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을 철학한다 - 이광래, 知와 사랑, 2009
방법이란 무엇인가? 방법은 지식이다. 방법은 관점이다. 새로움이다. 방법은 문화다. 문화는 인간화다. 인간화는 다리 놓기이다.방법은 반역하며 진화한다.
사상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여 체계화하려 한다. 인간은 본래 사유(思+惟)하고 사상(思+想)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욕망은 방법을 생산한다.
사상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사상사는 방법사다. 방법사는 반역의 역사다.
역사란 무엇인가? 인간의 역사는 욕망의 이동사다. 역사는 반역함으로써 지속한다. 모든 역사는 방법사다.
내용과 방법은 어떤 관계인가? 인간은 ‘선취된 방법’에 의해 세상을 조망한다.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다양한 조망렌즈를 사용하여 세상을 말하고, 글 쓰고, 사색하고, 그리려한다. 4백 년 전 시계가 발명된 이래 인간은 누구나 미래를 보기 시작했다. 철학은 이제 미래를 본다. 미래의 철학도는 디지털digital 인텔리전트intelligent들로 물리적인 것과 가상적인 것의 융합현실에서 철학을 모색할거다. 왜? 인터넷에는 원근법이 없다. 철학은 방법이다. 철학은 콘텐츠학이 아니라 방법학이다. 방법을 달리하기는 ‘관점을 달리하기’이다. 한 가지 내용일지라도 다양한 관점은 그만큼 내용을 풍부하게 한다.
그러면 우리는 확장된 현실, 즉 융합공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결정한다. 통섭(通攝)은 융합, 새로운 세계관이다. 신인류는 통섭인通攝人이다. 아날로그적이기보다는 디지털적이다. 디지털 기술이 가상세계를 융합현실로 만든다. 우리는 이미 <현실에서 가상까지> 확장된 현실의 회전도시에 살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세계-내-존재로서의 현존재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융합으로 인한 ‘융합세계-간-존재’로 의미변화하고 있다. 통섭(統攝)은 거대한 통합욕망이다. 윌슨Wilson이 ‘통섭統攝은 학문의 세계일주다.’라고 1519년 마젤란이 스페인을 출항하여 3년 후 필리핀을 발견한 항해에 비유했다. 모든 글쓰기가 interface의 기능이다. 이메일이나 웹, 또는 워드프로세서로 가상현실에 진입할 경우 가상현실은 인터페이스를 위한 공간이 된다. 가상의 초원인 디지털 네트워크는 인류가 만들어 점유한 공간이다. 지구에서 인간은 신화를 만들었지만, 가상의 공간에서는 신이 되었다. 가상현실이 신들의 신전이자 놀이터나 다름없다. 그러나 디지털 유목민에게 가상현실은 놀이터일 수는 있어도 안락한 휴식처일 수는 없다. 미래포럼 회장 제롬 글렌 왈, “2020년쯤에 ‘사이버 나우 Cyber Now'라는 특수 콘텍트렌즈와 특수 의복을 통해 모든 사람이 24시간 사이버 세상과 연결된 시공간 초월의 시대에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라고 예측하고 ’사이버 나우‘의 전원을 끄고 가상의 다리를 건너 실제현실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는 새로운 레저(unplug and relax) 까지 출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인류는 머지않아 미증유(未曾有)의 인터페이스 레저 산업 시대 한복판에서 생활하게 되리라 한다. 우리는 하이퍼 브릿지hyper-bridge의 시대에 살고 있다.
실제현실이라는 자연공간은 인공현실, 즉 가상공간의 휴식처다. 가상공간은 놀이터일 수 있지만 휴식처일 수는 없다. 이동욕망의 닻을 내릴만한 마지막 안식처가 될 수 없다.그러므로 통섭하는 다중多衆의 인식공동체에서는 태고의 철학 대신 다른 학문들이 지식의 지도를 그려나갈것이다. 예) 인공생명윤리학, 가상현실인류학, 현대수필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