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이다 2
-삼장법사와 신오공
남편은 자칭 자신을 ‘인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大路 라이딩을 하자고 했을 때 흔쾌히 응해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워낙 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도로명이 바뀌면서 한번쯤 라이딩하고 나면 지도로 보는 것보다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집은 청학사거리 근처에 있다. 이곳은 비류대로와 미추홀대로가 만나는 곳이다. 청학사거리에서 비류대로를 타고 옹암사거리로 갔다. 아암대로가 있는 곳이다. 아암대로는 교통량이 많은 곳이다. 자전거 타기에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남편은 아암대로 지나는 길에 자동차 정비단지로 들어갔다. 24년전에 일했던 곳이기도하여 들어간 것 같다. 예전 그대로라고 한다. 자신이 일했던 '대원상사'를 둘러보았다.
대형차량의 위협 속에서 인하대병원 근처, 인천지하철 2호선 숭의역에 왔다. 이곳이 인주대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독정이고개를 올라왔다. 경인고속도로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가야하는 작은 터널이 있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착시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간혹 내리막길 같은데 오르막길일 때도 있고, 급해보이는 오르막인데 막상 오르막 근처에 가면 완만하기도 하다. 자전거 라이딩에서 오르막은 힘겨운 곳이다. 그러나 올라가면 내리막은 공짜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아주 짜릿한 맛이 있는 길이라 신이난다.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인주대로에 맥도널드가 있지만 예술로를 따라 이토타워에 있는 버거킹에 갔다. 아침메뉴로 베이컨 크루아상을 주문하려하니 이 매장에서는 안한단다. 실망스러웠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남편은 일 주일에 두 번 정도는 햄버거를 먹고, 나도 덩달아 그곳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한다.
인주대로에는 인하대병원, 바로병원, 대찬병원, 길병원, 전병원 등이 있다. 남동구청을 지나니 인주대로가 끝나고 수인로와 만난다. 이 근처에 인천대공원 남문이 있다. 인천대공원에는 가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자전거타고 신나게 호수쪽으로 가면 키큰나무가 지붕을 이루고 있는 길이 있다. 이 길을 영화 속에 한 장면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야외공연장을 돌아 식물원옆 장미원으로 간다. 철지난 장미가 반갑게 맞아준다. 대공원에서 꼭 쉬었다가는 우리의 벤치가 있다. 작은 분수가 있고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삼삼오오 컵라면이나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산객들이 있다.
긴 시간 자전거 타면 사색도 하고, 콧노래도 부르게 된다. 오늘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마라라 내일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리라’ 남편한테 불러보라고 한다. 가을하면 이노래가 떠오른다. 낙엽은 떨어지지만 겨울인데 난 왜 자꾸 이 노래가 가을밤 같다.
보모라는 이노래가 김소월 시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놀랐었다. 그림이 오붓하게 그려지는게 너무 좋다. 이 시가 한 폭의 그림이라면 아마 고흐의 ‘구두’처럼 비싼 값에 팔렸을 것 같다.
인천대공원에서 나가면 소래습지생태공원길로 갔었는데 서창방산로가 새로 생겼다. 서창2지구는 하루가 다르게 아파트 올라가고 있다. 구도시는 노인네고 신도시는 청년같다. 서창동은 비류대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17.5Km의 거리가 옹암사거리까지 펼쳐진다.
비류대로에서 소래로를 타고 한화매트로 10단지에 갔다. 그 옆 상가에 북카페 더히스토리가 있다. 벽면가득 그림책부터 문학전집까지 다양한 책이 꽂혀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카페라떼를 마셨다. 이곳은 새벽, 수요일, 금요일저녁, 일요일은 교회가 된다. 바리스타가 목사이고 그 부인이다. 즐겨가다보니 친해졌다. 친정부모님이 농사지은 고구마라며 한봉지 담아 줘서 고맙게 받아서 나왔다.
청능대로를 지나고 남동공단을 통과해서 남동대로를 타고 송도4교를 건넌다. 송도바이오대로, 지식정보대로, 첨단대로, 송도국제대로등 이름도 신식이다. 차들도 많지않고 도로고 좋아서 자전 속도를 내기에도 좋다. 센트럴파크에 가면 G타워가 있다. 그 전망대에 올라가면 ‘신은 자연을 창조햇고, 사람은 도시를 만들었다’라는 글귀가 있다. 전망대에서 신도시를 바라보면 정말 조감도다. 송도신도시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송도1교를 건너 아암대로를 탄다. 아암도는 오가는 차량과 주변 건물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우리 기억속에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 되었다. 아침에 갔던 옹암사거리에 다시 왔다. 옹암사거리에서 소암사거리까지가 능허대로다. 아마도 이번 라이딩에서 가장 짧은 대로였던 것 같다.
앵고개로를 따라가니 경원대로가 나온다. 나에게 아름다운 길을 뽑으라면 나는 선학사거리에서 동막역까지의 경원대로 길을 뽑고 싶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빛깔이 선명하고, 봄에 맡는 나일락향은 정말 혼자 맡기에는 아깝다.
처음 나의 마음은 이 길을 남편과 자전거를 타든지 걷는지 하고 싶어서 계획했던 라이딩이었는데, 욕심 많은 남편 때문이 일정이 하루를 소요하며 대로라는 大路는 다 타게 되었다.
결국 경원대로에서 송도1교를 건너 송도 센트럴파크로를 타고 송도2교를 건너왔다. 동춘터널, 청량터널이 있는 미추홀대로까지 타고 청학사거리. 출발지점에 왔다.
스마트폰은 친절하게 총 주행시간은 04:04:20, 총 주행거리 76.46Km, 평균속도 18.8Km등 낭랑한 목소리로 말해준다. 참 똑똑해서 남편에게 그 여자 데리고 살라고 했다. 남편이 하는 말 그 여자하고는 사랑을 할 수 없으니 싫다고 한다.
샤워를 하고 나온 남편이 말한다. “나은정은 삼장법사야, 나는 손오공이고....” 왜냐고 물어보았다. “내가 생각해보니 나은정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것 같아....”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 새로운 별칭을 만들었다. “나는 삼장 나은정하고 당신은 신씨니까 신오공하세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