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마음 사이
화창한
봄 내음을 따라 들뜬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친정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봤는데요
"엄마….뭐해?"
"뭐하긴 봄 햇살이 좋아
마당에 나와 앉았다"
"그럼 엄마 조그만 기다려
금방 갈 테니까"
엄마를 태우고
봄 햇살이 비추고 있는 도심 속을 지나
향기로운 봄나물들을 조물조물
묻혀 나오는 식당에 들러서는
"엄마 먼저 들러가…
주차하고 따라 들어갈 테니까"
하나 남은 식당 주차장 자리에
장롱면허 티를 내며
진땀을 빼면서 간신히 주차를 한 뒤
"여기 봄나물 2인 상이요"
봄 햇살
곱게 드리운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꽃 피우며 식사를
하려던 내 눈에
뒤따라온 차 한 대가
주차장 한편에 빈자리가 있는데도
주차를 하지않고 이리저리 둘러만
보는 모습에
"빈자리가 있는데 주차도 안 하고
왜 저러지"
"저 사람도 너처럼 초보인가 보다"
별일 아니라는 듯
엄마랑 봄 향기 그윽한
음식들로 남은 수다를 떨다
밖으론 나온 우리는
커피 한 잔씩을 손에 들고
햇살 품은 벤치에 앉으려는 그때
"저….
혹시 4160 차주분 되시나요?"
불편한 다리를 절며 다가온 남자는
식사하면서 봤던 그 사람이었는데요
"네 그런데요…"
남자의 생뚱 맞은 말에
어이가 없던 저는 내 마음속에다 화풀이를 하고 말았는데요
(어머…. 이 남자 별꼴이야
식당 주차장에 자기 자리가 따로 있나)
"식사 다 하셨으면 제가 그 자리에 주차해도 되겠죠?"
(어머머 ...뭐야..이남자 ...
그럼 우리가 식당 끝날 때까지
기다린 거였어)
별꼴이라는 듯
기분 나쁜 티를 풍기다
"엄마 여기 있어 차 빼 올 께…."
불쾌한 마음 때문이었는지
거칠게 차를 몰고 나온 나는
"엄마 빨리와 …."
느린 걸음으로 차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엄마가
앉을 자리를 살피다 내가 주차했던 자리를 쳐다 보는 순간
그 자리는
장애인 전용 주차 공간인 걸
뒤 늦게 알게 되었고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초보운전이라 주차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장애인 전용주차 마크를 미처 못 봤네요"
"아닙니다. "
"식당에 들어오셔서 말씀하시지…."
"제가 조금 기다리면 되는데요. 뭘…."
작은 배려의 손길이
함께하는 다리가 된다는 걸
알게 된 마음으로
멀어지는 차 안에서 전 생각했습니다
나라면 과연
저 남자와 같이 기다려 줬을지를…
타인에 대한 배려는
바람을 머물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가는 속에서
햇살 방울
굴러다니는 거리를 달려가는
내 마음속에는
어느새
배려의 향기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만질 수도 보이지도 않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간은
배려라는
양념으로 맞추는 거라며…
펴냄/ 노자규의 골목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