리가 있던 곳이 이렇게 무너져버렸고 지금은 새로 출렁 다리를 놓고 있다. 저 언덕을 빙 둘러 샛길이 난 것이다. 공사하는 사람들이 기부를 하라고해 200rp를 내놓는다. 다리가 완성되면 그나마 편하게 움직일 현지인들과 수많은 트레커들을 위해...
고비 길을 넘어 어느 집 밭을 보니 나무로 쳐놓은 담 사이로 야생화가 가득하다.
다시 아이 사진이다. 잡초를 꺾어 놀고 있는 아이 사진을 찍으니 아이가 한 가지를 건네준다. 팍딩에서 짐을 풀을 때까지 배낭에 꽂고 걷는다.
니마 저 녀석은 힘든 기색도 없이 열심히 앞으로 간다. 17살 녀석이 담배를 피우는데도 역시 젊음은 좋다.
처음으로 건너는 출렁다리. 아래는 눗코시가 흐른다.
'눗'은 이들 말로 우유, '코시'는 강이라는 뜻이다. 순백색은 아니지만 하얀색에 가까운 강물이 흐른다고 해서 눗코시라 부른다. 히말라야에서부터 흘러 이 지역에 사는 이들에게 물을 공급한다.
사가르마타 국립공원 지역이라며 뭔가 경고를 하고 있다. 머릿속이 복잡해 패스.
멀리 설산이 보이는 듯 해 카메라를 드니 금새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린다.
라마 경전으로 가득한 돌판 스투파 옆에서 저 독일 친구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제 내리막길도 거의 다 왔다. 휴식을 취하는 니마의 뒷모습.
필자 사진도 한컷 부탁한다. (배낭에는 구급약과 비옷, 우산, 행동식이 들어있고 앞쪽에는 물통 두개와 5D MarkII에 시그마 24-70을 매달았으며 배낭 벨트에는 잡동사니 주머니와 시그나 12-24렌즈를 장착했다. 앞 뒤 무게를 적절히 분산하기 위해, 그리고 급한 것들은 꺼내기 편하게 배치했다)
옥수수 밭은 가시가 가득한 나무로 경계를 해놨다.
아마 이런 소나 좁교의 침범을 막으려 한 것일 것이다.
팍딩에 거의 다다른 지점. 강은 노출이 오버돼 하얗게 보이는 면도 있지만 실제로 보더라도 눗코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드디어 첫날 목적지 팍딩 도착이다. 이때 시간이 12시 20분 경. 그래도 당초 예정보다 2,30분은 일찍 도착했다.
팍딩에도 역시 새로운 롯지들이 들어서고 있으며 외벽은 돌 아니면 이처럼 양철판이다.
마을을 지나다보니 이렇게 야크 젖으로 만든 치츠들도 보인다.
오늘 필자가 쉴 곳은 왼쪽에 있는 빨간 지붕 건물이다. 루크라 쪽에서 올 때 팍딩 입구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던 Mountain Resort 롯지다. 팍딩 중심가에서는 다소 떨어져 있다는 얘기다. 입구에서 멀어진 만큼 다음날 목적지인 남체와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진다.
아직은 하루의 반이 남은 시간. 내일 일정을 고려해 1시간 가량 떨어진 벵카까지 가는 게 나을까, 아니면 첫날인 점과 무릎을 생각해 여기에 머무는 것이 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