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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막 걸어다니며 관광한 날짜는 1주일도 안 된다.
4일은 꼬박 기차를 탔고 그러고 나면 하루종일 호텔에서 쉬고 자고 3시간씩 몸 풀어야 했다.
기차 안에서 바라본 세르비아 시골 풍경. 내 무릎까지 쌓였든 눈들은 이미 다 녹고 잔디가 올라왔다.
어쨌든 2주간의 관광기간을 끝내고 3월1일 올드베오그라드에 도착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작은 엘레베이터.
세르비아는 흡연율이 엄청나다. 금연표시가 아니라 이렇게 흡연가능표시가 대부분이다.
우리는 국립극장 주변 즉 올드베오그라드의 가장 중심거리 아파트에 묵었는데
오래된 식당 화장실은 조심해야 한다.
나보다 다리가 짧은 남자는 소변기가 너무 높을 수 있다. 그렇다고 좌변기로 이동해도 낭패다.
물 내리는 버튼이 천장 쪽으로 나 있어서 키가 작은 남자는 물을 내리지도 못할 수 있다. (평균키가 큰 나라니까.)
우리가 배운 세르비아어
도지 도지 (이리 와, 이리 와)
흐알라 (감사합니다.)
나란체 (오렌지)
미모세 (꽃)
워다 (물)
우다라츠 (펀치)
슈트 (킥)
아이모 아이모 (Go, Go)
부르쉐 부르쉐 (빨리 빨리)
예단(1), 드바(2), 드라이(3) 쨋뜨리(4) 뺏(5)
세르비아어는 (대부분 이미 수다스럽지만) 수다스럽게 빠른 템포로 끊기지 말고 쭈욱 말을 굴려나가야 감칠맛이 난다. 쉿, 쉬이, 쉐, 츠, 췌, 최 같은 발음이 많이 섞여서 중간중간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느낌도 든다.
올드베오그라드 중심가가 뉴베오그라드와 그리 먼 곳은 아니다. 다리 하나 건너는 느낌. 버스나 트램 타고 15분이면 된다.
그래서 3월 2일부터는 베오그라드에서 크라브 마가 일반수업들을 2시간씩 꼬박 참가했다.
세르비아는 거의 다 스포츠 클럽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문화센터처럼.
하나의 무술도장이나 교육시설이 아니라
개방된 형태의 주민센터같은 시설에서 아이키도, 주짓수, 발레, 킥복싱, 활쏘기, 댄스 등등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름을 까먹었다. 올드베오그라드에 있는 스포츠클럽이다. 건물과 그 주변이 정말 깜짝놀랄만큼 황량하다.
안에는 천장이 높아서 아주 시원스럽다.
8시 크라브 마가 수업이 끝나면 밤9시에 주짓수 수업이 열리는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될까 말까 꼬찔찔이 남녀 꼬맹들이 삼삼오오 도복을 차려입고 수련실로 들어갔다.
아레나 No1 스포츠 클럽의 일반수업 장면.
세르비아 사람들은 구르기, 덤블링을 정말 잘한다. 크라브마가 일반수업에서 유연한 여성들의 뒤구르기와 연이은 물구나무에 착지까지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만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다들 학교에서 배웠다고 한다. 유치원 때부터. (사실,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들도 잘한다.) 우린 그런 거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데... 그마나 하란은 2007년에 기계체조 체육관을 8번 다녀서 뒤로 굴러서 물구나무 서는 것은 흉내를 낸다.
세르비아에 엘프녀가 많은 게 그리 대단한 사실은 아니다. (뭐 어쨌든 한국에 가면 한국에서 잘 생겼다 예쁘다 하는 데에는 무감각해질 것 같다. 여기서 미녀들을 너무 흔하게 봤으니) 대단한 사실은 그녀!들이 무술을 한다는 것이다.
하루는 세르비아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메달을 목에 건 3명의 엘프녀가 차례로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사격? 수영? 테니스? 아니. 알고보니 레슬링 선수들이다! 프로레슬링쇼가 아니라 빨강/파랑 쫄쫄이 입고 메달 놓고 경쟁하는 아마추어 레슬링이다.
여기도 똑같은 현대사회라서, 성은 상품화되고 여성은 성적대상으로서 광고, 뮤직비디오, 일상에서 소비된다. 그런 건 한국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다만 여자가 하드스타일을 좋아하거나 여자가 무술을 좋아하거나 여자가 레슬링을 하면 이상하게 여기거나 반대로 그냥 좀 하기만 해도 너무 치켜세워주는 그런 풍토와는 다르다.
물론, 나와 달리 세르비아의 전혀 다른 면만 보고 온 사람은 전혀 다른 얘길 할 것이다.
심지어 세르비아인도 그럴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처럼 그런 곳들을 찾아다니지도 깊은 관심을 갖지도 않았을 테니까. 솔직히, 우리가 흥분해서 좀 부풀린 것도 있을 것이다.
뉴베오그라드로 건너와서
역시 델타시티 쇼핑센터 옆의 아파트로 왔다.
이번에는 와이파이가 거의 터지지 않는 곳이지만, 여러 조건이 더 나은 곳으로 아파트를 정했다.
어차피 우리는 식사는 저녁식사 한 끼만 했다. 걸쭉한 요거트 덕분에 워리어 다이어트 하기 좋았음. 그리고 한끼 먹는 저녁 식사는 하란샘의 아이디어와 솜씨로 늘 한식을 해먹었다. 요리연구가 최하란 여사.
파트2는 첫날 오전부터 정강이에 콧대를 얻어맞으면서 쌍코피가 났다. 원래 휘어있는 콧대가 이제는 두툼해졌다.
우리의 제일 원칙은 부상 방지였다.
그래서 매일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반 동안 요가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파트1에서는 8시간 수련 이후에도 밤에 다른 모임이나 일이 많아서 정말 간신히 잠자고 나가기도 바빴다.
그래서 파트1 끝나고 2주일 동안 고관절을 기원으로 하체 전반 에너지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 (역학적 문제와 에너지 흐름상의 문제. 둘의 차이를 알게 됐다.)
세르비아 친구들은 달달달 외우고 있다. 대단하다. 몸 상태들은 몸의 기본은 별로다. 그러나 습득능력은 짱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많은 운동을 해온 친구들이다. 무술도 이것저것 많이 했고...
밀로쉐는 유도선수 출신. 크라브 마가는 5년. 현재 회사원이라서 GIC 참가하느라 1년치 휴가를 다 썼다. (회사에서 문제 삼자 훼이크 병가를 냈다.) 짜투리 시간에 올드 베오그라드에서 우리를 가이드해주기도 했다.
디노는 크로아티아 출신 유학생, 법대생. 크라브 마가와 함께 주짓수도 수련하고 있고, 밤에는 휘트니스 트레이너 일을 하고 있다. 거의 사전 수준으로 크라브 마가 기술들을 다 알고 있다.
슬라보는 우리가 현재 인스트럭터를 하고 있는 게 아닌지 물어볼 정도로 티칭을 잘 했다. 정말 똑똑하고 몸 상태도 좋은 친구다.
(다들 우리랑 따로 사진을 찍긴 찍었는데 그래도 멋진 사진들로 소개해주고 싶다.)
도차는 공무원. 크라브 마가만 5년. 매번 엄청난 준비를 해와서 깜짝 놀래킨다.
도차는 닥터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보여준 워밍업과 게임들은 정말 창의적이었다. SOM에서 풀어나갈 생각이다.
통역을 잘 하는 오기는 어려서부터 가라데, K1킥복싱, MMA, 크라브 마가를 수련해왔다. 현재 아레나 NO1과 또 다른 클럽(이름을 모르겠다.)에서 어씨스턴트 인스트럭터를 맡고 있다.
바스타(왼쪽)는 체대를 졸업하고 선수 컨디셔닝 트레이너를 하면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크라브 마가는 2년.
질렛(오른쪽)은 몬테네그로 출신 유학생. 킥복싱, MMA, 크라브 마가를 해왔다.
바스타와 질렛은 키가 190cm가 넘는다. 나는 그들과 파트너를 자주 했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다들 우리를 많이 가르쳐주었지만, 특히 질렛과 바스타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부츠코(가운데)는 특수경찰이며, 특수부대 슈팅인스트럭터다. 20살부터 군과 경찰을 오갔고 보스니아 전쟁에 참전했다. 유도, 가라데, 크라브 마가 등 20년 가까이. 부츠코라는 성에는 '리틀 울프'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온 데이빗(오른쪽)은 7년 동안 크라브 마가를 했다. 늘 유머가 넘치는 친구다. 네덜란드에서 함께 온 데니스도 크라브 마가를 5년 동안 했다.
독일에서 온 아틸라 씨는 만42세다. 24년간 쇼토칸, 교쿠신(극진) 가라데를 했고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 분데스리가의 유명축구선수를 보디가드한다. 무슬림이라서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어서 돼지고기가 주식인 세르비아에서 고생이 심했다.
독일에서 함께 온 마커스 씨도 만41세다. 독일에서부터 18시간 차를 몰고 왔다.
경찰이고 태권도, 화랑도, 실랏, 유도, 주짓수, 복싱 등 한마디로 무술 오타쿠요, 농담의 달인이다. 자신의 어깨에 새긴 문신이 여태 "태권도"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나 "태쾌도" 였다. 잘못 새긴 것이다. 지우겠단다.
그 외 3명은 부상 등의 이유로 중간에 그만두어야 했다.
3월에는 거의 다 화창한 날씨였다.
세르비아나, 네덜란드 참가자들은 GIC에서 다루는 기술 대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다. GIC는 당연하게도 가르치는 것과 수업 진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수업을 진행하고 함께 평가하고 교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매우 냉철하고 엄격하다. 특히 KMG 스타일의 수업진행, 교육시스템에 어긋나면 안 된다. 창의적인 양 자기 마음대로 바꿔서 진행했다가는 반드시 지적당했다.
파트2에서는 헝가리의 인스트럭터 발라쉬가 어씨스턴트로 합류했다. 어릴 적에는 쇼토칸 가라데를 했고 커서 크라브 마가를 10년 했고 최근에는 주짓수(블루벨트)와 쿠도를 스포츠로서 한다고 한다. 그에게서는 매우 절도있게 간결하면서 아주 파워풀한 크라브 마가가 돋보인다. 또 절반은 일리야 선생님이 가고 탈 선생님이 오셔서 가르쳤다. 탈 선생님은 해박하면서 간결하게 가르치신다. 경험과 지식이 많아 보였다.
총23일 180시간 동안 매일매일 숙제, 티칭, 평가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이틀은 그냥 하루종일 테스트였다. 배우러 간 우리에게 가르치는 자의 자격코스라니. 예측대로 우리는 떨어졌다. 많이 배웠지만, 가르치는 자격과는 다른 수준인 것이다.
탈 선생님, 하란, 나, 일리야 선생님, 세르비아 대표 요한
그러나 23일(+일반수업8일 = 31일) 동안 많은 걸 배웠다. KMG 크라브 마가의 체계도 정확하게 알게 됐다. 배운 것이나 체계나 모두 소화하진 못했지만, 이제는 확실히 연습할 수 있게 됐다.
파트1에서도 일과 이후 일정이 자주 있었지만, 이번에는 8시까지 나이트클럽 세미나가 이어졌다. 4명의 KMG 인스트럭터들이 가르치는 수련생들과 우리까지 호텔 바에 모여서 나이트클럽 세미나가 열렸다.
일간지 프라부다
일간지 기자들과 TV 카메라까지....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정신없는 나이트 조명 아래 칼부림(수련용 고무칼)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
3월의 세르비아 이름이 ‘마르타’ 라고 한다. 흔한 여성 이름이라고 한다. 3월의 날씨가 변덕이 심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떠나기 전까지 아니 그 주간날씨예고까지 모두 다 화창한 날씨였다. 3월 중순에는 저녁까지 20도를 넘었다.
다만, 우리가 야외 트레이닝을 하는 날만 빼고. 이날은 무지 추웠다.
요한의 불테리어와 집없는 개의 신경전.
집없는 개는 아침부터 우리 훈련 내내 나무를 물고와 애교를 떨면서 우리에게 공을 들였다.
독일 맥주 챔피언 결정전에서 작년 우승한 제품.
전날부터 속을 다쳐 식사를 거의 못한 하란샘은 많이 힘들어했다. 속은 안 좋고 먹지 못해 온몸이 춥고, 혼자 여성 참가자였고, 사실 GIC는 여성에겐 너무나도 혹독한 코스다. 이렇게 2달 안에 코스가 모두 열리면 참가기간에 생리기간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
다른 참가자들도 파트1의 피로가 채 풀리지 않았다. 그러니 계속해서 부상자들이 늘어났다.
탄산수 칸냐즈 밀로쉐. 200원도 안 된다. 계속 먹어줬다.
걸죽한 요거트 (설탕, 올리고당 없는) 1리터가 1200원도 안된다. 구멍가게에서도 반드시 판다. 아주 훌륭했다.
문제의 세르비아 철봉. 야외에는 철봉이 거의 없지만 있어도 저런 식이다. 물론 스웨덴에서도 봤던 양탄자 털이봉(저기 걸어놓고 때린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평행봉과 딥바 바로 옆에 있지 않나. (이미 내 스웨덴 친구도 양탄자 털이봉을 철봉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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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철봉 두께가 ㅎ ㄷ ㄷ 하군요 ㅋㅋ 악력이 세질수밖에없겠네요 ㅋ
두꺼운 바 수준을 넘은 하드코어용 철봉이네요^^~
야외에서 접한 철봉 네 개 중 세 개가 다 저렇습니다.ㅎㅎ
항상 느끼는 거지만 두분은 정말 개척자 이십니다~
세르비아하면 보스니아전쟁, 코소보사태 등만 생각나는데... 멀리가셔서 정말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