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4월 18일 월요일, 맑음.
*걷기- 여덟째 날
*로그로뇨(Logrono)에서 나헤라(Najera)까지.
*이동거리 : 29.5km.
*누적거리 : 196km.
아침 6시 기상, 진공 포장된 돼지고기를 전자레인지에 돌려 익혀 먹는다. 좀 짜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짐을 정리해서 아침 7시에 숙소를 나왔다. 아직 날은 어둡다. 어제 돌아보았던 성당 길을 간다. 좁은 골목길이다.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유명한 급수 대를 지나간다. 제임스 1세풍의 모티브로 장식된 아름다운 순례자의 샘이다. 커다란 벽화를 만난다. 사진 찍는 장면과 각종 스탬프가 그려진 영감님 얼굴도 지난다. 광장에는 청소하는 사람들이 열심이다.
물대포로 청소를 한다. 시원하게 광장이 청소된다. 성벽 문으로 나간다. 원조 카미노의 문, 즉 푸에르타 카미노를 지나 이제 중세 구역을 벗어난다. 푸에르타 델 카미노는 레베인의 성벽, 또는 카를로스 5세의 문으로도 불린다.
당시 군인들의 방패에 이 문을 형상화한 문양과 함께 ‘카를로스 5세의 문’이라는 글도 함께 새겼다고 한다. 순례자의 동상을 만난다. 광장 분수대는 아직 어둡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도로가에 신문 잡지 가판대가 새벽을 밝히고 있다.
교차로 중앙에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6명의 동상들이 각기 다른 차림으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무슨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궁금하다. 순례자 차림 같기도 하고 군인 같기도 한 모습이 무거워 보인다.
좀 더 걸어가니 흉상이 나타나고 광장을 갖고 있는 법원 건물이 보인다. 그 옆으로 관공서 건물이 이어진다. 산 미구엘 공원(San Miguel Park)을 지나간다. 넓은 녹지 공간이다. 아름다운 연못도 있다. 성당 부조상이 날이 밝으면서 나타난다.
작은 다리를 건너간다. 목조 다리다. KIA 자동차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Buen Camino라는 글도 보인다. 시내를 벗어나 키프로스 나무들로 이루어진 가로수가 세워져 있는 시골길로 접어든다. 골프장과 호수가 그려져 있는 안내판이 나타난다.
청설모 한 마리가 아침 나들이를 나온 것 같다. 크고 작은 화강암 두 덩어리에 카미노 표시가 보인다. 그라헤라 호수(Grajera Park)공원이 나타난다. 넓은 호수가 잔잔하고 부드럽다. 호수 제방 길을 올라가니 비포장 길이다. 호수를 왼쪽에 끼고 걸어간다.
언덕에 포도밭이 나타난다. 머리통만한 돌덩어리에 노란 화살표가 투박하게 그려져 있다. 잘 만들어진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도로를 끼고 걸어가는 언덕길에 철망이 쳐져 있는데 거기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
하얀 종이에 적은 기도문도 걸려있다. Centro Moncalvillo 라는 지도 판이 세워져 있다. 언덕을 내려간다. 오른쪽에는 찻길을 끼고 간다. 왕관에 LM이라는 글이 들어있는 그림이 붉은 벽에 선명하다. 황소 모형이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만나게 되는 황소 모형이다. 스페인의 황소 형상물, 오즈번 불(영어: Osborne bull)은 14미터 정도의 검은색으로 된 황소 형상물로서 스페인의 비공식적인 상징물로 여겨진다.
그 이미지는 1956년 마놀로 프리에토가 만들었다고 한다. 도로 공사 현장이 나타난다. 멀리 마을이 길 건너편에 보인다. 고대 유적으로 보존 되어있는 아크레의 성 요한 병원(Hospital de San Juan de Acre) 유적이 길가에 보인다.
중세 수도원 유적이다. 길을 가는 순례자들을 돌보기 위해 12세기에 세워진 산 후안 데 아크레 기사단의 수도원이다. 원래는 화려하게 조각된 포치가 있었단다. 지금은 나바레테 묘지로 옮겨져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단다.
포치(porch)는 건물 면에서 튀어나와 있으며 입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와인 농장 Bodegas Corral (Don Jacobo)이 왼쪽에 커다랗게 나타난다. 산티아고 576km라는 표시도 있다. 왼쪽 마을로 들어선다.
붉은색 지붕들과 벽이 교회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La Rioja 주에 속해 있는 Navarrete 마을이다. 유서 깊은 카미노 마을이다. 멋지게 새겨진 가문 문양, 문장이 그려진 방패가 있는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이 남아있다.
급수대가 있는 광장에는 머리에 물동이를 이고 가는 동상이 보인다. 인상적인 16세기 건축물인 성모승천 교회가 꼭대기 광장을 내려다보는 높은 위치에 자리한다. 교회에 들어서니 제단이 금빛으로 화려하다. 그 앞에 꽃으로 장식해 놓았다.
그 밑에는 관광안내소가 있다. 도자기를 빚는 모습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로스 아르코스 바는 간단한 음식을 제공한다. 중세 아케이드의 다른 쪽 끝에는 광장에 테이블을 내놓은 타파스 바 데포르티보가 있다.
마을의 더 아래쪽 주도로 위에도 카페와 식당이 바글바글한 광장이 있다. 검은 도자기가 상징처럼 많이 보인다. 마을을 오른다. peluqueria라는 글이 있는 남녀 토기상이 보인다. 단어를 찾아보니 미용사라는 뜻이다. 도자기 매장이 나타난다.
많은 토기들 사이에 붉은색 커다란 항아리들이 보이고 토기로 만들어진 작은 화덕들도 보인다. 반대편에 공원묘지(Cementerio)가 있다. 13세기에 만들어진, 화려한 장식의 입구가 있다.
산 후안 병원 수도원 유적지에서 이곳으로 옮겨진 것이다. 롤단과 페라구트 간의 전쟁을 묘사한 기둥 중 하나다. 묘지를 지나서 계속 걸으면 포도밭을 통과하는 밝은 붉은색 땅을 지나간다. 포장도로가 나온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간다.
다리 밑으로 지나간다. Ventosa 마을 광고판이 있다. 십자가 기념비도 세워져 있다. 남녀의 늙은 손이 겹쳐진 그림의 광고판이 보인다. 밀밭을 배경으로 한 원주민의 그림도 광고판으로 세워져 있다.
알 수 없는 커다란 기념비가 유채꽃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있다. 순례자의 모형이 찾아진다. 벤토사 마을이다. 왼쪽은 산 안톤 봉인데, 예전에 안토니 기사단이 세운 순례자용 구호 시설이 있던 자리다.
오른쪽은 ‘롤단의 언덕’인데 롤단이 이곳에서 무슬림의 거인 페라구트를 정확히 돌로 맞혀 죽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롤단은 페라구트가 통치하던 마을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포로로 잡혀있던 샤를마뉴 군의 그리스도교 기사단을 풀어주었다.
골리앗과 다윗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이 전설은 카미노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마을 입구에 작은 안내판이 있는데 왼쪽으로 가면 알베르게, 오른쪽으로 가면 우리의 목적지 Najera로 간다. 벤토사 마을을 들어가지 말아야한다.
잠시 마을 입구에 있는 카페에 들러 쉬어가기로 했다. 마을 정점에는 교회가 있다. 주스를 한 잔 마시며 쉰다. 아무 생각 없이 마을로 들어가고 말았다. 화살표를 찾아 걷다보니 결국 벤토사 마을 한 바퀴를 돌고 말았다.
마을 입구로 나와서야 우리의 목적지로 향해 갈 수 있었다. 와인 농장 Bodegas Alvia를 지나간다. 커다란 대 저택 정원에는 오래된 올리브 나무가 보인다. 카미노 길 오른편에 돌에 눈을 그려 나무에 올려놓았다.
바닥에도 있고, 여러 개인데 그린 눈도 있고 잡지에서 오려낸 눈도 있다. 왜 이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잘 모르겠다. 포도원이 있는 시골길을 걸어간다. 언덕을 올라간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이 너무 선명하고 멋지다.
내리막길을 가는가 싶더니 다시 오르막길이다. 새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참새 소리가 제일 많다. 새 소리는 한국이나 스페인이나 모두 같다. 한국 참새와 스페인 참새가 서로 만나면 말이 잘 통할 것 같다.
비둘기 소리도 있고 뻐꾸기, 거기에 까치도 보인다. Vivanco 지역을 간다. 잠시 그늘에 앉아서 쉰다. 강렬한 태양에 좀 지친다. 도로 밑 터널을 통과해 간다. 황토 길이 이어지는데 오른쪽에는 포도밭이 있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언덕 위에는 송신탑이 세워져 있다. 황토밭에 포도나무 간격이 넓다. 교회와 공원이 그려진 광고판에 Aleson 마을 이름이 있다. 낮은 언덕에 돌로 만들어진 돔 형태의 집이 있다. 견고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구경하면서 궁금했다.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도로 밑으로 난 길을 걸어 마을로 들어간다. 공원 쉼터가 있다. 하얀 꽃들이 양탄자 같이 펼쳐진 시원해 보이는 공원이다. 공원을 지나 포도밭 길 가운데로 걸어간다.
Alesón 마을을 왼쪽에 두고 카미노 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보며 노란 유채꽃 밭으로 간다. Najera 1km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우리의 목적지에 다 온 것 같다 조금 더 걸어가니 6층 정도의 아파트들이 보인다. 오른쪽에 교회도 있다. Najera 마을이다.
나헤라는 나바르 왕국의 수도였던 역사적인 마을이다. 이곳의 자랑거리는 ‘산타 마리아 데 라레알 수도원(Monastery of Santa María la Real)’이다. 이곳의 화려한 ‘로얄 판테온’에는 유명한 왕과 여왕, 나바르 기사단의 무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바르 왕비 도냐 블랑카의 무덤이 특히 아름답다. 판테온은 이 멋진 성당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다. 원래 동굴이었던 장소로 성당의 기원이 되었다. 성당의 성가대 석은 흥미로운데, 순레자를 모티브로한 부조가 의자 받침대에 새겨져 있다.
기사단 수도원은 박물관을 통해 들어갈 수 잇다. 나헤라 마을에 들어서면 먼저 현대적인 동쪽 구역을 통하게 된다. 나헤리야 강과 암벽이 마을 주위를 영화 배경처럼 둘러싸고 있다.
여러 상점과 카페 등이 즐비한 좁은 마요르 길은 수많은 골목과 산 미겔 광장으로 이어진다. 순례자 메뉴를 제공하는 바와 식당이 많은 스페인 광장과 나바르 광장이 있다. 숙소를 찾아 골목길을 계속 걸어간다.
특이한 모양의 붉은 사암 절벽이 나타난다. Malpica 산(619m)이다. 그 앞으로 Najerilla강이 흐르고 커다란 다리를 건너간다. 절벽 아래 우리 숙소가 있었다. Najerilla 강을 보면서 다리를 건넌다. 강물이 깨끗하고 활기차게 흘러간다.
우리 숙소 Albergue Puerta de Nájera에 도착했다. 오후 3시에 도착했다. 숙박비는 15유로다. 배낭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니 2층 침대가 4개 있다. 마루 바닥으로 좀 오래되 보이는 건물인데 고급스럽고 깨끗하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연꽃 모양의 하얀 등이 인상적이다. 작은 테라스에 태양이 가득하다. 빨래를 해서 가득 널었다. 저녁을 먹을 겸 시내 구경을 나왔다. 조용한 마을이다. 강을 끼고 은행과 가게, 식당 그리고 버스정류장이 있다.
강가에 열린 식당으로 들어가 피자로 저녁을 먹는다. 놀이터도 있는 시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을 도와 주었다. 오래된 골목길로 들어가 슈퍼를 찾았다. 과일과 물을 샀다. 저녁 기온은 건조하고 서늘하다. 숙소로 돌아왔다.
양발이 모두 고장나 힘들다. 물집이 아물어 간다. 발가락 양말에 또 양말을 신고 걸으니 신발이 작아 보여 힘들었다. 발가락 양말을 가위로 반을 잘랐다. 하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걷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