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30 23:56:51
인생을 '길'이라고 비유한다
여러모로 적절한 표현같다
인생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린다면 포물선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포물선
내게 있어서도 생의 정점을 지나 하산을 하는 시점에 있지 않을까 하고 짚어본다
백살을 산다고 가정하면 지금이 한창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
하산이라는 의미는 내려 온다는 단순한 뜻도 있겠지만
멋 모르고 자라던 시절 펼쳐질 앞날의 두려움과 욕심들
자신을 꽃 피우기 위해 왕성했던 한창 젊은시절 열정에서
속절없이 저무는 세월 노을처럼 불 타며 찬연하기도한
인생의 농익은 시간이라는 뜻을 내포하고도 있다
떠 밀려서 가는 길인지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인지
문득 뒤 돌아 보면 어느 만큼 와 있는 내가 있다
오솔길처럼 새 소리와 다정히 속삭이며 풀 향기에 취해
고즈녁히 가고 싶은 길
하지만 도도한 인생길은 알수 없이 왁자지껄하다
살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을것 같은 내 길위에서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분명히 분노하고 애닮고 서럽기도하면서 걸어온 길이었을텐데
지난 세월을 남의 일처럼 관조하며 회상하고 있다
빨간 책가방을 등에 메고 다니던 코흘리개 시절
백만원이나 있어 부자인 친구집이 부러워 풀이 죽기도 했었고
엄마가 콜드크림 맛사지를 하는 저녁엔
징크스처럼 꾸지람을 들어 나는 이불속에서 아버지를 부르며
서러움에 꾸역꾸역 눈물을 참았다
동화속에 나오는 계모와 지내는 주인공처럼 공연히 날 미워한다고 생각하면서..
한동안 나는 얼굴이 번들거리는 콜드크림 맛사지를 하지 않았다
신경질적이던 엄마얼굴이 오버랩 되는 듯했기 때문이었다
차멀미한다는 이유로 성에 차지 않는 학교에 진학해야 해
불만으로 가득하고 쓸쓸했던 학창시절
명동에서 살롱구두 사고 양장점에서 멋진 원피스로 뽐내는
황금기의 처녀시절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녀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이른 결혼으로 은둔한 것 같이 지냈었기에 유독 나만 하고 있는 밥하는 새댁 노릇은 소외감으로 여겨지기도 했었다
자식은 팔 다리 같아서 아프면 같이 아파야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잘라 낼수도 없다더니
아이들 키우면서 삼키며 마음 졸였던 일들
배우자는 옷 같아서 벗으면 그만이라는데
미우나 고우나 벗지 않아 보려 서로 애를 쓰며 살아온 세월이다
싫으나 좋으나 가야할 길 인생 길
되 짚어 본다면 내 지나온 삶의 길은 무슨 차를 타고 온 것에 비유할수 있을까?
화병의 물을 아무리 열심히 갈아 주어도 때가 되면 꽃잎은 시든다
우리들이 달려온 길 누구는 호화스러운 대형차 누구는 소형차로
자전거로 왔을 수도 있고 또 어느사람은 험난한 가시덤불 속을 발로 걸어 오기도 했을 것이다
어느 수단으로 인생길을 왔던지 부산이 종착역이라 가정하면 대구쯤 온것 같다
누구나 부산가는 표를 살수는 없다지만..
밴츠로 폼나게 왔거나 작은 다마스를 타고 도착했거나
대구까지 온 것만은 마찬가지다
수 많은 우여곡절 속에서 황혼까지 살아 낸것이 같다
돌이켜 인생길에 왜 회한이 없겠느냐마는
대구에 오도록 호화스러웠거나 초라했거나 어찌보면 그게 그거다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말은 여기에 적절치 않은 비유지만 아주 틀린말도 아닌것 같다
펼쳐진 인생길 밴츠로 달려도 어차피 다 걲으며 가야한다
어찌 왔던 여기까지 달려온 것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감사하다
지나온 세월 호강스러웠다는 자랑에 주눅들지 말고
나만 쓸쓸히 걸어왔다 후회하며 한숨에 휩싸이지 말고
앞으로 가야할 남은 인생길
뒤돌아 보지 말고 또 힘을 내어 출발해 보자