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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19일]
이동: 비지몰(8:00)-베시사하르(14:30)-(휴식)-베시사하르(15:30)-나디(17:00)
날씨: 얇은 아노락을 걸쳤으나 더웠고, 다섯시 이후 짧게 빗방울이 떨어짐
새벽 다섯시, 전날 예약해 두었던 택시를 타고 집(고다와리)을 나서 비지몰로 이동한다.
*비지몰은 겅거부버스파크(너야버스파크) 옆 포카라, 베시사하르 등으로 가는 마이크로가 출발하는 곳. 터멜에서 택시로 십오분 정도 소요될 듯 하다.
네팔에 도착해 마을에서 새해(4.15)와 뻐허리 축제(마을축제)만 즐기고 우기가 시작되기 전 최대한 빨리 트레킹을 시작하려고 하였으나 호텔 예약에서부터 가이드까지 여행사와 잘 조율이 되지 않아 트레킹 출발하기 하루 전날 일정이 취소되고 다시 가이드를 구하느라 사흘을 더 지체하게 되었다.
다행히 다시 가이드를 구해 버스파크에서 만나 함께 출발하기로 했는데 약속시간이 여섯시에서 일곱시 사이라고 한다.
한국인을 괴롭히는 방법을 잘 아는것일까.
굉장히 당연하게도 나는 다섯시 사십분, 가이드는 일곱시 도착했다.
알면서도 부득불 일찍 나선 나란 한국인.
마이크로에서 기사 옆인 제일 앞좌석에 앉겠다고 카젠(가이드)을 들들 볶아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갑자기 떠오른 간 떨어지는 생각.
아,,,,돈 안가져왔다. 끄뀨ㅠㅠㅠㄲ뀨
지갑에 따로 만루피를 넣고 나머진 따로 비닐에 보관했는데 그걸 두고 온것이다.
마을까지 한시간 거리인데 ㅜㅠㅠㅠㅠ
마을의 동생한테 전화해 지갑을 가져와 달라 부탁하고 기다리는 동안 내가 자리를 맡았던 마이크로는 다른 외국인을 앉히고 유유히 떠나고, 한시간 후 지갑을 받았을땐 더이상 앞자리가 빈 마이크로는 구할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제일 끝자리에 박힌채 출발하게 되었다.
새벽 네시에 일어나 부지런 떨어 다섯시 사십분에 버스파크에 도착했는데 여덟시가 넘어서야 출발하다니.
카트만두를 빠져나가는 길은 시야가 막힐 정도로 먼지가 일어 마스크를 했음에도 목이 매케해져 왔다.
조금은 익숙한 풍경들이 휙휙 지나가고 창문에 머리를 쿵쿵 박으며 졸다가 먼지에 뽀얗게 쌓여 내가 먼지인지 먼지가 나인지 모를때까지 마이크로는 달리고 달렸다.
4시간 반 걸린다는 베시사하르에 6시간 반 만인 2시 30분에 도착했다.
이때 나는 네팔에서 겪을 대중교통의 불운을 미리 짐작했어야 했는데,,,(네시간 거리를 열일곱시간까지 걸려봄)
더 웃긴 것은 돈을 놓고 오는 바람에 놓쳤던 마이크로가 우리보다 뒤에 도착했다는 것.
아 역시 네팔.
원래 오늘 바훈단다까지 가려고 했지만 계획은 계획일 뿐.
3시 30분 베시사하르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이 버스의 종점이라는 나디(Ngadi)에 5시에 도착해
이곳에서 트레킹의 첫날을 보내기로 했다.
트레킹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
하루 일정을 마치고 롯지에 짐을 부리고 다이닝룸에 앉아 저녁밥을 기다리는 시간.
나디콜라의 힘찬 물소리와 산을 크게 등지고 안긴 아름다운 롯지에서 오늘의 첫끼를 먹으며
'잘했다. 내가 네팔에 참 잘 왔다. 참 잘했다'
하고 깊고 편한 행복에 잠겼다.
2 .[4월 20일]
이동: 나디 930m(7:30)-바훈단다(11:00)-샹게(12:00, 점심)-참체1,380m(17:00) 총 20km
난이도: 하
날씨: 새벽에 비가 오다 그치고 날은 맑았으나 시야는 좋지 않음
꿀잠도 이런 꿀잠이 없었다.
아침에 방 밖으로 나가니 어제 저녁 본 거보다 더 멋지다.
롯지(Holiday trekkers&restaurant)는 호텔급으로 아늑했고 정원은 아름다웠으며, 나디콜라의 물소리와 롯지 뒤로 펼쳐진 히말라야산군이 꿈같아서 마음이 몹시 출렁거렸다.
그래, 나는 이 감동이 몹시도 필요했던거야.
버석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려오는 것이 느껴진다.
빠르게 짐을 싸서 포터겸 가이드인 카젠이 최종 정리 할 수 있게 문 밖에 내어두고 아침식사를 했다.
티베탄브레드에 찌아 한잔, 맵스미로 오늘 갈 길을 미리 가늠해보며 최대한 참체까지 가보기로 한다.
방값 300루피에 어제 저녁 달밧 650, 아침식사까지해서 총 1,300루피를 지불하고 일곱시 삼십분, 길을 나선다.
흰색과 붉은색 선으로 된 서킷트레킹의 소박한 표지.
늘 카페에서 글로만 사진으로 보다가, 나의 길에서 처음 이 표지를 만나니 , 아휴 참 별게 다 좋은데 진짜 좋네.
커다란 바위에 표지와 함께 네팔어로 적힌 글은 뭔가 고대의 비밀이라도 알려 줄 것 같지만, 산에 불내지 말고 짐승들 손대지 말란 얘기. 정다워라 ㅎㅎ
서킷 코스에 지프로드가 생겨 마낭까지는 트레킹의 의미도, 묘미도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시간도 많고 그저 히말라야라는 이유만으로 좋기만 했던 나는 그냥 이 길이 무한히 길어졌으면 하는 소망 밖에 없었기에 날아갈 것 같은 발걸음을 기꺼이 길에 풀어주었다.
바훈단다에서 코카콜라로 몸보신을 하고 샹게로 향하는 길은 트레킹로드가 남아 있었고 동화같은 마을을 지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지천에 나비가, 말도 안되게 아름답고 화려한 나비가 펄럭펄럭 날아다녀 마치 내 몸이 봄날 아지랑이가 된듯 어질어질하다. 그래 어지러운것을 보니 밥먹을 시간이구나.
12시에 상게에 도착해 감자모모와 삶은 계란을 먹었다.
감자와 계란이라니 생각만해도 목이 막히는 기분이지만, 트레킹을 시작하면 내 몸이 자연스럽게 어떤 음식이든 받아들여 에너지로 전환할 자세를 갖추는 것 같다.
식탁 밑에서 눈치보고 있는 댕댕이에게도 만두와 계란을 조금 나누어 준다.
샹게에서부터 자갓까지는 롯지에서 만난 아홉살 여자아이 둘이 친구가 되어 주었다. 믿음직한 언니같은 아이와 아기티가 남아 있는 아이의 조화가 좋았다. 좋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것을 보니 내가 정말 좋은 모양이다.
이렇게 넘쳐나는 행복이 얼마만인지 허겁지겁 행복을 만끽한다.
그저 먹고 감탄하고 나마스떼 인사를 주고 받는 하루.
다섯시쯤 목적지였던 참체에 도착했다. 작고 깨끗한 마을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티벳의 후손들이 사는 곳은 늘 정갈하다.
오늘은 20킬로의 제법 긴 거리였지만 별로 힘들이지않고 걸었다.
가이드겸 포터인 카겐은 코로나 때문에 2년 넘게 쉬어 힘들어하지만 이삼일 걸으면 곧 적응 될거라 했다.
무척 우직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다.
내가 운이 좋다.
오늘도 참 잘 걸었다.
[4월 24일]
이동: 어퍼피상3,300m(06:20)-갸루(09:00, 브런치)-나왈(12:00, 점심)-문지 3,200m(16:00) 총12km
난이도: 상
날씨: 맑았으나 오후로 갈수록 구름 낌. 서늘해서 목티에 경량패딩 착용. 운행중에도 계속 입고 있었음
히말라야의 풍경은 본격적으로 그 진가를 드러내는데 반해 나는 점점 체력이 드러난다.
이런 비극이 있나. 숨쉬느라 풍경이 눈에 안들어온다니.
어제는 트레킹 일정 중 처음으로 샤워를 하지 않고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점점 체온지키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가 추워서 깜짝 놀라 옷을 한겹 더 껴입는다.
아침부터 하늘이 깨끗한 것이 오늘 서킷 중 최고 풍경에 손꼽힌다는 구간을 걷기 딱 좋은 날씨다.
모모로 아침을 먹고 6시 20분 오늘도 손님 중 일등으로 출발한다.
어제 오후부터 오늘아침까지 먹고 마신 1,500루피 계산. 방값은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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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1)
철저한 선행학습으로 갸루 나왈의 명성은 익히 들었기에 살짝 긴장한 마음으로 출발.
날씨도 좋고 길도 좋고 기분도 좋은데?
이 풍경이면 좀 힘들어도 신나게 걸을 수 있어!했지만 갸루의 극악무도한 오르막이 시작되자 마자 기분이 몹시 나빠졌다. 엉금엉금 가느라 뒤에 출발한 트레커들들의 응원과 추월을 수도없이 겪는다.
카젠이 가이드로의 특출난 장기가 없어 한국어를 가르치며 걷고 있다.
트레킹에 필요한 말들
뭐 드실래요. 추워요 더워요. 위험해요, 쉬세요 등
오늘 카젠이 제일 많이 한말은
"많이 멀어요. 많이 힘들어요, 많이 남았어요"
카젠 희망을 줄순 없었어요?? ㅎㅎㅎㅎ
뭐 이따위 길이 다 있냐고 씩씩거리며 한 오르막 끝나고 주저 앉으니
앞에 웬 놈팽이가 기념품을 팔고 있는데, 기념품은 페이크고 사실 대마초를 팔고 있었다.
미친 오르막 끝에 대마초라.....이미 서양인 몇명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신, 아주 명당에 자리 잡았군요. 부자 되시겠어.
[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2)
드디어 마을이 나타나고 갸루.
간판도 없는 롯지에 차한잔 하고자 들어온 것은 마당에서 야크털을 깔고 광합성 하고 있는 모자와 개 때문이었다.
나도 저리 편안해지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
아홉시 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출출해서 티베탄브레드와 우유찌아, 커피까지 시킨다.
양치기님께 저작권 허락도 받지 않고 비슷한 구도의 사진을 남겨본다.
캬~ 풍경이 다했구만.
다른 트레커들은 잠시 앉았다 출발하는 곳에 혼자 오래 머물렀다.
이제 다시 출발해볼까.
접기/펴기[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3)
아주 극악한 길은 끝났고 서서히 오르며 풍경을 감상 할 수 있는 구간.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하는 길이 뚜렷이 보이는 정직한 길이다.
하지만 어제만큼 풍경을 즐기지 못한 건 점점 몸이 힘들어지고 있다는 신호.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것이 그간과 다르고 기분도 점점 처지기 시작한다.
음 기분 안좋아지면 고산병 오던데.
역시 음악이 필요하다.
음악으로 기분을 끌어올리며 명상하듯 걷다보니 드디어 나왈인데 나 왜 또 배고프니 ㅋㅋㅋㅋㅋㅋ
많이 걸었으니 네끼는 먹어야지 암.
접기/펴기[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4)
풍경도 없는 티베탄게스트하우스에 잘 잡은 것은 용맹한 강아지 때문이었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강아지가 앙앙 짖는데 나도 모르게 주저 앉게 되었다.
밥 먹는 내내 내 트레킹화와 싸워대는 것을 보며 달밧 한그릇 뚝딱
[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5)
이제 거치는 마을들은 모두 서로 지붕을 이어붙여 온 마을이 돌로 된 거대한 미로 같은 구조이다.
이 미로 속으로 들어오면 항상 차원이 이동되는 기묘한 느낌이 든다.
지금 나마스떼 하고 인사하는 저 할머니는 혹시 어마어마한 내공을 숨긴 도사는 아닐까.
오른만큼 다시 내려가야하는 억울한 길이다.
이렇게 올랐는데 처음 출발한 어퍼피상보다 더 고도가 낮은 곳으로 가야한다.
하지만 마땅히 그정도는 감수하고도 남는 풍광이었지. 그래 괜찮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브라카. 내일 아이스레이크에 가기 위해 오늘은 브라카 까지 가야한다.
초반에 난이도 극상의 오르막을 오른 탓인지 풍경도 눈에 안들어오고 어서 롯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브라카인줄 알고 아, 드디어 다왔다 하고 짐을 내린 곳이 알고보니 문지였다.
얽,,,, 내는 더는 못갑미뎅. 한번 주저앉고 나니 도저히 더는 걷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new namo buddha 롯지에 오늘의 둥지를 튼다.
롯지 주인 말로는 브라카보다 문지가 아이스레이크 가기에 좋다고, 우리를 꼬드기려 한 말인줄 알았으나, 다음날 '진실'로 판명 ㅎㅎ
한참 올랐다 내려왔기에 고산병 걱정은 없을 것 같아 샤워를 했더니.
아 춥다 너무 추운데 손님이 없어 불도 안피워 준다.
대부분의 트레커들이 이곳을 지나쳐 브라카에 머물기 때문에 마을 전체에 롯지가 몇개 없기도 하고
그나마도 손님이 든 곳이 별로 없다.
접기/펴기[쁘의 다시 네팔]안나푸르나 서킷 6일차(4.24) (6)
사방이 트인 평야라 별이 잘보일것 같아 오늘은 꼭 별을 보자 했건만, 추워서 움직일 마음이 안생긴다.
이집 아들놈이 일곱여덟살쯤 되어 보이는데 어지간히 호작질을 한다.
일기 쓰는 내내 내 물건들을 뒤집어 놓더니 내가 방에 들어간 사이 밖에서 이놈이 내방문을 잠갔다.
극.대.노.
한참 롯지주인을 소리쳐 불러 방탈출을 했지만 미안하다는 말이 없어 맘상.
저녁 내내 충치로 아파 울길래 다음날 사탕을 많이 주고 나왔다. 쑥쑥 커라.
트레커 손님은 없지만 현지인들이 자꾸 들락거리며 자기들끼리 뭔가 심각한 것이,
이집 알고보니 마을의 청년회장 집이었다.
곧 있을 선거에서 누구를 밀어줄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하필 조용히 쉬고 싶은 내 옆에서 펼쳐진다.
제법 후보들의 경력과 심성, 정책을 심도있게 토론한다.
네팔 민주주의의 미래는 밝겠구나.
근데 내 휴식의 현재가 어둡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