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몸이 좋지 않아서 산행에 빠졌으니 두 달 만에 산에 가게 된 것이다. 둘째 일요일 새벽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흥분과 열기가 가득한 성서 홈플러스 앞을 생각하면 나도 빨리 가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운동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있을 때 경기장 안의 소리에 마음이 급해져 빨리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야지하는 마음 같은 것.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는 순간 바로 달서 3번 버스가 와서 탔는데 6시 25분 향군회관 앞에 도착했다. 7시 까지 하릴없이 기다렸다. 이번에 갈 금오산, 돌산도, 향일암, 이순신대교를 기대하면서.
7시 5분 국민은행 용산지점 출발. 구마고속도로 진입. 7시 50분부터 8시 15분까지 영산휴게소에서 아침식사. 8시 35분 남해고속도로 진입. 버스 안에서 오태복, 정여리 친목부장이 앞에 나가 넌센스 퀴즈를 내었다. 멀뚱멀뚱하던 회원들이 곧 넨센스 퀴즈에 적응했다. ‘어부들이 제일 싫어하는 노래는?’. 정답은 ‘배철수’였다. ‘배’가 바다에서 ‘철수’하면 고기를 못잡는다는 의미란다. 내가 ‘바다가 육지라면’이라 했다. 비슷하지만 아니란다. 맞는디. ‘바다가 육지라면’ 고기 못 잡는디. 이렇게 넌센스 퀴즈를 즐기다가 리무진버스는 광양 이순신대교에 들어섰다. 그때가 9시 40분. 이순신대교는 광양에서 묘도를 거쳐 여수를 연결하는 길이 2260m 왕복 4차선로의 현수교. 길이는 세계에서 4번 째로 긴 다리지만 주탑의 높이가 270m로 세계에서 주탑의 높이가 가장 높은 다리. 웅장한 규모. 멋있었다. 우리가 산행 오면서 이렇게 오지 않으면 또 언제 이곳에 오겠는가. 다리에 진입하면 왼쪽으로 광양제철소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평화롭게 떠있는 크고 작은 배가 보인다. 10시 25분 돌산도 방죽마을을 통과했다. 10시 35분 산행기점 돌산도 율림치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에 올라가지 않고 산들머리인 율림치 주차장에서 시산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산악회의 중요한 행사. 한 해 동안 안전산행과 회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행사. “유세차 갑오년 음력 1월 10일 대구 한솔산악회 제주 김상윤 감소고우. 애향의 고향 전남 여수 돌산도에 위치한 해발 323m 금오산 산신님께 얻드려 비옵니다. 여기 맑은 술과 포를 정성껏 준비하였아오니 부디 거두어 주시옵소서. 우리 산악회 회원들은 산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서로 협심단결하면서 높은 곳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오늘 대구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저희 대구 한솔산악회 회원들의 건강과 각 가정에 화목과 사업의 번창을 기원합니다. 금오산 산신님의 넓은 아량으로 어느 곳에 가든 대구 한솔산악회의 올 한해 무사산행을 보살펴 주시옵소서. 우신상향.”. 김상윤 회원이 제주가 되어 시산제를 정성껏 지냈다. 삶은 돼지머리 코에 10000원 짜리 지폐가 빽빽하게 꽂히는 진풍경이 있었다. 제사를 지낸 다음 우리 회원들은 제사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11시 50분 금오산 산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가파르지 않은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어제 비가 조금 온 탓에 땅에 먼지가 나지 않아 걷기에 딱 좋았다. 12시 20분에 323m 고지에 올라섰다. 이곳이 금오산 정상은 아니었다.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환상적인 섬을 바라보면서 걸었다. 12시 55분 ‘금오산 360m 임포주차장 1.2km’ 이정표가 있는 3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후미에서 걷던 회원 7명이 금오산 정상으로 가지 말고 왼쪽 임포주차장으로 빠지자고 했다. 배윤주 총무는 먼저 내려가고 있었다. 무전으로 김철두 산대장께 보고하니 산대장은 깜짝 놀라면서 금오산 정상 쪽으로 직전하라 했다. 배윤주 총무를 불러올려 금오산 정상으로 향했다. 그랬다. 여기서부터 금오산을 거쳐 향일암에 이르는 코스가 이번 산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코스를 생략했더라면 이번 산행을 하지 않는 것과 같았을 것이다.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기암괴석. 그만 감격하고 말았다. 1시 20분 금오산 정상(247m)을 밟았다. 금오산이라는 명칭은 산의 형상이 금거북이가 부처님 경전을 등에 지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모습과 같다는데서 유래했단다. 그래서인지 산 정상 돌에는 거북이 등껍질 문양이 있었다. 금오산 정상 바로 밑에 바다가 있었다. 남해 지역 섬지역 산행을 여러 번 했지만 이렇게 스릴있게 바다가 바로 발밑에 있는 곳은 없었다. 향일암 뒤쪽에서 정상 사이에 있는 촛대바위, 기둥바위 등 기이한 모양의 바위가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은 보기 드문 선경이었다. 금오산 정상에서 가파른 바윗길, 철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항일암에 도착한다. 이때가 2시.
‘향일암’은 ‘해를 향하고 있는 암자’라는 뜻이다. 향일암에 들어가려면 2개의 돌문을 통과해야한다. 절 마당에 서면 섬이 점점이 박힌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 지형을 ‘영구입수형’ 즉 ‘영물스러운 거북이가 바다로 들어가는 모양’이라 일컫는다. 남해를 바라보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관음전을 꼽는데 관음전은 또다른 돌문과 석굴을 지나면 있다. 이 관음전이 원효대사가 수도하던 곳이라 전한다. 관음전 옆에 수월관음보살과 선재동자 석상이 모셔져 있었다. 그외 용궁전, 삼성각, 종각 등이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기도하고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로 암자는 북적였다. 2시 40분 산행종점 셔틀버스 정류장에 도착함으로써 산행을 끝냈다.
셔틀버스 정류장을 떠나 대구로 향했다. 섬에, 바닷가에 왔는데 그냥 지나 갈 수야 없지. 점심 겸 하산주 모임을 하기위해 ‘원조직화 굴구이 1호점’(전남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갔다. 생선회가 먼저 나왔다. 그 다음 직화 굴구이가 나왔다. 굴을 그냥 먹거나 살짝 데쳐 먹는 것으로 알았다. 구워 먹는 것은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 대게를 먹지 않는다.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먹기 위해 너무 많은 수고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먹는데 못기다리겠고 수고에 비해 먹는 것이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굴을 하나하나 구워 까먹는 재미가 있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굴을 구워 먹으리.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럭 매운탕이 시원하고 좋았다. 두 그릇이나 마셨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생선회 먹는 분위기를 생략하면 산행 재미의 반을 잃는 것과 같지. 회원들 대부분이 만족하는 것 같았다. 4시 50분 굴구이 집을 출발하여 광양을 거쳐 남해고속도로에 진입했다. 6시 5분부터 6시 15분까지 남해고속도로 섬진강 휴게소에, 7시 30분부터 7시 40분까지 구마고속도로 칠서휴게소에 들려 휴식을 취했다. 8시 30분 성서 홈플러스에 도착함으로써 금오산 시산제 산행을 모두 마쳤다.
지난 달 산행에 못왔던 김민주 부회장이 왔다. 페르시안블루님이 친구 3분을 데리고 오셨다. 새해에 홍보부장으로 임명된 황현규 회원은 3개월 만에 보았다. 자리가 꽉차 못오실 뻔했던 하두환 회원이 고맙게도 왔다. 이진실 감사가 집안사정으로 못왔다. 황덕진 회원은 3월부터 산행에 참가한다 했다. 김영두 회원은 몇 달만에 보았다. 신임총무로 임명된 허정구 회원이 수고하셨다. 허총무의 활약이 기대된다. (우리 산악회는 막강한 두 총무가 있다. 배윤주 총무를 나는 ‘100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총무’라 한다. 이제 허정구 총무는 '101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총무'가 될 것이다. 우리 총무들은 '100,101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하는 총무가 아니고 100,101년에 한 번 나오기 힘든 총무'라니까 ) 이번에 참가회원들이 많아 임원들은 복도에 앉았다. 만차. 학원강사는 학생들이 많아야 강의할 맛이 나고 가수는 관객들이 많아야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듯이 산행에 차가 꽉차야 회원들은 신바람을 낸다. 시산제 산행에 참가해주셨지만 이름을 다 몰라 여기 일일이 거명하지 못한 점 안타깝다.
첫댓글 산행후기 잘읽었습니다 ^^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안가도 휴기보니 눈에선 합니다 수고했읍니다 3월산행때 반가운얼굴보입시다
산행많이 참석해 정말좋습니다...
늘 제글 찾아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가슴가득시산제 금오산과향일암 남해앞바다
다시한번가보고오는 생생함이느껴집니다
삼봉님의산행후기는 감미로운음식보다
더감미로움이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위 답글 문구 문장을 보면 허총무 아니 허작
가님은 시인입니다. 산행에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고 읽어주시어 고맙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늘 산행에 참석하셔셔 후기올려 주세요^^
다시한번 향일암에 올랐습니다
누가 자꾸 떠밀어주어야 겨우 써볼까 생각하는 게으른
사람입니다.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역시 산행은 산행후기를 남겨주셔야 되겠네요. 항상 참석하셔서 산행 후기를 남겨주세요!!
읽어주셔셔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도 산행후기 써도 되는데....
삼봉님 바빠서이제야 후기읽어보내요 산행후기쓰는 삼봉님세계최고 강사합니다
너무 늦게 재답글 달아 죄송하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최고는 아니고요. 말씀만은 고맙게 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