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白頭大幹) 이야기
산맥도(山脈圖)
아들아, 아빠가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우리나라의 지리를 배울 때는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의 70%가 산악지형이고,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이라고
배웠었지.
아빠는 우리 국토의 70%를 차지하는 산악지형의 체계를 산맥도를 통해 배웠었다.
태백산맥, 소백산맥, 노령산맥 등등..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은 잘 외워졌지만 다른 산맥은
왠지 낯설게만 느껴졌었다.
왜 이름이 노령산맥이고 광주산맥이나 멸악산맥인지 알 수 없었고..
마음 속에 잘 와닿지 않더구나.
하지만..시험이 있으니 성적을 위해 달달 외워야 했지.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의 산맥인데 왜 이렇게 낯선 느낌이었을까.
아빠는 학창시절에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단다.
그 이상 더 생각하지 않았었단다.
그 이유를 안 것은 한참 지나서 어른이 된 후의 일이었지.
아빠가 배웠던 그 산맥의 체계는 일제시대 때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정립된 개념이었던 것이란다.
그들은 지질구조를 토대로, 지질구조선을 따라 산맥의 체계를 정리했는데..
한반도의 형성과정이라든지, 지하자원 같은 것을 파악하는데는 용이하지만,
문제는 지형형성과정과는 관련이 있다지만, 실제 지형과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우리나라의 산들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산맥도를 보면 그들이 말하는 산맥은 서로 단절되어 있고, 그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인문지리적 환경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지.
산경표(山經表)
그렇다면..우리나라의 산악지형을 설명할 수 있는, 우리에게 맞는 개념이 없을까?
당연히 있단다.
조선 중후기 영조 대의 실학자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1712~1781)선생께서
정리하여 편찬한 산경표(山經表)에 있지. 여암 신경준 선생은 여지승람(輿地勝覽)과
동국문헌비고 중 여지고(與地考)를 편찬하는 등 당대 지리학의 전문가였던 분이야.
여암 신경준(旅菴 申景濬, 1712~1781)선생
여암 신경준 선생이 산경표에서 정리하여 밝힌 산악체계는 우리 전통적인 지리관을
반영하여 그분이 정립한 것이라기 보다는 더 구체화하여 정리한 것이라고 봐야겠다.
산경표(山經表)는 우리의 산악체계를 산줄기와 물줄기를 중심으로 정리했단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 해서 산경표의 기본원리인데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산줄기는 물을 넘지 아니하고, 산은 곧 물을 가른다는 뜻이지.
또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고 했어.
또 모든 산줄기는 백두산으로 통한다.
이런 개념하에 만들어진 우리의 지형에 대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란다.
산경도(山徑圖)
산경표에서는 우리의 산줄기 체계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구분하고 있단다.
1대간은 곧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 속리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산줄기이며
우리나라의 등뼈를 이루는 가장 큰 산줄기를 말한다.
1정간은 장백정간(長白正幹), 함경도 두류산에서 두만강까지 뻗은 산줄기이며
13정맥(正脈)은
청천강(淸川江)을 기준으로 청북정맥(淸北正脈)과 청남정맥(淸南正脈),
황해도 내륙을 가르는 해서정맥(海西正脈),
예성강과 임진강 사이에 뻗은 임진북예성남정맥(臨津北禮成南正脈),
한강(漢江) 기준으로 한북정맥(漢北正脈)과 한남정맥(漢南正脈),
금강(錦江)을 기준으로 금북정맥(錦北正脈)과 금남정맥(錦南正脈),
그 중간지대의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
영산강과 섬진강을 가르는 호남정맥(湖南正脈),
금남정맥과 호남정맥 중간지대의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
태백산 아래 매봉산에서 부산 동래의 금정산까지 동해안 남부를 따라 낙동강 동쪽에
솟은 낙동정맥(洛東正脈),
마지막으로 지리산 줄기에서 부산까지..낙동강의 지류인 남강의 남쪽을 따라 솟은
낙남정맥(洛南正脈)으로 구분되지.
우리 선조들은..산과 물줄기를 각자 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이어지는 것으로
생각하셨고, 그 산과 물줄기 사이에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까지 하나로 생각하셨다.
서양에서 만들어지고 일제에 의해 강제로 이식된 산맥체계보다 우리에겐 산경표에서
말하는 우리 산줄기, 산경이 훨씬 더 우리에게 맞고 그 철학적 깊이도 남다르지 않느냐.
일제침략의 일환으로 강제이식된 산맥체계 때문에 산경표와 백두대간의 개념은
잊혀질 뻔했었지만 1980년대에 고지도 연구가였던 故이우형 선생이 여암 신경준
선생의 역작'산경표'를 발견하게 되면서 알려지게 되었단다.
지금은..산맥보다는 우리 전통적인 지리관에 바탕을 둔 산경도의 개념이 지지받고 있어
백두대간 등 산줄기의 이름이 많이 보편화 되고 있다.
아들아, 우리의 산을 백두대간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태백산맥으로 이해해야 할까.
물론, 산맥의 체계도 그 나름의 효용이 있기에 폐기하기보다는 각자의 장점을 취해
활용하는 것을 우리 학계에선 고민하고 있단다.
하지만, 아들아 아빠에겐 태백산맥이 아니라 그 산줄기가 이젠 백두대간으로 보인다.
이젠 등산이나 트래킹 같은 여가, 전통 지리학과 연결된 우리의 철학과 인문학,
그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환경까지..이젠 우리의 삶에 백두대간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으니..아빠의 눈에 이는 아주 바람직한 변화로 보인다.
너도 지도를 펼쳐 산경도의 산줄기와 물줄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거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나라의 생김이 어떠한지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작성자:방랑가족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