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方[3526]행초서=다산(茶山)시- 荒年水村春詞十首 (황년수촌춘사십수)
荒年水村春詞十首 (황년수촌춘사십수)
- 거친 해 물 마을의 봄
다산(茶山),삼미(三眉),여유당(與猶堂), 丁若鏞
東風吹綠草離離 (동풍취록초이리)
東風동풍= 봄철에 부는 따뜻한 바람.
離離이리= 이삭이나 열매가 맺어 늘어져 있는 모양
푸른 풀 파릇파릇 봄바람 불자
花柳依然似昔時 (화류의연사석시 )
依然(의연)= 전과 다름이 없이. 似=같을 사.
昔時석시=아주 오래전
꽃 버들도 그대로 지난번 같아
只是寂寥春更甚 (지시적요춘갱심)
只是지시=부사= 다만. 오직. 오로지. 只= [祇, 衹]
寂寥적료=
更甚갱심=
다만 내 삶 쓸쓸해 봄은 더 깊어
冷煙衰屋日華遲 (냉연쇠옥일화지)
차운 연기 낡은 집 햇살 늘어져
〚작자〛 정약용(丁若鏞, 1762~1836)
본관 나주(羅州). 자 미용(美鏞)·송보(頌甫). 초자 귀농(歸農).
호 다산(茶山)·삼미(三眉)·여유당(與猶堂)·사암(俟菴)·
자하도인(紫霞道人)·탁옹(籜翁)·태수(苔叟)·
문암일인(門巖逸人)·철마산초(鐵馬山樵). 가톨릭 세례명 요한. 시호 문도(文度).
광주(廣州)(현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출생이다.
조선 후기 학자 겸 문신으로
주요 저서는《목민심서》,《경세유표》등이 있다.
원문=다산시문집 제7권 / 시(詩) - 천진소요집(天眞消搖集)
흉년 든 수촌의 춘사 십 수를 읊다[荒年水村春詞十首] 계사년 봄이다
무성한 봄풀 위에 동녘 바람 불어오고 / 東風吹綠草離離
꽃과 버들은 그대로 예전과 같건마는 / 花柳依然似昔時
다만 이 적막함은 봄에 더욱 심하여라 / 只是寂寥春更甚
썰렁한 연기 퇴락한 집에 햇빛만 더디구려 / 冷煙衰屋日華遲
가난한 백성들이 배에 가득 타고 와서 / 鶉衣鵠脚滿船來
남한산성의 구휼미를 받아서 돌아가누나 / 南漢城中領賑回
의당 칡뿌리 찧어서 죽 쑤지 말지어다 / 須擣葛根無作粥
한 주먹 쌀로도 넉넉히 술 석 잔을 얻으리 / 剩敎一龠得三杯
번쩍번쩍 칼을 갈아서 산 언덕에 올라가 / 磨刀霍霍上山墟
소나무 껍질 깎아 내어 입에 가득 먹어대라 / 劙取松皮滿口茹
산지기가 속을 암만 태운들 어떻게 금하랴 / 冢戶脣焦那禁得
일천 그루 하얗게 벗겨져 마릉 글씨 쓰겠네 / 千株白立馬陵書
남쪽 조운선들 연이어 서울로 모여들어라 / 南漕陸續湊王京
듣자니 강화성엔 새로운 풍조가 일었다는데 / 消息風潮穴口城
모두가 세력 있는 상인들의 봉쇄를 입어 / 總被豪商封鎖了
우천의 작은 시장엔 쌀을 항상 다툰다오 / 牛川小市米常爭
도적떼들 가운데는 양반들도 많은데 / 綠林糾夥兩班多
밤이면 무리 모아 인가를 서슴없이 터는지라 / 嘯聚無難夜打家
다만 약간의 바람에 풀만 움직이어도 / 但使小風吹草動
이장라가 아니란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 安知不作李張羅
이자성(李自成)ㆍ장헌충(張獻忠)ㆍ나여재(羅汝才)가 모두 명(明)나라 말기의 유적(流賊)이었다.
유가만가의 땔나무 판매하는 집에는 / 柳家灣上販樵家
쌓인 나무 산더미 같아 모두들 감탄했는데 / 積聚如山衆所嗟
사십만 전어치 나무가 횃불 하나에 다 타서 / 四十萬錢銷一炬
검은 연기 날아올라 하늘 가득 안개 이뤘네 / 絳煙飄作滿天霞
울툭불툭한 소의 뼈에 억지로 쟁기 채우니 / 牛骨崚嶒强服犁
백 번 채찍질한들 어떻게 깊은 땅을 끌리오 / 百鞭那得曳深泥
느릅나무 그늘에 놓아 두고 사람도 함께 쉬어라 / 楡陰放歇人俱歇
석양까지 딱 밭 한 두둑 갈고 말았네그려 / 恰到殘陽了一畦
지난 겨울엔 백일 동안 눈이 오지 않아서 / 前冬百日天無雪
바람이 모래 먼지 몰아다 보리 싹을 덮어라 / 風捲塵沙罩麥苗
오이넝쿨처럼 이삭이 누워 기대가 또 어긋나니 / 視麥如瓜期又誤
오만 백성들 일제히 하늘만 우러르누나 / 萬民齊首仰靑霄
황효의 흐르는 물에 고기 낚는 배들은 / 黃驍流水釣魚船
해마다 보리 자라는 계절에 시세가 있는데 / 時勢年年養麥天
가련하다 백사장가 그물 말리는 곳에는 / 沙上可憐晞網處
석양 아래에 오직 백구가 졸고 있네그려 / 夕陽唯有白鷗眠
은병의 술 대자리로 어대를 곁해 앉았노니 / 銀甁竹榻傍漁臺
풍년의 풍류놀이에 머리 거듭 돌리었어라 / 樂歲風流首重廻
선위는 오지 않고 봄은 또한 저물었는데 / 仙尉不來春亦暮
산관의 벽도화는 누구를 위해 피었는고 / 碧桃山館向誰開
[주-D001] 하얗게 …… 쓰겠네 :
전국 시대 제(齊) 나라 손빈(孫臏)이 위(魏) 나라 방연(龐涓)과
싸울 적에 손빈이 방연을 마릉(馬陵)의 좁은 길로 유도한 다음
거기에 쓰기를, “방연이 이 나무 밑에서 죽을 것이다.
[龐涓死于此樹之下]” 하였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곧 사람들이 먹을 게 없어 소나무 껍질을 마구 벗겨
먹음으로써 소나무들이 하얗게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史記 卷65》
[주-D002] 선위(仙尉) : 한(漢) 나라 때 일찍이 남창 현위(南昌縣尉)를
지냈던 매복(梅福)이 왕망(王莽)의 전정(專政)을 증오하여
처자(妻子)를 버리고 떠나서 신선이 되었다는 고사에서
매복을 가리키는 말이다. 《漢書 梅福傳》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4
원문=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第一集詩文集第七卷○詩集- 天眞消搖集
한국문집총간,第一集詩文集第七卷○詩集 / 天眞消搖集
荒年水村春詞十首 癸巳春
東風吹綠草離離。花柳依然似昔時。
只是寂寥春更甚。冷煙衰屋日華遲。
鶉衣鵠脚滿船來。南漢城中領賑回。
須擣葛根無作粥。剩敎一龠得三杯。
磨刀霍霍上山墟。𠠫取松皮滿口茹。
塚戶脣焦那禁得。千株白立馬陵書。
南漕陸續湊王京。消息風潮穴口城。
總被豪商封鎖了。牛川小市米常爭。
綠林糾夥兩班多。嘯聚無難夜打家。
但使小風吹草動。安知不作羅。
李自成,張獻忠,羅汝才。明末流賊也。
柳家灣上販樵家。積聚如山衆所嗟。
四十萬錢銷一炬。絳煙飄作滿天霞。
牛骨崚嶒強服犁。百鞭那得曳深泥。
楡陰放歇人俱歇。恰到殘陽了一畦。
前冬百日天無雪。風捲塵沙罩麥苗。
視麥如瓜期又誤。萬民齊首仰靑霄。
黃驍流水釣魚船。時勢年年養麥天。
沙上可憐晞綱處。夕陽唯有白鷗眠。
銀瓶竹榻傍漁臺。樂歲風流首重廻。
仙尉不來春亦暮。碧桃山館向誰開。
[주-D001] 綱 : 網
이하=여유당전서,詩集 卷七 / 詩
荒年水村春詞十首【癸巳春】
東風吹綠草離離,花柳依然似昔時。
只是寂寥春更甚,冷煙衰屋日華遲。
鶉衣鵠脚滿船來,南漢城中領賑回。
須擣葛根無作粥,剩敎一龠得三杯。
磨刀霍霍上山墟,𠠫取松皮滿口茹。
塚戶脣焦那禁得?千株白立馬陵書。
南漕陸續湊王京,消息風潮穴口城。
總被豪商封鎖了,牛川小市米常爭。
綠林糾夥兩班多,嘯聚無難夜打家。
但使小風吹草動,安知不作李ㆍ張ㆍ羅?
【李自成ㆍ張獻忠ㆍ羅汝才,明末流賊也】
柳家灣上販樵家,積聚如山衆所嗟。
四十萬錢銷一炬,絳煙飄作滿天霞。
牛骨崚嶒強服犁,百鞭那得曳深泥?
楡陰放歇人俱歇,恰到殘陽了一畦。
前冬百日天無雪,風捲塵沙罩麥苗。
視麥如瓜期又誤,萬民齊首仰靑霄。
黃驍流水釣魚船,時勢年年養麥天。
沙上可憐晞網處,夕陽唯有白鷗眠。
銀瓶竹榻傍漁臺,樂歲風流首重廻。
仙尉不來春亦暮,碧桃山館向誰開?
629 ~ 630쪽
[주-D001] 網 : 新朝本에는 ‘綱’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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