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우리는 지금 만나야 한다
박정현 교수(의학전문대학원)
'아빠, 사진찍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올려줘.'
'아참~! 아빠는 SNS 하지 않지? 그럼 문자에 사진 넣어 보내줘. 아빠도 뭐라도 좀 하지..'
애들이 두고간 학교 안내장을 학교에 갖다 주려고 하니 이렇게 문자가 왔다.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아빠에 대한 아이들의 푸념섞인 불평이다.
그렇다.
나는 아직 SNS를 해본적이 없다. 아니다. SNS를 거부했다고 자부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하는 SNS를 나는 왜 하지 않는 걸까?
요즘 시대를 풍미하는 키워드를 한번 나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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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 카카오스토리, 트위터, 블로그, 혼밥&혼술, 스마트폰, 티포켓몬 고, 편의점도시락, 가성비, 1인 가구, 반려동물, 1인기업,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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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젊은이라면 이런 단어들은 너무나 익숙하여 식상하기까지 할 지도 모른다.
참 편리한 세상이다.
가상공간에서는 굳이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누구든 만날 수 있고, 화장끼 없는 얼굴로도 만남에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어디서는 무엇이 더 싸고, 어디가면 무엇이 더 맛있고, 어디가면 할인카드를 뭘 보여줘야 하는지... 뉴스리포터 같은 이들의 생생한 게시글로 알 수 있다. 만일, 이도저도 귀찮으면 지긋지긋한 모든 인간 관계를 뒤로하고 그들로부터 담을 쌓으면 된다. 그 대신 나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반려동물과 일방적으로(?) 가족이 되면 된다. 머지않아 밥을 줄 필요도, 예방접종할 필요도, 같이 살다가 먼저 죽을 걱정도 없는 AI(인공지능) 반려동물이 출현하면 더 편할 것이다. 또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며칠낮밤동안 최저가 항공권을 알아볼 필요도 없고, 유류할증료 인상에 화낼 필요도 없고, 가이드 비용 아까워 자유여행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방안에서 10불짜리 VR(가상현실) 안경만 착용하면 그 나라 음식 향료 냄새까지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추억이 없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와 만나기 위해 애써 약속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복잡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허겁지겁 약속장소에 갈 필요도 없다. 서로 눈을 마주보며 말을 건내지 않아도 된다. 무슨 메뉴를 주문할 건지 서로 눈치 보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우린 가상공간에서 만나는 것이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함께 식사자리를 하지 않고 각자 밥을 먹어도 뭘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사진으로 보여주며 알려줄 수도 있다. 혼자 술을 먹어도 얼마나 고주망태가 되었는지 인증샷과 너부러진 빈병 수에 대한 간단한 설명 몇마디면 충분하다. 하물며, 이런 만남조차도 싫으면 그냥 내가 속한 어떤 SNS든지 모두 탈퇴하면 그만이다. 누구도 당신의 탈퇴에 궁금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직접 만나기 위한, 만나는 동안의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만남의 설레임도 헤어짐의 추억도 없는 것이다.
외롭다.
하루에도 수많은 글들이 나와 주위에 이들 사이에 오가고 있다. 가끔 이렇게 오가는 글들이 서로 부딫쳐 엉뚱한 배달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외롭다. 그 외로움을 '좋아요!' 클릭 몇 번에 애써 위로를 받곤 한다. 누군가 내 글에 나쁜 악플을 달거나 심지어 반응조차 없을땐 그들이 좋아할 만한 더 자극적인 문구를 보내거나 분노를 참지 못한다. 그렇게 누군지도 모를 그들의 위로에 만족하고, 그들의 무례함에 분노하며 하루하루를 산다. 그래도 내곁엔 여전히 아무도 없다. 더 외롭다.
당신은 무조건 옳다.
당신은 당연히 옳아야 한다. 당신의 주장이든, 선택이든, 심지어 포기조차도 당신의 모든 결정은 옳아야 한다. 당신의 선택이 비록 옳지 않았더라도 느끼는 순간에도 SNS상에 당신을 지지해주는 수십명의 동지들에 의해 당신 선택에 정당성을 갖게 된다. 당신의 선택에 지지해주고 댓글 달고 내 글을 퍼다 날라 주는 그들이 있어 세상은 참 살 만하다. 그래서 당신은 옳다. 그리고 옳아야 한다.
그래도 필요하다.
앞에서 얘기한 많은 부정적인 면에도 불구하고 이들 매체나 과학기술들이 주는 생활의 편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생활에 필요한 수많은 정보들을 공유하며, 미쳐 도움을 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며, 사회의 부정부패를 고발하여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노력이 참으로 아름답다. 대학생활에서도 어떤 과목이 점수를 잘 줄까? 가르치는 교수는 꼰대는 아닐까? 오늘 기숙사 식당에 또 빵과 우유 나오면 가지 않을거야. 대출도서 연체료를 도서관 직원 누구는 받지 않는 다는데 누구지? 어느 동아리 가입하면 신입생때 많이 얻어먹을 수 있지? 선배들은 도대체 취직은 한거야? 이런 궁금증은 학교 홈페이지에 나오지 않는다. 은밀한 가상놀이터에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는 정보일 뿐이다.
오늘 날의 경쟁사회에서 남들이 가진 정보와 능력만 갖추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당신이 쉽게 얻는 정보는 아무라도 얻을 수 있다는 잊지 말아야 한다. 남과 다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수치로서 보여주지 못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그들의 입에서 얻을 수 있다. 정말 당신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직접 만남을 통해 당신의 멘토, 자문위원으로 만들어라. 그것이 당신의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마주하고, 만남을 갖는 것에 두려워 하지마라. 아직까지 많은 대기업들이 눈을 마주하고 면접을 보는 이유를 생각하라. 당신들의 스펙을 몰라 마주 앉는 것이 아니다. 당신들 눈속에 담겨진 꿈과 재능을 알고자 함이다.
지금 당장 우리는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