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울의 오늘
친구 강숙려 시인의 '피리부는 당신' 시선집
소리울
2016. 2. 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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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생각의 시대라는 김용규박사가 쓴 책을 읽고 있습니다.
그분은 뇌과학 100년 역사 중 가장 놀랄만한 발견 중 하나는
‘뇌신경 가소성(plasticity·可塑性) ’이라고 말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뇌가 경험에 따라 변한다는 이야기이지요.
뇌가 새로운 걸 배울 때마다 뉴런 네트워크를 새로 만들어 낸답니다.
영어를 공부하면 영어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
중국어를 공부하면 중국어를 위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긴 겁니다.
누구나 날 때부터 배워서 잘 하는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열심히 원하는 것에 매진해 보세요.
못 간다고 여쭈어라 노래하면서 더 열심히 더 신나게 노는 사람은 놀고
시를 쓰는 사람은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그림을 그리자구요.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런 점에서 강숙려는 ‘피리부는 당신’을 위시하여 벌써 여덟 번째로 멋진 책을 낸
대단하고 자랑할 만한 좋은 친구이군요.
강숙려 시인은 그런 면에서 이미 시에 대한 뉴런 네트워크가 생성되었다고 봅니다.
부럽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시인들은 일생에 다른 사람이 기억할만한 단 한편의 시만 쓸 수 있어도 훌륭한 시인이라고 하는데
여덟 권의 책을 쓸 만큼 훌륭한 언어로 친구들의 기억 속에 저장될 시를 써 내다니...
더구나 시조라는 정형시는 3장 6구 12음보 45자 내외의 정해진 음절 속에
자신의 사상과 감정 정서를 다 나타내고 그 속에 메타포로 이미지화해서 표현하는 작업인데
"피리 부는 당신"의 시선집에 올려진 시조 ’첫눈‘을 비롯한 13편의 운율은 모두 훌륭한 것들이어서
아름답고 대단합니다.
석류
알알이 울음 울어 속으로만 차오른
낮달의 하소연인가 밤으로도 모자라
툭 터져 나오려는 저 분홍빛 하소연
기원전 6세기 그리스 여류 시인 삽포는
“다시 사랑이 온다. 사지를 부수고 고문하는, 달콤하고 고통스러운 그는
내가 이길 수 없는 괴물이다“는 시를 썼지요.
사랑이란 뭔가 분명 느끼지만 보거나 만질 수 없고, 달콤하지만 고통스럽기도 한 것이란 은유입니다.
은유는 이렇게 이미지를 통해 본질을 꿰뚫어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강숙려 시인의 은유로 돌아옵니다.
석류의 이미지 속에 강숙려 시인의 삶,
시인의 가슴이 얼마나 처절하고 울고 싶은 순간이 많았는지를,
그것을 분홍빛으로 미화시키려는 절규가 눈에 보여 가슴이 먹먹하도록 저립니다.
이런 아픔을 딛고 선 시어들이기에 더 가치있고 아름다운 시집이 태어난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도 숙려처럼 새로운 네트워크, 어떠한 뉴런이라도 만들어 봅시다.
종이공예를 해도 좋고, 반찬을 잘 만드는 뉴런을 익혀도 좋지요.
숙려 시인을 본보기로 삼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