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었다는 것은 곧 봄이 간다는 것이다
엊그제 동네길을 걸어 안과의원을 가면서
그 상큼하고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가 온동네에 진동하는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 향기에 모처럼 취해 걸었다
황매화도 그 노란꽃을 아낌없이 피워내고 있었고
영산홍(산철쭉)도 만개하였다
하얀 쌀알갱이가 달린 듯 팝콘이 달린 듯 흐드러진 조팝꽃 향기도 코를 간지르고 있었으며
고혹적이면서도 앳되보이는 철없는 그녀 명자꽃(?)도 보았다
청초한 둥글레꽃(?)
여리기만 한 수선화도 한무더기 피었습니다
아름다운 홍매화도 만개를 했고
이미 잎이 나서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벗꽃과
겹벗꽃(?)
개나리를 보면서 병원에 도착해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약수터를 지나
조팝나무꽃 흐드러지게 핀 목조데크길로 내려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벌써 목련꽃이 뚝뚝 떨어져 지저분해졌습니다
아! 벌써 봄이 가는구나
인생이란 일장춘몽 남가일몽이로구나 하는 마음에
당나라 시인 송지문(宋之問. 665?∼712)이 지었다고 하는
꽃을 보고 인생무상을 이야기한 「유소사」(有所思)를 찾았다
언제나 만년 청년일 줄 알았는데
내가 벌써 그 흰머리 노인네가 되어
어기적거리며 병원이나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었으니
어찌 인생무상하지 않으리요
년년세세화상사(年年歲歲花相似) : 해마다 피는 꽃의 모습은 같으나
세세년년인부동(歲歲年年人不同) : 해마다 보는 사람은 같지 않으니
기언전성홍안자(寄言全盛紅顔子) : 젊은 홍안자들에게 말 부치노라
수린반사백두옹(須憐半死白頭翁) : 모름지기 반쯤 죽어가는 흰머리 노인을 불쌍히 여기라
차옹백두진가린(此翁白頭眞可憐) : 이 흰마리 노인은 진실로 불쌍하니
이석홍안미소년(伊昔紅顔美少年) : 그도 옛날엔 홍안의 미소년이었단다
까마득한 옛날 배달나라 태평성대부터 피어왔던 오만가지 기화요초가
해마다 옛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피었다는 것은 곧 봄이 갈 것을 뜻한다
그 꽃을 보았던 사람은 흐르는 세월속에 더 늙었거나 이미 죽어서
지난 해 보았던 그 꽃이 아님을 한탄하며
젊은이들에게 그 젊은 청춘도 영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흰머리 노인이 될 것이니
늙은이를 함부로 대하지말라는 자조 섞인 시라고 생각이 든다
백년도 못사는 인생
권력 명예 부와 지식 그 어떠한 것 하나 가지고 요단강을 건널 수는 없을 것이니
너무 아등바등 살 것이 무엔가
그저 흘러가는 구름처럼 걸릴 것이 없는 바람처럼 그렇게 살다가
티끌하나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경수생각
마음은 그런데도
자고 일어나면 또 그넘의 산욕심에
오늘도 지도보고 산줄기 검토하고 도상훈련에 보따리 챙기고
내가 생각해도 한심한 넘인 걸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니
그 또한 고질병인 것 같다
나도 꽃나무 밑 평상에 앉아 落花長歎息(낙화장탄식)을 해볼 나이가 된 것 같아
더욱 더 샌치해지는 오늘인 것 같다
참고로 유소사 전문은 아래와 같다
洛陽城東桃李花(낙양성동도리화) : 낙양성 동쪽의 복숭아꽃, 오얏꽃
飛來飛去落誰家(비래비거락수가) : 이리저리 날려 누구 집에 떨어지나
幽閨兒女惜顔色(유규아녀석안색) : 깊은 규방 속의 아가씨가 얼굴빛을 아끼며
坐見落花長歎息(좌견낙화장탄식) : 앉아서 떨어지는 꽃잎 보고 길게 탄식 한다
今年花落顔色改(금년화락안색개) : 올해 꽃 지면 안색이 바뀌니
明年花開復誰在(명년화개복수재) : 내년에 꽃 피면 다시 누가 있을까
已見松柏催爲薪(이견송백최위신) : 이미 송백이 꺾이어 땔감나무 됨을 보았고
更聞桑田變成海(갱문상전변성해) : 다시 뽕나무 밭이 변하여 큰 바다로 됨을 들었다
古人無復洛城東(고인무부낙성동) : 옛 사람은 낙양성 동쪽으로 다시 찾아오지 못하는데
今人還對落花風(금인환대낙화풍) : 지금 사람은 다시 꽃이 바람에 지는 것을 보고 있다
年年歲歲花相似(년년세세화상사) : 해마다 꽃들은 서로 비슷하지만
歲歲年年人不同(세세년년인부동) : 해마다 사람들은 같지 않구나
寄言全盛紅顔子(기언전성홍안자) : 말 부치노니, 혈기왕성한 얼굴 붉은 젊은이들은
須憐半死白頭翁(수련반사백두옹) : 반은 죽은 머리 흰 늙은이를 동정해야 하는 것을
此翁白頭眞可憐(차옹백두진가련) : 이 노인의 흰머리 정말로 불쌍한 것이니
伊昔紅顔美少年(이석홍안미소년) : 그도 옛날에는 얼굴 붉은 젊은이라네
公子王孫芳樹下(공자왕손방수하) : 공자나 왕손은 향기 나는 나무 아래서
淸歌妙舞落花前(청가묘무낙화전) : 지는 꽃 아래에서 맑은 노래와 기묘한 꿈을 춘다
光祿池臺文錦綉(광녹지대문금수) : 화려한 목과 누대에는 비단 무늬로 장식되었고
將軍樓閣畵神仙(장군누각화신선) : 권문세가의 누각에는 신선 그림이 그려져 있다
一朝臥病無相識(일조와병무상식) : 하루아침 병들어 누우면 알아주는 이 하나 없으니
三春行樂在誰邊(삼춘행락재수변) : 봄날의 즐거움 어지에 있을까
婉轉蛾眉能幾時(완전아미능기시) : 아리따운 여인도 얼마나 갈까
須臾鶴髮亂如絲(수유학발난여사) : 잠깐 동안에 흰머리가 실처럼 어지러워질 것이다
但看古來歌舞地(단간고래가무지) : 예부터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던 고장에도
惟有黃昏鳥雀飛(유유황혼조작비) : 오직 날은 지는데 새들만 날고 있구나
출처: http://hwalove.tistory.com/503 [빈막(賓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