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3
1.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 중 하나가
야생화는 봄에 제일 많이 핀다는 것이죠
그런데 야생화는 여름에 58%,
봄에 약 28%가 핍니다
원래는 여름에 약 60%였는데
지구온난화로 2%쯤 낮아졌죠
그만큼 개화기가 빨라졌다는 의미입니다
그
어쨌건 봄에 많이 핀다고 착각하는건
꽃이 없는 삭막한 겨울이 지나고
조금씩 녹색이 생겨나는 봄에
꽃이 눈에 잘 보여서죠
반면에, 여름에
야생화의 절반 이상이 피어도
우리 눈에 덜 보입니다
숲이 우거진 여름, 온통 초록의 물결이니
그 안에서 꽃이 잘 보일리 없으니
작정하고 낮은 자세로 샅샅이 살펴야
깊숙이 숨은 꽃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보물찾기하듯 말이죠
2.
일부러 높은 산을 올라야만,
그것도 꼼꼼하게 숲을 뒤져야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여름 야생화들
날은 덥지, 장맛비는 기승을 부리지
습도는 또 왜 그리 높은지
산을 올라 여름꽃을 찬미하기는커녕
대부분은 여름꽃을 잊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또한 어쩌면 여름꽃이 잊히고
우리가 봄꽃만 기억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이 여름에
야생화들이 피었습니다
산을 찾았다가 발견한
야생화 몇가지들을 올려봅니다
(1) 금꿩의 다리
이름도 이쁜 금꿩의 다리는
어찌보면 수수하고
또 어떻게보면 요염합니다
꽃이 잘고 무더기로 피는 속성이 있어서
사진을 찍을 때 포인트 잡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보통 조연 (배경)으로 삼고
다른 꽃을 주연 삼아 사진을 찍으면
별처럼 빛나게 됩니다
이 사진은 모처럼 조연이 아닌
주연의 역할을 맡았지만요
(2) 노랑 참나리
보통 '참'이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으뜸을 의미하죠
그런데 참나리는 12종의 나리 중
가장 아름다워서라기 보다는
환경과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 덕에 '참'이 붙었나 할만큼
정말 잘 자라고 꽃도 몹시 화려하지요
이 사진은 참나리의 변이종인
노랑 참나리입니다
(3) 조름나물
7 ~ 8월에 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4월 하순 ~ 6월 하순이 개화기입니다.
아마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이겠지요
대표적 습지식물로
위도 및 고도가 높은 지역에 자생해서
어지간해선 잘 안보입니다
(4) 노랑 땅나리
6월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노랑 땅나리는
비를 몹시 싫어합니다.
자생지 환경이 바위 지대인 이유죠
어쩌면 비가 싫어서 폭염에 피었다가
장마가 오기 전에 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5) 해오라비 난초
이름도 자태도 정말 예쁘죠
조름나물과 달리 위도, 고도 구분 없이
우리의 주변에 흔했던 습지식물이죠
하지만 유별난 아름다움으로 인해
사람들이 하도 캐가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지금은...
산에서 거의 자취를 감춘 야생화입니다
현재 화원 등에서 유통되는
화려한 해오라비난초는 외래 도입종이고
이 사진은 우리 자생종인데
청초한 미가 압도적입니다
너무나 아름답기에
태생적으로 수난을 겪을 수밖에 없는
비운의 야생화입니다
(6) 연잎 꿩의 다리
꽃이란 인위적 공간이 아닌
이렇게 자연에서 더욱 가치가 빛납니다
지저분한 솜털같다며
안이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연의 품에 안겨 자란 연잎 꿩의 다리는
이렇게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