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 우드 컨트리클럽 / Lakewood CC
호수와 나무만 있으면 레이크우드라는 명칭은 쉽게 쓸 수 있는 건지,
우리나라 경기도 양주에도, 태국의 방콕에도, 그리고 미국에는
콜로라도와 캘리포니아를 비롯하여 오하이오, 텍사스, 클리블랜드 등,
여러 주에 이 레이크우드라는 명칭이 들어간 골프장이 꽤 많다.
그중에서도 콜로라도의 레이크 우드 CC가 1908년에 오픈했다니,
1920년에 오픈한 오하이오나 1933년의 캘리포니아보다 원조인 셈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남쪽, 롱비치 방향으로 가다 우연히 들린
레이크 우드 컨트리클럽에서 혼자 라운딩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골프의 시작은 물론 스코틀랜드에서라지만, 현대 대중골프의 고향은
누가 뭐래도 미국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우선 20-30달러의 저가에 아무 때나 어느 곳에서나 치기가 쉽다.
물론 혼자서도 자유롭고, 경우에 따라 5명도 상관없다.
복장 역시도 고가의 프라이비트 클럽이 아닌 이상,
가벼운 티셔츠와 반바지가 매우 자연스럽다.
한국에서와 같이 몇 십만 원 짜리 골프웨어를 입고 폼 잡는 것
자체가 이곳에선 어색한 일이다.
골프를 하면서 "나 지금 운동한다"는 표현들을 요즈음 한국에선
많이 하지만, 정작 골프가 운동인 곳은 바로 이 미국인 것이다.
수동 풀 카트를 이용하여 자신이 직접 백을 끌며, 클럽과 공을 닦고,
그린이나, 훼어웨이의 잔디 등을 보수해가며 걷다보면,
아닌 게 아니라, 정말 운동이 된다.
물론 피곤하면 전동카트를 타고 그린 앞까지 편하게 갈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 동네 사람들은 자신의 전용 풀 카트를 주로 사용한다.
걸어야 운동이 되니까......
미국에 처음 가는 동반자들과의 라운딩에서
무조건 이기고 많이 딸 수가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전동카트를 타지 않고, 수동 풀 카트를 이용하는
보수적인 방법으로 걸어가면서 내기를 하면 된다.
우선 처음 겪는 양 잔디 때문에 뒤땅 연발,
또 길고 긴 러프는 얼마나 잔인한지......
그린 위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캐디가 공을 닦아 놔주고,
라이 등을 봐 주릴 리도 없고....
그래서 낮 설은 그린까지 힘겹게 올라온 후, 본인이 직접
공까지 닦고 경사를 살펴야하기에 신경을 집중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미국의 골프장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10번 이상의 라운딩은
해야 간신히 적응이 되는데, 문제는 그렇게 오래 미국에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 귀국할 때까지 내내 '밥'이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양잔디 골프장이 한국에도 많이 생긴 21세기 이전 이야기다)
한국에서 주로 7자를 그리는 싱글 디짓 핸디 캐퍼라고 해도
미국에 여행 와서는 보기 플레이, 심지어는 100타까지 치는 경우도
여러 번 보았기에, 1980년대 초, 용산과 오산 미군기지에서 시작하여
세계 여러 곳의 양 잔디 라운딩 경험이 풍부했던 필자로선
아래의 스코어카드에 적힌 80대 초반의 성적도 결코 부끄럽지 않으며,
오히려 이정도 성적이면 그날은 엄청나게 딴 날인 것이다.
(아래 카드의 년도는 분명치 않지만 아마도 1990년대 중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