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27)
Ⅱ. 성경 이야기의 지혜
〇 72항. "<시편>은 ① 창조주 하느님을 찬양하라고 우리를 자주 초대합니다.
② 시편은 다른 피조물 또한 찬양으로 초대합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해와 달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반짝이는 모든 별들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하늘 위의 하늘아 하늘 위에 있는 물들아.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명령하시자 저들이 창조되었다.” (시편 148,3-5)
③ 우리는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마주하여 하느님과 함께 존재합니다."
☞ ③의 말씀은 “연중 주일 감사송 6”을 떠 올리게 합니다: “저희는 주님 안에서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가오니.” 이 감사송은 바오로 사도의 아테네 설교를 연상시킵니다.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사도 17,28).
이 말씀은 ‘범재신론(凡在神論, panentheism)’의 맥락에서 더 잘 이해됩니다. 범재신론은 만물 안에 하느님께서 계시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의 창조주이신데, 당신 밖에 별개의 존재로 세상을 창조하신 후, 세상 밖에 머무실까요? 아니면 창조된 세상은 하느님 안에 있을까요? 범재신론은 후자가 맞다고 보는 것입니다.
범재신론은 ‘범신론(凡神論, pantheism)’과는 다른데요, 범신론은 ‘만물이 신이다’라고 보는 것입니다. 즉 범신론은 실재, 우주, 자연을 신(神)과 동일시합니다. 이에 비해 범재신론은 ‘만물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만 만물이 하느님은 아니다.’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물에 흠뻑 젖은 스펀지에는 물이 스며 들어 있지만, 물이 곧 스펀지는 아닙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 만물 안에 스며들어 계시지만, 만물이 하느님은 아닙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③을 다시 읽어보면 “우리는 하느님의 권능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마주하여 하느님과 함께 존재합니다.”라는 말씀은, ‘우리는 하느님께 창조된 존재이지만, 다른 피조물 안에 계신 하느님과 마주하여 있고, 우리 모두를 창조하신 하느님과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 안에 계시면서[內在] 또한 모든 피조물을 초월(超越)하여 계십니다.
〇 73항. "<예언자들의 글>은 세상을 우주를 창조하신 권능의 하느님을 관상함으로써 어려운 순간에 힘을 되찾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 우리말 번역본은 ‘우주’(universe)를 계속해서 ‘세상’(world)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잘못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상’은 지구와 지구에 존재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우주는 존재하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 영, 공간을 의미하며, 은하, 별, 그 외의 천체를 모두 포함합니다. 당연히 지구와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피조물도 포함하고요.
"사실, 모든 건강한 영성은 하느님 사랑을 기쁘게 맞아들이는 동시에, 그분의 무한한 권능에 대해 주님께 신뢰하며 흠숭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성경 안에서, 해방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은 세상을 우주를 창조하신 분과 같은 분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이 두 가지 활동은 긴밀하고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