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족이 모여있는 카톡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찬반으로 약간의 언쟁이 있었다.
마음이 상했다. 마치 모욕을 당한 것처럼 부글거리는 마음으로 뭐라고 되갚을까? 화가 났다가 지금은 싸움이 아니라 위로가 필요하다는걸 뒤척이다가 깨달았다. 그러자 그 머리속에서 저절로 이 시가 떠올랐다.
시 : 우리에게
“괜찮아”
어제 마음을
오늘 마음이 다독인다
매일이 연습이야
우리 모두 부족하잖아
그래도 어제 알게 되었으니
그만큼 달라지고
그만큼 자랄거야
이렇게 달라지고 자라는
우리의 하루라면
나중의 그 어느날에는
얼마나 넉넉한 품이 될까?
상상하며
기도하며
하루를 연다
(2023. 8. 25. 한제선)
시를 쓰고 나니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카톡방을 시끄럽게 하여 미안한 마음, 화해를 청하는 마음으로 시를 올리니 가족들의 부드러운 반응이 느껴졌다. 나는 집회도 포기하지 않고 가족도 포기하지 않았다. 조금만 품을 넓히면 할 수 있다니 기분이 좋았다. 알트루사와 예람교회에서 경험하고 또 경험한 덕분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윽고 집회 시간이 되어서 시청역 4번 출구 앞에서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그동안 글로 마음으로 응원하며 함께했던 최미리 선생님을 만난 것은 큰 기쁨이었다. 서울 집회에는 양재경(핵없는세상 공동대표) 선생님을 비롯하여 박진선, 홍혜경, 한문순, 최미리, 한제선(6명)이 함께 했다. 이중에 박진선 선생님은 카톡방에 올린 사진을 보면서 함께 하고픈 마음에 아이가 자는 틈을 타서 나왔다고 했다. 행진하다가 만난 박진선 선생님의 등장은 놀라운 선물이었고 가슴 벅찬 상봉이었다. 알트루사와 핵없는세상이 <일당 백>이라는 게 문자 그대로 느껴졌다.
이번 집회에 여러 이유로 오지 못하는 분들이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걸 전화로 알트루사 카톡방과 핵없는세상 카톡방에서 느낄 수 있었다. 문자로 소식을 알리니 박영신 선생님께서 격려해주셔서 그 또한 감사했다. 그리고 부산의 김영희 선생님이 우리를 대신해서 부산 집회에 나가셔서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핵없세 깃발을 들어주신 사진을 보내주시고 경찰들이 막아서 거칠었던 상황을 전해주셨다. 마음 졸이며, 응원하며 들었다.
이번에 새로 제작한 핵없세 깃발은 집회에서도 행진에서도 하늘 높이 펄럭였다. 모두의 노력 덕분이었다.
실은 5년만에 다시 광화문에 나서야 한다는게 처음에는 속 상하고 답답했다. 게다가 지금은 최소 30년의 방류이니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시작부터 기운 빠진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리가 아픈 이들, 허약한 이들이 자기의 한계를 넘어서서 집회에서 참여했고, 그 모습은 매번 큰 감동을 준다. 기분 좋은 마음 때문일까? 하늘도 맑고, 바람도 솔솔 부니 햇빛은 따갑지만 늦여름 햇빛이라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집회에 가면 탄핵 촛불집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으신 문 선생님을 떠오른다. 그 겨울 칼 바람 속에서 한껏 촛불을 들어 올리신 그 모습이 떠오르고 지금 함께 못해서 미안해하시는 말씀이 떠오른다. 그리고 또 일산의 골프장 증설 반대운동을 10년 넘게 하시고 드디어 정수장을 지켜내신 그 모습. 두팔 번쩍 들고 만세를 외치시는 박영신 선생님의 사진이 떠오른다. 시민운동은 은퇴가 없음을 우리 모두의 마음에 새기신 두분을 따라 오늘도 집회에 섰다.
부산집회에서 김영희 선생님과 환경운동가의 손에 핵없는세상 깃발이 펼쳐졌다.
서울집회에서 핵없는세상 깃발이 펼쳐졌다. 기수로 양재경 선생님이 애쓰셨다.
첫댓글 그림자에 묻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