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주니 10번째 생일날 시작된 뜻깊은 첫번째 해외 캠핑.
뭐든 그렇다. 낯섬을 이겨내는 것이 모든 것의 출발이다.
사진으로 접했던 낯익은 풍경이었지만 막상 그 속에 들어와 보니 이 풍경이 서먹서먹하다.
그리고 7시 다 되어 도착한터라 해도 그 힘을 잃어가고 곧 어둠이 들이닥칠 것을 생각하니
맘이 편치도 않았다. 캠핑장은 항상 여유있게 와서 사이트 구축하고 편안하게 시작해야 하는데...
거기다 여긴 내 땅이 아니지않던가. 남의 땅에 팩을 박는 일도 어색하기만 했다.
주위엔 온통 말도 안통하는 낯선 사람들뿐...더우기 우리나라의 캠핑장처럼 분답한 것도 아니고
쾡하니 넓은 사이트가 도무지 익숙하지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만보고 잡은 곳이라
다른 곳에비해 굉장히 외진곳이었다. 곰까지 출몰한다고 하니 아이들이 무섭지않을까 걱정되었다.
하지만 그런 낯섬은 이내 해소되었다. 텐트치고 식탁 차려놓고, 나무에 불도 지피고, 장작 주위에
의자까지 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 진다. 늘 복잡하고 분답한 한국의 캠핑장에 익숙해있다가
진짜 빼곡한 나무와 뚝뚝 떨어져있는 텐트,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가 어색했던 모양이다.
역시 캠핑장엔 불을 피워야 한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사이트 구축하고 아이들 사진부터 먼저 한장 찍어본다.
텐트는 재작년에 자연휴양림 데크용으로 구입한 NOS의 4인용 알파인텐트.
무게가 5.5kg밖에 안나가도 부피도 작아서 원정 캠핑에 딱이다.
조금 얇긴해도 치고 걷기도 너무 수월하고 우리 네식구 지내는데 크게 불편함은 없다.
다만 비가 올 때가 문제다. 거실이 있어야 비올 때 밥도 해먹고, 들락거리기도 편해진다.
거의 기어나오고 기어들어가다 빗물에 온통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무게와 부피, 치고걷기가 수월한 텐트 고르기를 몇달간 했었다.
코베아 알파인4, 아이더 히어로, K2 호건, 이지캠프 스피릿400, 영원아웃도어 벨로체 돔,
노스페이스 글래스랜드, 스노우피크 랜드브리즈와 어메니티 돔, 잭울프스킨 일루션에 이르기까지
가격, 무게, 부피, 수압, 신속성 등등을 고려하며 수개월을 찾았다.
결론을 본 것이 독일 벡슬사의 인트레피드4 4인용텐트였다.
이너넨트 220*220, 무게 5.4kg, 거실 185*233, 수납 62*24, 수압 5000, 바닥수압 7000에다
폴대는 세로로 3개만 끼우면되니 이보다 더 기능좋고, 가볍고, 작고, 편한 텐트가 어딧겠는가.
거기다 가격도 50만원 초반대니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마지막에 집사람이 그냥 집에 있는걸로 쓰자고 하는 바람에 '지름신'의 의지도 꺾여버렸다.^^
캐나다 캠핑에서 식탁보는 필수다.
사이트마다 벤취시설이 다 되어있기 때문에 테이블이 따로 필요없다.
하지만 노출된 식탁이라 좀 지저분하다. 그래서 식탁보를 꼭 깔아야 한다.
해외 캠핑 사진을 보면 식탁보가 일반적인 이유를 알았다.
쭉쭉 뻗은 저 아름드리 나무를 보라! 이것이 진정한 캠핑이다.
7일부터 11일 낮까지 줄곧
샌드위치, 햄버거, 감자튀김 같은 것들을 먹다보니 큰놈 비니가 라면국밥을 해달란다.
가뜩이나 김치찌게 좋아하는 아이들인지라 라면국밥을 끓이는 동안 연신 침을 꿀떡인다.
감동스럽게 먹는다.
금새 바닥을 보인다.
보기는 이래도 맛은...^^
캠핑장에서 준희 생일을 가졌다. 한달여전부터 8월 11일을 강조하던 주니.
생일전날 알버타산 1+++ 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로 생일을 치뤄줬는데
촛불을 안끄면 생일 파티가 아니란다. 그래서 밴프 마트에서 구입한 작은 케잌으로
생일 축가를 불러줬다. 주니는 생일이 한여름이라 꼭 휴가지에서 생일을 맞는 행운을 누린다.
오늘은 아빠가 구워주는 T본 스테이크. 알버타 대 평원의 풀을 먹고 자란 쇠고기다.
저거 한덩이 우리나라돈으로 7천원인가 주었다.
밤이 깊어간다. 뒤에 환한 불빛은 캠핑장 출입구다. 출입구 바로 뒤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캐나다인의 공공의식과 '지적질'
밤이 깊었다. 11시쯤 된 듯하다. 캐나다 캠핑장은 11시가 되면 불끄고 자야한다.
강제하진않지만 스스로 그렇게 잠에 든다. 피우던 장작불도 다 끈다.
더구나 바깥에 등불을 켜지도 않았다. 가스등 한번 켰다가 바로 '지적질' 당하고 급하게 껐다.
가뜩이나 어두운 숲속에서 가스등을 켜니 온통 주위가 밝다.
나는 밝지만 깜깜함 속에서 자연을 누리는 주위사람들에겐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모두들 텐트 안에선 등불을 켜지만 바깥에서 불을 켜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 중 또 한가지가 캐나다 사람들의 공공의식이다.
주차장 자율정산도 그렇지만 캠핑장에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꼴을 못봤다.
그저 조용조용 얘기하고, 큰 소리, 음악소리, 불빛 등 남에게 해를 입히는 일은 하지않았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것에 대해선 얘 어른 할 것없이 바로바로 지적을 당했다.
화장실에 노트북 전기 충전하러가다가 젊은 여성에게 한 소리 들었고,
가스등 켰다가 젊은 남자에게 한 소리 들었고, 화장실에서 휴지로 손 닦다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꼬마 남자에게 또 한소리 들어야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턱도 없다. 괜히 지적했다가 "니가뭔데" "니나 잘해라"며
오히려 역 항의를 받았을 것이다. 괜히 시비걸어 싸움나기도 하고, 이러한 지적에
굉장히 기분나빠하며 얼굴을 붉힐 것이다. 그래서 서로 못본채, 모른채 한다.
괜히 선진국이 아니었다.
아침이 왔다. 오늘 아침은 햇반에 어제 남은 고기, 우거지국, 볶음김치, 깻잎, 멸치 등이다.
물론 고기 빼고 다 인스턴트다.
비니, 주니는 김치만 있으면 만사형통이다.
밴쿠버 MEC에서 구입한 도끼. 9불 주었다. 9천원. 자루가 긴 것을 안산게 후회 되었다.
캠핑장은 8.8불(캐나다 달러)만 주면 밤새도록 나무를 갖다 때워도 된다.
근데 저렇게 통나무던지 아니면 반쪽만 패놓은 장작이다. 그나마 여기는 4등분이라도 해놓았는데
다른 캠핑장은 그냥 통나무를 그대로 놓아두었었다. 특히 재스퍼의 휘슬러 캠프그라운드.
도끼는 필수다. 혹시라도 캐나다 캠핑을 가시는 분들은 현지에서 긴 자루로 된 도끼를 구입하시길...
귀국 할 때 가방에 넣어오면 된다.
모두들 떠난 조용한 캠핑장. 분답한 모습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그냥 간간히 자전거나 차만 지나다닐뿐.
꼭 이 넓은 숲에 우리만 있는듯 착각을 일으킨다.
캠핑장엔 차로 온 사람, 캠핑카로 온 사람, 오토바이로 온 사람, 그리고 자전거로 온 사람도 있다.
심지어 배낭메고 걸어들어온 사람도 있다. 예외없이 입구에 출서서 등록을 하고 들어온다.
캠핑이 생활화된듯...
아빠와 산책. 주니는 캠핑장 산책을 좋아한다.
맛나게 아침을 먹은 비니.
어제 저녁 캠핑장에 도착하여 벌레에 놀라 피하다가 무릎과 팔꿈치를 갈았다.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벌레를 그렇게 싫어한다.
그 정도 다치길 천만 다행이었다. 하필 피하던 자리에 화로통이 있어 거기로 넘어졌다.
자칫 머리에 부딪힐뻔했다. 여행을 중단하고 집으로 갈뻔했다.
여행 초반에 액땜했다 생각하고 소독하고 약발르고 반창고를 붙여놓으니 몇일지나 잘 아물었다.
천만다행.
캠핑장 숲에 쓰러진 나무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그런 나무 조차도 손대면 안된다.
그거 가져다 불태워도 안된다. 그냥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놓아둔다. 자연이니까...
화장실이다. 깨끗했다.
캠핑장 규모치곤 개수대가 적다. 이곳 사람들은 음식을 간다하게 먹는다.
퐁퐁도 비치되어 있고 따뜻한 물도 나온다.
우리처럼 국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아침에 전날 사놓은 샌드위치나
콘프레이크 같은것으로 때웠다. 그러다보니 설겆이도 할 게 별로 없다.
개수대에 자주 들락거리는 사람은 주로 동양인들이었다. 특히 중국인들. 그릇 잔뜩 들고 왔다갔다.^^
화장실 한켠에 이런 샤워기가 두 군데 있다. 간단한 물비누도 준비되어 있다.
화장실도 깨끗하다. 반면 레이크루이스나 제스퍼의 캠핑장은 조금 지저분 했다.
캠핑장의 느낌도 다 다르다.
화장실엔 어김없이 이런 콘센트가 있다.
원래 이 콘센트는 면도기나 드라이 정도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충전을 못하게 되어 있다.
난 그러면 안되는줄 모르고 한번 정도 노트북 충전을 했다.
나중에 큰 놈 비니가 벽에 쓰인 충정 금지 문구를 알려줬다.
영어를 못하니...^^
충전은 캠핑장 입구에 작은 박스 충전기가 있다. 1달러를 내면 문이 잠기게 되어 있다.
하지만 충전 박스가 작어 핸드폰이나 전등 정도밖에 충전을 못한다. 크기가 기껏해야 높넓이 20cm.
하기야 우리야 외국인이니 노트북 같은거 충전이 필요하지
현지인들이 캠핑장에 노트북 충전할 일이 무에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