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성 탐방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 와,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예상보다 큰 도시였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곳.
중국의 은시 지역은 고대문명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곳이다.
은시를 떠올리면 갑골문과 상나라 유물 같은 중국 고대 문명의 깊이를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또한, 이 지역은 고산지대와 협곡이 많은 독특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이러한 지리적 특성 덕분에 개발은 다소 더뎠지만,
오히려 자연과 문화적 유산이 잘 보존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여행을 하며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방대한 영토 안에 펼쳐진 다양한 자연 경관과,
오랜 문명의 흔적들이 끊임없이 발견되고 발굴된다는 점이다.
은시와 같은 지역은 이러한 매력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하는 곳으로,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깊은 감동과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길거리 음식은 지역의 문화와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각양각색의 음식들이 노점마다 진열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풍기는 향기와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여행의 즐거움을 준다.
길거리 식당에서는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선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맛있는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뜨겁게 지글거리는 팬에서 막 튀겨지는 간식, 손님들로 북적이는 테이블,
그리고 음식과 함께 오가는 활기찬 대화들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추억을 만들어 준다.
깨끗하다. 중국여행에 이런 느낌을 받을 줄이야.
길 건너 작은 광장에서는 활기찬 분위기가 가득하다.
한쪽에서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광장무를 즐기고 있고,
건물 아래 밝게 불이 켜진 곳에서는 여러 무리가 둘러앉아 추리추리 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추리추리는 간단한 규칙과 빠른 진행 덕분에 거리, 공원, 시장 등 어디서든 사람들이 모여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게임인데
52장의 카드를 사용해 숫자나 그림으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은 직관적이고, 즉석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스톱과 유사한 비도라는 게임과도 있다.
호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지역의 현장감을 만끽한 후,
저녁거리를 챙겨 숙소로 들어오니 여행의 하루가 소소하지만 풍성하게 채워진 기분이다.
...
호텔을 나서니 바로 앞에 새벽시장이 펼쳐져 있다.
어제 밤 눈여겨보았던 광장 뒤쪽의 작은 길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벽을 적시는 가랑비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고, 우산 없이 맞아도 괜찮을 만큼 부드럽게 내린다.
촉촉한 공기와 어울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길 끝에서 어떤 새로운 풍경과 만날지 모른다는 설렘이 여행지에서 새벽산책이 주는 특별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게된 삼륜차.
작은 길을 따라 걸으며 한적한 새벽의 분위기를 만끽하던 중, 큰 길과 합류하게 되었다.
잠시 후, 각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로터리형 육교를 마주쳤다.
육교에 올라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길 사이에서 잠깐의 망설임 끝에 발길을 옮겼지만, 방향을 잃고 말았다.
익숙하지 않은 풍경과 교차로의 복잡함 속에서 길을 헤매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기는 하다.
어제 밤 호텔 주변에서 보았던 홍등이 떠올라, 길의 너비도 비슷해 보여 그쪽으로 계속 걸었다.
하지만 점점 느낌이 이상해,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았다.
혼자서 방향을 추측하며 다시 돌아가려 했지만, 이미 미궁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게다가 호텔 명함도 챙기지 않고 나온 터라,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막막함이 몰려왔다. 비가 점점 거세지는데.
어쩔 수 없이 곤히 자고 있을 카일라스님께 전화해서 호텔 명함을 받아 구글지도를 확인했다.
예상대로 방향이 틀렸었다. 그대로 갔더라면 호텔에서 더 멀어져 택시를 타야 할 상황이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아, 이제 감이 떨어진 건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빗줄기까지 거세져 컴컴한 어느 처마 밑에서 잠시 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육교로 향했다.
정확한 방향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10분쯤 걷자, 드디어 호텔 건물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안도감이 밀려왔다. 비록 한바탕 헤맸지만, 이 순간조차도 여행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될 것이다.
호텔 뒷편에는 고깃간이 밀집된 골목이 있다.
호텔 앞 새벽시장은 굵어진 빗줄기에 파장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활기로 가득할 줄 알았던 시장은 비에 잠잠히 정리되는 모습이 조금 씁쓸하게 느껴졌다.
오늘의 일정은 은시대협곡 탐방인데, 이 비가 계속된다면 큰일이다.
며칠째 계속된 궂은 날씨에 모두 지쳐 있는 상태에서,
오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실망이 클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는 것도 여행의 묘미지만, 원망스럽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새벽 풍경 구경은 생각도 못합니다.ㅠㅠㅠ
그런데, 마실님의 사진으로 보게 되네요.ㅎㅎ
숙소 근처의 포차거리에서 한때... 좋은 추억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