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23>
자전거하이킹
심영희
어느 해 여름방학에 집에 모였던 가족들이 대관령까지 자전거하이킹을 가기로 했다. 다같이 가기로 했지만 실은 큰언니와 나는 자전거를 탈 줄 몰랐다. 동생들이 모두 타는 자전거를 나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자전거가 굴러가지 않고 쓰러지기만 했다.
제일 먼저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자전거를 끌고 횡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사촌 오빠가 밀어주는 자전거를 운전했으나 결과는 실패였다. 그 후에도 몇 번 시도했지만 성공을 못하고 바로 아래 여동생이 타는 자전거에 매달려 다녔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운동신경이 발달되어 무슨 운동이든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잘 했는데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자전거 하이킹을 가던 날 큰언니는 오빠 뒤에 매달려가고 나는 체면도 없이 다 큰 사돈처녀가 사돈총각 꽁무니에 매달려 대관령으로 향했다.
철 이르게 핀 코스모스의 환호를 받으며 신작로를 달리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 가끔씩 오가는 자동차 먼지가 안개처럼 우리 일행을 휘어 감고 지나간다. 대관령목장도 구경하고 소 먹이를 저장해 두는 싸이로도 구경하면서 이곳 저곳을 찾아 오빠는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
사진 맨 왼쪽이 오빠, 두 번째는 여고생 영희, 세 번째 네 번째 까만 선글라스를 쓴 사람은 남동생이고 중앙에 까만 티셔츠 입은 남자는 작은 형부 따라 놀러 온 사돈총각, 그 옆에는 큰언니, 여동생, 작은언니, 맨 끝에 군복 입은 사람이 육군 중위였던 작은 형부다.
횡계에서 대관령은 올라가는 길이다. 오빠와 사돈총각, 그리고 작은 형부까지 남자 어른들은 뒤에 여자를 하나씩 달고 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도 남자라는 체면을 세우려는지 별로 걷지 않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다.
우리 가족들은 모이면 이렇게 야외로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강변으로 천렵을 가거나 아니면 바다로 갔다. 어머니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항상 부족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모든 주권이 아버지께 있어도 어머니 말 한마디면 아버지께서는 특별기금도 내놓으셨다.
여름이라고는 하지만 육십 년대 횡계는 가을이 일찍 찾아오기 때문에 저녁때는 추워짐으로 서둘러 집으로 와야 했다. 지금은 기상이변으로 눈 많이 오기로 이름난 횡계에도 눈이 많이 오지 않으며 겨울 또한 그렇게 길지 않지만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서울로 시집갔지만 거의 남쪽에서 살고 있는 작은언니는 고향인 횡계는 추워서 싫다고 했다.
(2006년 출간 포토에세이 “감자꽃 추억”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