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가을까지> -오승강
봄되면 우리 할매
풀따라 다녀요
냉이, 망초, 갈퀴덩굴, 명아주, 독새풀, 별꽃, 쑥, 방가지똥 따라 다니다 보면
봄 다 가요
여름돼도 우리 할매
풀따라 다녀요
바랭이, 쇠비름, 방동사니, 깨풀, 중대가리풀, 속속이풀, 명아주 따라 다니다 보면
여름 다 가요
가을이 돼도 우리 할매
풀따라 다녀요
잡지 못한 쇠비름, 고랑을 넘는 바랭이, 콩 줄기를 감는 환삼덩굴 따라 다니다 보면
가을 다 가요
우리 할매
봄부터 가을까지
뭣했느냐 하면
졸졸졸 풀따라 열심히 다녔다 해요
<수진이네 개>오승강
학교 담장 있을 땐
교문 앞까지 졸래졸래 따라와서
수진이 운동장 들어가는 것 바라보다가
아쉬운 듯 발걸음 돌리던 수진이네 개
학교 담장 헐리자
어디서 돌아갈지 모르겠다는 듯
사방을 둘레둘레 살펴보다가
고개 푹 숙이고 모른 척
교실까지 어슬렁어슬렁 따라온다
어, 이게 누구네 개고
공부하러 따라 왔나?
우리 반 다섯 명 배우는 넓은 교실
수진이 옆자리
배 깔고 앉은 수진이네 개
국어 시간엔
두 눈 끔벅거리며 조용히 듣고 있다가
수학문제 풀 땐
저 시킬까 봐 아예 눈감고 있다
수진이 닮은 수진이네 개
<해>오승강
너는
언제나 빛이 나
눈이 부셔
네게도 그늘이 있다는 걸
네게도 어두운 그늘이 있다는 걸
나는 몰랐어
내게 와서는
나만한 그늘이 있다고
산으로 가서는
산만한 그늘이 있다고
늘 내게
보여주고 있었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