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7일 수요일, 맑음.
베네치아를 떠나는 날이다. 아침 일상대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를 시작하지만 오늘은 새로운 날이다. 하루를 기대하며 늘 하던 일기쓰기와 영어찬송 부르기, 운동을 한다. 창밖으로 보니 현대차 대리점에 눈이 간다. 우리의 모습이 여기에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호텔에서 제공해 주는 아침식사를 한다.
형수는 한국 관광객을 만나 폭풍수다를 떨었다고 자랑을 한다. 폭풍수다라는 말이 참 정겹다. 식당에 내려가니 엄청 혼란스럽다.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서 자리도 없다.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식사를 한다. 한국 단체는 아침 6시 30분에 내려와 먹고 출발했단다. 유럽관광객들이 가득해서 식당이 작아 보인다. 아내는 야채를 발견했다고 즐거워한다.
어제와 메뉴가 동일하다. 동일하게 식사를 했다. 즐거운 식사다. 체크아웃을 한다. 숙소비를 후불로 결재했다. 카운터 직원이 한국에서 지난달에 돌아왔다고 자랑을 한다. 특히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반갑게 이야기를 한다. 차에 짐을 잘 싣고 출발이다. 아침 8시 30분이다. 고속도로에 차를 올려 달려간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베로나(Verona)에 들어간다.
베로나는 베네치아 서쪽, 레시니 산맥의 기슭에 있고 그 주위를 아디제 강이 반원을 그리며 흐른다. BC 89년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1405년 베네치아의 소유가 되어 1797년까지 지배를 받았다. 1797년 나폴레옹은 이곳을 오스트리아에 넘겨주었으며, 1866년 베로나는 이탈리아 왕국에 합병되었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중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매우 많은 곳으로 손꼽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원형경기장은 지금 오페라 극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로마의 극장과 그 주위에 있는 고고학박물관, 그리고 2개의 관문은 1세기 것이다. 1260년 포데스타(최고 행정관)가 된 이후 스칼리제르(델라 스칼라) 가문의 통치를 받으면서 번영을 누렸다.
스칼라가 통치하던 시절에 로메오와 줄리엣이 사랑하던 끝에 죽었다고 전해진다. 줄리엣의 무덤, 로메오의 집, 줄리엣의 집으로 보존되어온 유적들이 이들의 연애사건을 기념하고 있다. 스칼리제르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인 캉그란데 1세(1329 사망)는 추방당한 시인인 단테를 보호해주었다.
우리는 차를 먼저 국군공원묘지(Cimitero Monumentale)부근에 건물 주차장에 주차했다. 주차장이 제법 크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올림픽 모형이 바로 보인다. 하늘로 곧게 솟은 사이프러스(Cypress) 나무가 줄지어 묘지 입구를 지키고 있다. 베로나기념묘지 앞이다. 웅장한 입구 조형물이 멋지다. 레스렉투리스(RESURRECTURIS)글씨가 정면에 있다.
이 단어의 뜻은 부활이란다. 잠자는 사자와 깨어있는 사자상이 입구 양편에 있다. 길을 건너서 다리(Ponte Aleardo Aleardi)를 건넌다. 태양 볕이 강렬하다. 그늘이 그립다. 아디제 강을 건너서 시내로 진입한다. 강을 끼고 세워진 경치가 아주 멋지다. 교회의 첨탑과 건물들이 초록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모두 붉은색 지붕이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아디제 강이 마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베로나는 규모가 아주 크지는 않아서 걸어서 돌아보기에 좋았다. 인도와 광장, 곳곳에 붉은 빛을 띠는 대리석이 깔려 있어 미끄러움을 조심해야했다. 깨끗하고 역사가 느껴지는 베로나만의 특징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베로나는 붉은 대리석 산지로도 알려져 있다.
다리를 건너서 본격적으로 베로나를 살펴본다. 먼저 만나게 된 것이 높이 세워진 성벽 유적이다. 베로나가 고대 요새, 성벽도시임을 알려준다. 학생 단체 팀이 줄지어 걸어간다. 중학생 수학여행 팀 인 것 같다. 거리 안내판에는 줄리엣의 무덤, 줄리엣의 집, 아레나, 교회, 광장 등의 방향 표시가 함께 붙어있어 우리를 안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