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산행후기
장마철인지라 이번주 내내 토요일 일기예보를 주의깊게 보고 있었다. 산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루 전인 금요일은 대체로 맑았는데 토요일은 비예보가 있다. 나뿐만 아니라 다들 궁금했나보다. 단톡방에 토요일 산행 가느냐고? 묻는다.
대답하기 쉽지 않다. 장마철이라 대기가 불완전하다보니 일기예보가 수시로 바뀌는데다 한달에 한번 산행을 놓치기 싫어서다. 일단 가는 것으로 하고 당일 오전 8시에 최종 공지하기로 했다.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일기예보가 애매하다. 11시이후~오후1시까지 비올확률 60%다. 이 정도면 비는 기정사실이다.
일단, 안전이 중요하다보니 코스를 ‘서울둘레길 6코스(광나루역~명일근린공원),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역사길로..’변경했다. 이 길은 오르막이 별로 없고 마을이 가까워 만일에 대비할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얄팍한 느낌이 들지만 이에 덧붙여 산행참가는 본인판단이라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남의 방에 4명,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 ‘신용건 레지나’형님 1명까지 포함하면 5명이다. 믿음을 보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달달한 커피 한잔으로 분위기 전환하고 성모상앞에서 주님의 기도를 올렸다. 여느 때나 다름없이 시간에 맞춰 출발이다. 지하철을 타니 지하철안에 우리같이 산행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다.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고.. 산의 멋과 맛을 아는 사람들이다.
‘서울둘레길 6코스, 한강을 따라 펼쳐지는 역사길’
1년전에 걸었던 길이라 눈에 익숙하다. 광진교를 건너 한강변을 거슬러 오르며 걷는 길이다.
광진문화회관 울타리에 ‘광나루의 옛 전경’을 벽화로 만들어 놓았다. 광나루는 양진, 광장, 광진등으로 불리며 한강의 중하류에 위치하여 해상교통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 유명한 나루터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자매님들 사이에서 ‘이순자 마리아’ 형님이야기가 나왔다. 별일 없으시면 안 오실분이 아닌데 오늘 무슨 일이 있으신가? 왜 안오셨을까? 하며 내게 연락해보았느냐 묻는다. 부담이 될것 같아서 안했다라 대답하며 단톡방을 확인해보니 마침 “떠나셨나요?”라는 메시지가 9시 36분에 와 있다. 와우, 찌릿~하마트면 감전될 뻔했다. 뭐가 통한거다.
바로 전화했더니 광나루역 근처다. 우리는 광진문화회관 정문이라 하고 기다리려니 그 사이를 못참고 ‘문정희 유제니아’자매님이 마중나가고 있다. 잔정이 많으신 분이다.
광진교(廣津橋)는 총연장 1,056m 한강다리로 한강에서는 세 번째로, 도로교량중에는 두번째로 1,936년에 건설되었다. 이후 노후화로 2,003년에 다리를 새로 놓았고 2009년 7월 ‘걷고 싶은 다리’로 조성되었다. 특히 이곳에는 젊은이들의 명소, ‘광진교 8번가’ 전망대 카페가 유면하단다. 다리를 지나면서 ‘광진교 8번가?’라 써있길래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그곳이 까페였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이미 핫플레이스 라니 언제고 한번은 찾아보아야겠다.
다리중간쯤에 음악벤치가 있다. 앉으면 피아노건반처럼 소리가 날까 싶어 앉아보니 아무소리도 안난다. 혹시 비가 온다해서 꺼놓은걸까? 만일 그랬다면 그 사람은 비올 때 음악을 못 들어본 사람이 분명하다. 비와 음악은 참 잘 어울리는 테마인데.. 아쉽다.
일상속에서 보는 한강과는 다르다. 답답한 가슴이 탁트이는 듯하다. 장마철인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한강수위가 낮다. 청평댐 수문을 열었다 다시 잠근걸까? 생각보다 물이 많이 빠져 있다. 누가 나에게 ‘물이 좋은가? 산이 좋은가?’묻는다면 나는 뭐라 답할까? ‘물도 보고 산도 보는 둘레길이 좋다.’고 답하리라.
광진교 남단에 이르자 특이하게 우측으로 경사진 길이 만들어져 있다. 걸어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둘레길은 내려가다 유턴해서 상류방향으로 향한다. 그 길을 젊은 청년이 홀로 뛰어간다. 젊어서 그런지 더 멋져보인다.
유난히 붉어 보이는 장미정원을 지난다. 광나루자전거공원도 잘 조성 되어있다.
이곳에는 강변을 따라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플라타너스 숲길이 유명하다. 암사동나들목 부근에 이르니 쉼터가 보인다. 화장실도 갈겸 이구동성으로 쉬었다 가잔다.
간식타임이다. 오늘은 간식 지참만하라 공지했음에도 뭔가 많이들 내어 놓으신다. 그 중 언제나 건강음식들을 챙겨와 나누어주시는 마리아자매님이 오늘은 직접 만드신 ‘쑥떡과 비트주스’를 권하시며 만드는 법을 알려주신다. 둘토산에서만 듣는 건강강좌다. 유제니아자매님은 언니네 떡집에서 만든 ‘건강 떡’을 내어놓으신다. 그 외에 커피와 자두, 오이등등 간식만으로도 큰상 한상이다.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우리가 간식을 먹고 있는 사이 꾸물거리던 날이 개인거다. 새삼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근을 잘 아시는 마리아 자매님이 ‘암사동 생태공원’이 좋으니 들렀다 가시자고 한다. 다들 동의한다. 오늘은 둘레길에서 살짝 벗어나 생태공원길까지 걷는다. 덤이다.
플라타너스길과 연결해 강변에 조성해놓은 이 공원은 여유롭게 망중한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며 ‘생태공원 학습장소’이기도 하다. 맨발로 걷고 있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곳곳에 웅덩이도 파놓고 예쁜 꽃팻말도 눈에 뜨인다. 한강과 인접해 있다보니 바로 강기슭으로 나갈수도 있다. 우리가 걷는 방향 길위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뭔가 살펴보니 ‘호랑 줄무늬 거미?’를 촬영하고 있다. 옆에 나이 지긋하신 해설사가 아주 보기 드문 귀한 거미란다. 암사생태공원에는 이외에도 ‘맨발 걷기’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불과 2~3km 남짓한 길이었지만 이런저런 볼거리들과 귀한 생태공원 체험시간이 되었다.
둘레길은 다시 암사나들목으로 되돌아나가서 ‘선사유적지’와 연결된다. 이곳은 ‘신석기시대 유적지’중 역사 교과서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선사유적지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럴수가? 오늘 참가한 6명중 이곳을 들어가본 사람이 없단다. 우리는 그냥 인근에 살고 있을 뿐이다.ㅎ 성인 입장료 500원 65세이상 어르신 무료라니 엄청 싸다. 시간 내서 언제고 가보아도 좋겠다.
선사유적지를 지나서 88도로와 어깨를 마주하며 걷다가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막 정상에 서울둘렛길 ‘원두막’이 보인다. 이곳에서 쉬었다가잔다. 비가 안와서 다행인데 습도가 높아서 땀샘 폭발이다. 그래도 조금 높은곳이라 전망도 좋고 나름 시원하다.
좌측으로는 암사대교가 우측으로는 33번째 한강다리 가칭 ‘고덕대교’가 보이기 때문이다. 다들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쉰다. 발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나? 서로들 그만큼 편한 사이가 되어서일거다.
잠시 쉬었으니 또 출발이다. 암사정수장앞에서 좌측으로 오르는 길이 고덕산이다. 산이라봐야 동네산정도라 한번에 치고 오를 정도다. 정상에 오르니 요즈음 어딜가나 보이는 운동기구와 훌라후프가 있다. 일전에 18코스에서 기억이 떠올라 마리아형님 훌라후프 한번 해보시라 했더니 대형트럭 타이어정도 크기의 훌라후프를 손하나 까딱 않듯이 가볍게 돌리신다. 2~3,000개 까지는 문제 없다니 훌라후프의 달인?이다. 대박~
이후 고덕산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데 ‘고덕동 고인돌1호’, ‘고덕동 고인돌2호’가 보인다. 기원전 10세기 청동기시대의 것으로 추정한다는데 지금까지 보아온 형태와 달리 생각보다 작다. 아무튼 이곳의 유적들로보아 선사시대 사람들의 주거지였던 모양이다. 어느덧 샘터근린공원교차로에 이르렀다.
오늘의 목표는 이곳을 지나 숲길을 따라 E마트교차로 앞 명일근린공원입구까지다. 다들 잘들 걸으시는데 궂은 날이라 습도가 높아서인지 지쳐보인다.
마침 점심먹을 때가 되었다. 이 부근에 ‘여수집’이라는 오래된 맛집이 있으니 우선 점심을 먹자고 제안을 했다. 아내인 마리안나가 후즐근한 집은 싫다고 했으나 그래도 다른 분들은 일단 가보자는데 동의를 해주셨다. 마침 ‘점심 특선’이 눈에 들어온다. 다양하게 먹기 위해 ‘병어무침’ 3인과 ‘낙지볶음’ 3인 그리고 ‘물회’ 1인을 시켰다. 물론 맛난 식사에 막걸리는 빠질수 없다.
식사전 목부터 축여야 한다. 내가 ‘건강을’ 하자 다들 ‘위하여’ 하며 행복해한다.
이 집은 일단 ‘여수집’이라는 이름에서부터 갖은 반찬과 미역국까지 자연의 맛이 배어있다.
병어회의 아삭한 식감, 낚지복음의 깊고 달작지근한 맛 그리고 물회에 들어있는 상큼한 성게알까지.. 먹을수록 자꾸 입맛이 땡긴다. 건강해지는 맛이다. 언제고 한번 다시오고픈 맛집이다.
맛나게 먹어서인지 들어갈 때와는 달리 활기가 넘친다. “오늘 코스는 바로 고덕역앞 명일근린공원입구까지입니다.” 했더니 소화도 시킬겸 조금 더 걸어보자는 의견들이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다.
로마나자매가 ‘서울둘렛길 7코스’를 향하여 먼저 치고 올라간다. 다들 자동으로 따라간다. 식사를 해서인지 발걸음에 힘이 있다. 그런데 7코스는 다른 점이 있다. ‘명일근린공원’부근이어서일까? 둘렛길에 보안CCTV 카메라가 대략 25m간격으로 설치되어있다. 물론 시범설치인 것 같은데..이 정도면 후미진 골목길보다 서울둘렛길이 더 안전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고덕산 숲길 능선길은 길도 편한데 안전까지 더해지니 마음까지 편해진다.
상일동 동아아파트교차로로 내려왔다. 다음은 천호대로를 건너 일자산으로 넘어가게 되어있다. 누군가 오늘은 여기까지 걷는 게 좋겠다고 하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다.
오늘은 연구해볼만한 하루다. 처음에는 걷기조차 망설였는데 걷다보니 오늘 목표치를 상회했다. 일반적으로 목표를 정해 놓으면 대부분 거기까지가 한계다. 그 이상은 몸이 거부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다들 더 걷는데 동의를 한거다. 마음이 편하다보니 몸도 따라 준거라는 생각이 든다. 한달에 한번쯤 이렇게 마음 편하게 쉬면서 이야기하고 걸을 수 있는 둘토산이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함께 해주신 자매님들 감사하고 오늘 못오신 왕형님. 왕언니님 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뒤늦게 비바람 동반한 폭우를 바라보면서 장대높이 뛰기 선수가 한끗차이로 성공했을 때처럼 절묘함이 느껴진다. 둘토산 함께한 모든 분들 다음 산행까지 건강하고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